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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8월 1일) 구병산 구간을 마치고 나서, 속리산 구간은 가을에 마무리 하기로 했던터라 단풍시기에 맞춰 일정을 잡아놓고 산장도 미리 예약 해 둔다.
다들 기대에 부풀어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을텐데 D-day를 사흘 앞두고 갑자기 경호형님이 년말 임원진인사 관련 긴급이사회가 있다며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 한다.
출발시간을 조금 늦춰서라도 함께하자고 했건만 끝내...
을마나 배가 아팠을까나... ㅎ
종주를 끝내고 귀경길에 전화로 소화재 좀 드셨냐 하니 소화재를 먹었는데도 너무 배가아파 설사까지 했다고... ㅋㅋ
금욜밤 11시에 당산에서 일행들과 만나 밤길을 달려 피앗재산장에 도착하니 01시 20분이다.
차에서 나와보니 기온은 그리 차지 않다.(6도) 하늘엔 영롱한 별빛들이 반짝이고 때마침 보름날이라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주변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불필요한 것 들은 차에 두고 산행에 필요한 것 들만 배낭에 꾸려넣어 01시 40분에 23km 대 장정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포장길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 후 얼마지나 너덜길을 만나게 되는데 너덜길을 벗어나고부턴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한게 이상한 느낌이 든다.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열어 확인 해 보니 아니나다를까 등로에서 우측으로 벗어나 형제봉 능선쪽으로 향하고 있는게 아닌가. ㅠㅜ
지난번 피앗재에서 내려설때도 중간지점부터 길이 아리까리하드만...
한참을 올라선 터라 다시 내려서기도 뭐해 무조건 피앗재쪽으로 방향을 잡고 사면을 치고 올라선다.
그렇게 한참을 진행하다보니 희미하게 발길 흔적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방향이 피앗재쪽을 향하는걸로 보아 짐작컨데 그 누군가도 피앗재에 오르면서 일바를 한 것 같다.
산장에서 피앗재간 거리가 1.2km인데 알바덕에 1km를 더 걸어 피앗재에 올라서 잠시 숨을 고른 후 667봉에 오른다.
이후부터 전망대바위까지는 룰루랄라.
가끔씩 보이는 구절초는 아직도 싱싱함을 간직한채 긴 발걸음에 응원을 해 주고, 달빛은 으찌나 밝던지 돌부리만 없다면 랜턴불을 끄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다.
서원교 - 구병산 - 형제봉 - 천왕봉 - 문장대 - 관음봉 - 묘봉 - 상학봉 - 매봉 - 신정리
충북알프스는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에 걸친 산줄기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서원교)에서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까지 43.9km에 이르며, 충북에서 가장 아름답고 풍광이 빼어난 구병산과 속리산 산줄기를 이어 충북 보은군에서 1999년 5월 17일 '충북알프스'로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을 하였다고 한다. 근간에는 날머리를 신정리가 아닌 활목고개까지 연장된 코스도 있다(44.6km)
그러나 gps측정거리와는 약 3-4km정도의 오차가 발생된다. 이는 구병산 구간(서원교-피앗재)에서 발생한 4km의 오차가 아닌가 싶다.
서운교 -8.5- 구병산 -2.7- 신선대 - 4.0- 장고개 -6.5- 형제봉 -1.6- 피앗재 /구간23.3km(gps측정거리 19.3km/오차-4km)
피앗재 -5.8- 천왕봉 -3.5- 문장대 -2.0- 관음봉 -3.9- 묘봉 - 6.1- 활목고개/구간21.3km
영남알프스가 넓은 고산군과 억새로 대변된다면 충북알프스는 자연이 빚어낸 석공예품 전시장 같은 느낌을 준다할 수 있다.
아홉폭 바위병풍으로 둘러 친 구병산의 암릉을 오르내리고나서 한동안 육산길을 따르다 못재에서부터 백두대간 능선길이 문장대까지 이어지고, 이어서 암봉의 진수를 보여주는 서북능선길과 이어진다.
평균고도 800m대의 그리 높지않은 산줄기지만 오르내림의 횟수가 잦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걸음할 수 있는 길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리산에서 느낄 수 있는 육중함과 설악산의 골격미를 두루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충북알프스종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피앗재산장 - 피앗재 - 천왕봉 - 문장대 - 관음봉 - 묘봉 - 상학봉 - 매봉 - 신정리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으찌나 달빛이 밝은지 아직 여명이 밝기전인데도 산군들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피앗재 산장의 불빛도 보이고.(05:00)
4시간 40분만에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기다린다(06:20)
예전엔 천황봉였는데 개명을 했네~
혹 이곳도 일제망령 여론에 떠밀려 고증도 안해보고 바꾼건 아닌지...
