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bing/지리산

【18.09.02(일)】44.비 마중이 돼 버린 가을 꽃 마중(천왕봉)

常綠 2018. 9. 3. 14:57










중산리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 - 백무동(T.612.7km)




가뭄과 폭염, 폭우로 점철됐던 8월이 지나고 9월이 왔다.
가을이다.
지난주에 가려다 비 예보로 미뤘던 지리로 가을 꽃 마중을 떠나본다.
구라청 예보로는 일단 지리날씨는 좋은걸로 나온다.

혹 구라청에 근무하는 임직원께서 이 방을 방문 해 이 글을 보신다면 구라청이란 말에 태클걸지 마시고 반성 하시라.

오늘도 그대들은 구라를 쳤으니 말이다.


토욜밤 11시 30분 중산리행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번엔 중산리를 들머리로 해 천왕봉, 촛대봉을 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 설 예정으로 중산리행을 택한다.
28석 자리에 14명의 승객이 몸을 실었다.
함께하면 좋을 사람의 자리엔 배낭이 자리를 차지하고 가는내내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내게 벼게도 되 주고 때론 두 다리를 받쳐주기도 한다.
경유지인 원지와 덕산에서 4명의 승객을 내려주고 중산리에 도착하니 새벽 2시 5분이다.

차에서 내려 하늘을 보니 다소 구름이 끼어있긴 해도 아침노을빛이 물들면 딱 좋을만한 구름이다.


새벽 3시 20분에 렌턴불을 밝히고 걸음을 시작한다.
중산리탐방지원센터까지는 20분정도 소요되는 1.5km 포장길을 걷는다.

그러고보니 이 길을 걸어 올라가는것도 이번이 츰이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지 50분... 칼바위를 지나고 바로 이어 출렁다리를 건너 갈림길에 만들어 놓은 쉼터에 닿는다.

배낭을 벗어놓고 계곡물에 땀을 씻어내고 냉커피로 목도 축이면서 잠시 쉬어간다.

갈림길에서 로타리대피소까진 2km ..

된비알이다.

산길은 중간중간 새로 정비되어 있고 예전에 비해 많이 넓혀져 있다.

망바위를 지나는데 난데없이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안개가 날리는가 했는데 빗줄기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만 간다.

걸음을 재촉한다.


걸음한지 딱 두시간만에 로타리대피소에 도착 처마밑에서 비를 피한다.

뒤 이어 올라 오는 단체산행객들이 들이닥치면서 비좁은 공간이 복잡해지면서 소란스러워진다.

휴대폰을 꺼내 구라청이 예보한 지리산 날씨를 확인 해 보니 어젯밤 예보 그대로다.

적잖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쨍하다는 예보에 그저 헛 웃음만 나온다.

예보만 믿고 우의를 챙겨오지 못 했는지 여기저기서 구라청을 향한 볼멘소리들이 들린다.

한두번 속은것도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내도 그렇다.

이 먼길에 가을 꽃 마중하러 왔지 어디 비 마중하러 왔냐? 이 &^@#$%^&*()(*& 들아~





아침요기도 할겸 대피소에서 1시간정도 머물다 레인바지와 우의를 입고 대피소를 나선다.(06:30)







이 곳에서 일출을 볼 생각였는데...





















산길 중간중간에 전에 못 보던 이런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우의를 입고 오르다보니 땀에 옷이 젖어간다. 땀에 젖을바엔 차라리 비에 젖는게 낫겠다 싶어 우의를 벗는다.






쑥부쟁이 한송이가 반긴다.







개체수는 점점 많아져가고







바위사면위에 구절초가 이쁘게 자리하고 있다.

반갑다 구절초야 너에 대한 그리움에 이 먼길 달려와 이 높은곳에 오르고 있단다.













산오이풀은 흔해 빠지고














예전 걸음땐 물이 말라 못 마셔 본 천왕샘 석간수를 한종지 받아 마신다. 비가 내린탓인지 그닥 시원한 맛은 없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많은 구상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얼마전 지리산의 구상나무들이 죽어간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직접 보니 심각한 수준이다.














몇해전만해도 이리 푸르렀었는데...

지리산 전체에 걸쳐 구상나무 절반가량이 이미 죽거나 죽어가고 있다는데 기상변화로 인한 2월의 기온상승과 3월의 강수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한다.

이런속도로 죽어간다면 얼마못가 지리산에선 구상나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머여~ 그럼 천왕봉 일원이 아닌 곳에선 술 마셔도 괜찮단겨?







정상부에 올라서니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손도 시렵고 춥다. 장갑과 윈드자켓을 꺼내 입는다. 장갑은 금세 젖어 버렸지만 그래도 안낀것 보단 낫다.






몰아치는 비바람에 대충대충 앵글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댄다.




























정상은 서 있기조차 힘들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간신히 사진한장 담고 서둘러 내려선다.(08:10)




















































































그동안 용담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지나는 사람이 과남풀이라 한다.







용담은 꽃이 피면 꽃모양이 구슬봉이와 비슷하다는데 아직 활짝 핀 꽃을 본적이 없는지라 꽃이 피기전엔 어떤게 용담인지 과남풀인지 당최...














이 꽃도 그동안 투구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투구꽃인지 지리바꽃인지 모르겠고







투구꽃의 돌골(씨방)은 3개가 달리고, 지리바꽃의 돌골은 5개가 달린다는데 씨방은 어디에 달렸는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봐도 당최...





















제석봉도 천왕봉 못지안게 바람이 거세다







어쩌면 모델들마다 다 맞바람을 맞아야 하는 곳에 있는지...































































취사장으로 들어가 흠뻑젖은 몰골도 정리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쉬어간다.(09:25)

계획은 세석까지 걸음 해 한신계곡으로 내려설 예정였는데 이 날씨에 미치지 않고서야... 카메라는 배낭안에 넣고 다시 우의를 꺼내입고 바로 백무동으로 내려선다.






참샘에 도착 머리부터 휑구고 땀을 씻어낸다. 이 곳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세수만 해도 손이 얼얼할 정도인데 근래 비가 많이 내려선지 예전같진 않다..

이제 내리던 비도 잠잠해지는 것 같아 우의는 벗어 배낭에 넣고 카메라를 다시 꺼내든다.




















예전 다리는 철거를 하든가하지 그대로 방치 해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건지...







거짐 다 내려섰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기전에 계곡물에 풍덩~ 옷을 갈아입고 백무동으로 내려서 걸음을 마친다(12:50)







비빔밥 한그릇 비우고 오후 1시 30분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귀경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