등산에 대하여
모사이트의 어느님의 글에 대한 대슥입니다.
산을 내려오는 여인네의 모습은 유독 아름답습니다. 뒷집 초자소도 예뻐집니다.
정상을 갔다 왔다는 뿌듯함에 도파민이 흐르고, 피곤하고 지친 몸은 엔도르핀이 보답합니다. 뽕 맞은 심신은 기고만장해지고 혈기왕성합니다.
산을 조금 다니면서 주워들은 이야깁니다.
일반적으로 등산이라고 일컫지만,
테마와 취향에 따라 등산도 여러 장르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동시에 몇 가지 장르를 같이 하게 되지요.
1. 그냥산행
처음에 산에 다니는 시기로 요산 조산 그냥 다닙니다. 그러다가 이런 정보 저런 장비에 익숙해져 갑니다. 건강을 챙긴다는 생각이 주입니다.
2. 비박산행
한겨울에 대피소가 있는 산에 올라도 절대 그곳에서 잠을 자지 않습니다. 관짝같은 침낭 속에 홀로이 쏙 들어가 별이 처박혀있는 깜깜한 밤하늘을 치어다보며 정녕 혼자 있을 시간을 연습합니다. 그곳에서 그렇게 잠들고 싶어 석양이 뜨면 커다란 80리터 100리터 배낭에 살림살이를 잔뜩 구겨 넣고 낑낑대며 한발 한발 산을 기어 올라갑니다. 한여름의 비박은 최고의 신선놀음입니다.
3. 암벽산행
밧줄로 연결된 저 인간과 나는 생사일체라는 끈끈함에 뭉클합니다.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긴 로프를 어깨에 둘둘 말고, 치렁치렁 고리를 차고, 분가루 발라가며, 직벽을 헤집고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집니다.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꼭대기에서 느끼는 통쾌함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알겠죠.
4. 릿지산행
얇다란 신발과 맨손을 의지해서 빠딱슨 암벽에 밀착하여 스파이더맨이 됩니다. 보는 구경꾼의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합니다. 정작 본인들은 요까이껏하듯 아슬아슬 잘도 오르내립니다. 제 몸을 완벽히 제어해내는 자부심이 물씬물씬 풍깁니다.
5. 작품산행
사진이든 그림이든 일생일대의 작품을 남기기라도 하듯이, 무거운 장비를 울러 매고 그 어느 산도 오릅니다. 몇날 며칠을 기다려도 봅니다. 사진 찍기에 정신 팔려 같이 온 산우들에게 용서받을 민폐를 끼친다해도 예술은 구애없는 자유인의 몫입니다.
6. 약초산행
병든 가족을 위해서거나 , 돈이 좀 된다거나하여 길 없는 산길을 이리 헤매고 저리 들쑤시며 빨치산처럼 산에서 삽니다. 엉뚱한 풀뿌리를 뽑아오지 않으려면 상당한 세월 시다바리해야 순정 약초꾼이 된답니다. 산사람이 분명합니다.
7. 정맥산행
대간과 정맥, 기맥, 지맥을 찾아나서는 산사람들은 모든 산을 두발로 보듬습니다. 나침반과 지도를 꿰차고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25-30킬로 정도 삼각점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사진 찍어가며 직업인양 일과처럼 야무지게 밟아갑니다. 가끔 넘의집 과수원을 무단출입하기도 하고 선산무덤을 가르기도 합니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밤에도 진행합니다. 맥을 끊고 도로가 나거나 공장이 들어선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8. 무박산행
장거리를 무박으로 걷습니다. 등산이 아니고 입산입니다. 서울 5산(불암 수락 사패 도봉 삼각 42키로)정도를 완샷에 가면 입문입니다. 지리산 3대종주(주능선왕복 51킬로 화대종주 46킬로, 지리태극 90킬로로 시작한 J3클럽이 동호회로는 시초로 알고 있습니다.)로 시작된 장거리 코스는 설악태극 56킬로, 영남알프스 실크로드 91킬로 이외에도 많이 개척되어 있습니다. 짐승들 산악회는 태닮사(태극을 닮은 사람들), 감마로드 등으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산행이 체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정신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해주는 들이대 도전산행입니다. 베스트 오브 짐승들 중에는 180킬로를 70시간-80시간하는 생물도 있습니다. 이 남녀들은 젊지 않은 젊은이들입니다. 40-50대가 주류, 60대도 있습니다. 사이트에 가면 등산자료 무진장 많습니다.
9. 먹자산행
헉헉대며 땀 흘리고 출출해진 후 바리바리 싸오거나 직접 요리하여 먹는 밥맛은 꿀맛입니다. 라면도 어릴 때 먹던 그 맛이 재현됩니다. 하산해서 한잔하는 호탕함과 정겨움도 어디에 비견해서 밀리지 않습니다. 이 재미에 훅가서 산을 오르는 임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 먹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인생 뭐 있습니까. 등따숩고 배부르고 재밋으면 됐지.
10. 젯밥산행
산을 오르면 그 누구라도 선남선녀가 됩니다. 오리지날 싱글이거나 돌싱이거나 산에서 사람만나기 좋습니다. 그 수요를 채워주는 산악회가 꽤 있습니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순수한 곳부터 노골적으로 연애질하는 곳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비용품 구매비용 꽤 써야 합니다. 딱 보면 견적이 다 나옵니다. 산에서도 돈은 듭니다.
11. 달려산행
걷는 것은 답답합니다. 산에서도 뜀박질을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마라토너들이 주로 많이 합니다. 뛴다고 잘 걷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잘 걷는다고 잘 뛰는 것도 아닙니다. 사용하는 근육과 호흡이 다릅니다. 달려맨들이 무박산행에 오면 날지 못합니다. 서울5산의 경우 10시간 내외에 완결짓던 것을 20시간 내외 정도로 지루하게 끌어야하니 페이스를 콘트롤하기 쉽지 않습니다. 역시 종목이 다릅니다.