[참고]
2005년 2월 28일 녹색연합에서 속리산 천황봉이 일제가 조작한 지명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대부분의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장단을 맞추며 일제가 일왕을 뜻하는 천황봉(天皇峰)으로 바꾸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천황봉이란 이름은 조선조 윤휴의 <백호전서>라는 고전에도 ‘문장 천황’이라며 나오는 이름이고 천신이 하강했다는 민간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다. 일제가 고의로 천황봉이라 표기했다면 지도에 함께 표기된 전국 9개의 천황봉과 산은 무엇인가. 대부분 과거 사료에서 찾을 수 있는 이름이며 명산이라 부르기 힘든 낮은 산에도 천황봉이라 붙어 있는데 일왕을 뜻하기 위해 붙였다면 이런 산에는 천황봉이란 이름을 뗐을 것이다.
속리산이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인 특성상 양쪽 지명위원회를 통과해야 했다. 보은군은 지명위원회에서 ‘일제가 조작한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산이름은 바꾼다’고 결론 내렸다. 결론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박성태 선생의 자료제출로 일제의 조작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여론에 밀려 바꾸는 꼴이 된 것이다. 박성태 선생은 <월간산> 2005년 12월호에 산이름과 관련된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
일제는 1914년부터 1918년 사이에 우리나라 1:50,000 지형도를 발행했다. 최초의 입체화된 현대지도로 귀중한 자료다. 그러나 이 지도는 우리나라의 자원을 수탈하고 효율적으로 식민지화할 목적으로 만든 정보자료였다. 정확한 지도를 만들려고 정확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던 것이지 입맛에 맞게 조작한 지도가 아니다. 자연지명은 사실을 사실대로 기재했다.
일제는 지형도를 제작함에 있어 서민들이 두루 사용하는 지명을 표기했다. 숭례문은 나라에서 그리 지었지만 서민들은 성곽 남쪽에 있다 하여 대부분 남대문이라 불렀으므로 지도에 남대문이라 표기했다. 북한산도 대중들이 부르던 이름이며 삼각산은 일부 지식인층에서 불리던 이름이었다. 유식한 사람들은 삼각산이라 부르며 많은 글을 남겼으며 대동여지도와 산경표에도 그리 남아 있다. 그러나 몽매한 일반 백성들은 북한산으로 불렀고 일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이름인 북한산으로 기재했다.
천황봉은 조선 3대 명수(삼파수, 달천수, 우통수) 중 하나인 삼파수의 발원지다.
이곳에 내린 빗물은 동쪽 낙동강, 남쪽 금강, 서족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아~ 개고생길이 됐던 구병산 구간...
지난 여름 구병산 구간때 마지막 형제봉을 남겨두고 갈령 삼거리에서부터 물은 다 떨어지고 경호형님은 탈진하고...
형제봉에서 마지막 남은 맥주 한캔을 넷이서 나눠 마시고 나뭇잎에 묻어있는 빗물을 핥아 먹으며 내려오던 일이 생생하다.
아직 단풍은 물이 덜 든 상태고 앞으로 사나흘쯤 지나면 산자락마다 완연한 오색빛으로 물들지 않겠나 싶다.
바람을 피해 아늑한 장소에서 만두와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고(07:50)
햇살이라도 내려 앉으면 때깔이 좀 고와 보일텐데 하늘은 흐리멍텅하기만 하니...
입석대
신선대(10:10)
신선대를 지나면서 처음으로 산객한명을 만난다.
칠형제봉 능선
문장대
10:50(9시간10분경과)
등로에서 벗어나 있는 조망처들을 둘러보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이후도 마찬가지
문장대-관음봉 구간이 개방된걸로 알았는데 출입금지 경고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유야 어찌됐건 시간상으로 공단직원이 올라올 수도 있는 시간이라 문장대 오르는건 패스하고 주변을 살핀 후 서둘러 금줄을 넘어 내려선다.
낭중에 산장지기님한테 여쭤보니 3년전에 개방하고나서 어중이 떠중이 가릴 것 없이 관음봉으로 향하다보니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6개월만에 다시 원위치 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종주꾼들한텐 다행스럽기도 한 것 같다.
보은군에서 충북알프스라 지정 해 놓은 관계로 공단에서도 종주꾼들에 대해선 은연중에 묵인 해 주는 편이라고...
그래선지 문장대쪽에 설치 해 놓은 확성기를 통해서만 산행안내와 경고방송을 반복해서 들려주는데 헬기로도 단속한다고 한다. 한번 뜨면 기름값이 을만데.. ㅋㅋ
깐엔 밧줄이 바위에 스치면서 헤질까봐 용수철같은걸 끼워 놓은 것 같은데 돌대가리도 아니구 생각머리가 있는건지...ㅠㅠ
용수철이 있는쪽을 잡는순간...
관음봉쪽으로 진행하다 두사람과 마주친다.
어디로 가느냐 묻길래 종주중이라 했드니 관음봉쪽으로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 했드니 가다보니 길이 없어 되돌아오는거라며 여기를 잘 아느냐길래 따라 오시든가 못 미더우면 되돌아 가시든가 하라 했드니 쫄래쫄래 따라 붙는다.
이 구간에 오더니만 여기서 길을 못 찾았었다고...
멀리 중대봉과 대야산, 희양산이 자리하고 있고
관음봉에 올라선다.
관음봉(12:25/11시간 45분 경과)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30분동안 점심겸 쉼을 한 후 관음봉을 내려선다(12:55)
계단을 올라서면 묘봉이다.
묘봉에(15:05/13시간 25분 경과)
체력이 떨어질때쯤이라서 그란지 밧줄에 의지해 오름하는 곳에선 힘들어들 한다.
상학봉(16:10/14시간 30분 경과)
예전엔 사다리가 놓여 있었고 정상에 빗돌도 세워져 있었는데 읎어졌다.
상학봉까진 그런데로 잘들 따라 오드니만 이후부턴 슬슬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상학봉 뒤로 관음봉, 문장대
상모봉과 뒤로 미남봉
하루해가 저물어가고(17:20)
17:40(16시간 경과)
이후 금세 어둠이 내려앉아 랜턴불을 밝히고 매봉으로 갈라지는 등성이로 오르는데 그냥 운흥리로 내려가자고 했건만 고집을 부린다는둥 독재라는둥 투덜투덜 난리부르스다.
아니 종주 마무리하러 왔다는 걸 잊었능가요? ㅎ
활목재까지 진행하기엔 무리일 것 같아 미남봉을 코 앞에 두고 매봉쪽으로 좌틀 해 매봉을 지나 지능선을 타고 탈출한다.
다행히 지능선길은 착한편이고 지능선을 내려서면 평지와 다름없는 넓직한 임도를 따르게 된다.
지능선을 빠져나와 임도에 내려선 후 택시를 콜 해 놓고 임도를 따라 신정리로 내려서는데 택시한대가 올라온다. 비포장길이라 생각지도 않했는데 으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종주길을 걷는다는게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비포장길임에도 마다하지 않고 올라오셨다 한다.
덕분에 신정리 마을회관까지 약 1km 정도를 벌게됐다.
조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속리산 개인택시 조병국 선생님 011-491-3234... 충북알프스 종주를 하시거나 백두대간을 걸을때 필요시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피앗재 산장으로 돌아와 준비해간 한우등심을 구워 술한잔씩 곁들이며 저녁만찬을 즐기고 나서 고단한 몸을 뉘인다.
산장에서 맞이하는 아침
산자락 사이로 천왕봉도 보이고.. 어젠 구름에 햇살이 가려 좀 아쉬웠었는데 느무느무 청명한 날씨다.
산장지기 내외분과 함께
지난 여름에도, 이번에도 편안하게 잘 쉬었다 갑니다.
감사했습니다.
서원교 건너 충북알프스종주 시작점(종점)도 다시 들러보고
속리산 IC 입구에서 바라 본 구병산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다보니 담아 온 사진만도 300여컷이나 된다.
비슷비슷한 사진들은 최대한 솎아내고 인물사진도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그림들만 포스팅 했는데도 140장 가까이 된다.
컴퓨터 사양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꺼번에 많은량의 사진을 포스팅 해 놓은 관계로 렉 현상으로 보는분들께서 짜증은 안 났는지 모르겠다. ㅎ
사진은 잘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스팅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비슷비슷한 사진들을 주구장창 포스팅 해 놓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리하면 금세 식상해져 두번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걸 알랑가몰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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