12. 원정산행
히말라야로 캐나다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일본 등등으로 적금 부어가며 가슴 설레어가며 휴가를 기다립니다. 국내산행만으로는 만족치 못합니다. 부러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산이 가장 아름답다는 근거없는 편견에서 벗어난 글로벌 산악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산은 모두다 제 잘난 맛이 있습니다.
13. 러셀산행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려 길이 없어진 산에 길을 내며 등정하는 것을 러셀산행이라고 합니다. 무릎이나 허벅지 약간 과장해서 키 작은 사람은 가슴까지 오는 눈을 헤치며 길을 만듭니다. 통쾌합니다. 내가 인도하도다. 뒤에 오는 사람들이 다시 밟아 길을 다짐니다. 누구나 할 수 없습니다. 산을 빠삭하게 알고 있고 힘이 있어야 합니다. 입산통제 시키고 국립공원 직원들이 길을 내지만 가끔 그런 산꾼들은 출입을 시켜 도움을 받습니다. 헤쳐나감의 미학입니다.
14. 우중산행
여름날 비가와도 산을 올라갑니다. 천원짜리 얇은 우비를 뒤집어쓰고 그 위를 때리는 장대같은 비를 맞으면 묘한 쾌감이 일어납니다. 입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열기는 따뜻합니다. 번개와 천둥은 스릴입니다. 어느 상황에서도 산행은 가능합니다. 위험합니다. 가끔 사고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만큼은 아닙니다. 너무 높이 오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15. 계절산행
여름 산행은 즐기는 위락산행이며 봄가을은 꽃단풍에 경이로워하는 감상산행이고 겨울산행은 칼바람 속에서 살을 에어가며 모든 것이 죽어있는 산하에서 원초적인 파토스를 느껴볼 수 있는 비장한 산행입니다. 속세에서의 에토스와 로고스로부터 벗어나 볼 수 있는 좋은 시기입니다. 살아야 되는 이유를 하나 더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산행이 강추됩니다. 인생은 즐거워야하고 경이로워야하고 진지해야 한다라고 산에서 배웁니다.
16. 순례산행
산의 정상을 오르기 보다는 그 산을 지키고 있는 그 산이 지켜주고 있는 도량을 방문하는 것으로 산행의 목적이 완결됩니다. 산에는 절간이 유독 많습니다. 멋진 구도산행입니다.
몇 가지 더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너무 길어져 줄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산을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산을 오르기 위해서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왜 산을 오르는가가 주입니다. 장비나 용품은 부차적입니다.
장비와 용품은 본인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출하고자 하는 범위 내에서 유돌이 있게 장만할 수 있습니다. 비싼 등산화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등산화는 가격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발에 잘 맞아야 합니다. 외제 비싼 등산화를 샀지만 발에 안 맞아 씨바씨바하는 사람들 많이 보았습니다. 가게에서 신어보고 구입하십시오. 가격이 워낙 천차만별입니다. 싼 것부터 비싼 것까지 다 신어 보십시오. 도가니가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목이 긴 놈으로 장만하십시오. 발목을 잡아주면 무릎보호도 하게 됩니다. 머슬체인이라고 모든 근육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팽이는 자신의 체력이상의 산행인 경우는 필수입니다. 두발로 걷던 것을 세발 내지는 네발로 걷게 되면 다리로 오는 부하를 10-30퍼센트 지팽이로 분산시킬 수 있어 좀 쉽게 멀리 갈 수 있어 유산소운동에 도움이 됩니다. 지팽이 사용법을 배워두면 훨씬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힘들게 조금 가는 것보다 템포 워킹으로 멀리 가는 것이 지방을 태우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보통은 건강해지기 위해 등산을 시작하지만, 자기 스타일의 산행이 너무 재미있어 미쳐서 쏘다니다보면 건강은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제 주위에는 무박산행을 하면서 암을 완치한 사람이 2명 있습니다. 몸에 있는 1차연료 탄수화물을 소진하고 2차연료인 지방도 다 태워내고도 연료가 부족하니 피속에 엉겨붙어있는 콜레스테롤, 장에 눌러붙은 숙변도 밥그릇 싹싹 비우듯이 알뜰하게 활용하고 그것도 부족해 암세포덩어리도 연료로 끌어다 쓴 것 같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몸은 정직합니다.
지금은 비록 하체근력과 심폐지구력이 부족하다해도 꾸준히 다니다 보면 근력은 짧은 시간에 형성이 되고 심폐지구력도 서서히 늘어나게 됩니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 퇴행합니다. 각종 만성병, 성인병, 퇴행성 관절염 등등이 나이 먹어서 오기 보다는 나이 먹도록 오랜시간 움직이지 않아서 오는 병입니다. 나이탓은 두번째나 세번째 이유정도 됩니다.
하다보면 등산은 다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왕성한 심폐활동으로 산소와 양분을 혈류속에서 쌩쌩 돌려주어야 각종 메타볼리즘이 좋아지고, 씰데없는 노폐물을 몸밖으로 내다 버릴 수 있습니다.
심폐능력, 리거이 참 중요합니다.
'Climbing > 등산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의 사찰 및 암자 (0) | 2011.09.24 |
---|---|
Gas Remover (0) | 2011.08.18 |
【11.07.01(금)】Rab Summit Mountain Bivi & Ultra Light Zelt (0) | 2011.07.01 |
산경도 (0) | 2008.08.07 |
우리나라 1,000고지이상 산(높이순) (0) | 2006.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