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가을이 아닌겨~
이건 겨울인겨~
4시간 넘게 밤길을 달려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5분...
차에서 내려니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 소리가 흉악스럽기까지 한게 오늘 능선길에서 맞닥트릴 바람이 어떨지 가늠이 된다.
한자리수로 떨어진 기온도 산행내내 7도 언저리를 맴돈다.
3년전에도 얼음이 얼어있을 정도로 기온이 낮았는데 체감상으로 느껴지는 추위는 오늘이 더한 것 같다.
환종주 장도에 오른 열한분을 보내고 차에 들어와 1시간정도를 머물다 새벽 04시 55분에 걸을 시작한다.
걸음을 재촉할 일은 없으니 간월산까지 2시간을 잡고 살방모드로 배내봉으로 올라선다.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함박등-채이등삼거리-청수중앙능선-죽전마을(베네치아)
05:30
능선에 올라서니 역시 예상했던데로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벗었던 웃옷을 다시 꺼내 입는다.
배내봉엔 돌탑도 새로 생겨났다.
능선길은 어제 내린 비로 질척이다보니 간월산까지 가는 걸음을 불편하게 한다.
문수산 앞쪽은의 불빛은 언양, 뒷쪽은 울산, 남암산 뒷쪽 오른쪽으론 울산공단
06:15
날이 밝아져 카메라를 꺼낸다.
지금쯤 종주팀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나?
멤버들 면면을 볼때 선두권은 천황봉을 지나 재약산을 향해 달리지 싶다.
가까이에 있는 산이라면 신불공룡과 간월공룡도 이어볼텐데...
07:00
억새가 보이지 않는다.
억새밭인데 억새밭이 아니다.
3년전엔 이랬는데...
잡목들이 번성해 가면서 억새밭이 초토화 되고 있다.
3년전엔 소나무 말고는 잡목들은 보이지 않았었다.
간월재의 주 무대격인 이곳 억새밭 만큼은 온전해 보이긴 하나 여름날의 폭염 탓일까?
영남알프스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그 모습이 처참하다.
은빛물결을 이루며 반짝거렸을 하얗게 핀 꽃들도떨구어져 나갔고 어제 비가 내린탓인지 야영객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화석 규화목을 볼 수 있다.
중생대 시대의 규화목은 화산활동이나 홍수 등 강한 힘에 의하여 파괴된 목재조직이 산소가 없는 수중환경으로 이동하여 매몰된 후 지하수에 용해되어 있던 다양한 무기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목재조직의 세포내강 또는 세포간극에 물리.화학적으로 침적 또는 치환되어 형성된다고 한다.
하늘이 열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간월재
간월재 대피소에서 아침요기를 하며 쉬어간다.
08:15
아침요기를 든든히 하고 신불산으로 향한다.
복장과 표정들을 보면 한겨울 같다.
실제 춥기도 하다.
간월공룡과 뒤로 고헌산
.
영남알프스를 처음 접했던게 12년전(2012.10.14) 운문산-가지산-천황산-재약산-영축산-신불산-간월산을 잇는 47.5km 태극종주길인데 첫날 운문산-가지산-천황산-재약산 구간 32km를 힘들게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영축산을 지나 채이등에서 죽전마을로 하산할 예정이다.
09:10
신불산
돌탑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빛내림
신불재로 내려서는 구간에서 오늘 가장 강한 바람을 맞는다.
몸이 밀려날 정도다.
신불재 억새도 초토화 상태다.
신불재
영알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들어선다.
아리랑, 쓰리랑 릿지
저 릿지가 북한산에 있다면 수 없이 찾았을게다.
은빛억새물결은 없지만 참 아름다운 길이다.
우리는 미래의 어느 순간이 더 아름다울거라고 상상하지만 오늘의 이 아름다움을 놓친다면 내일이 더 아름다울거라는 보장은 없다.
10:25
영축산에 와서야 일행들을 다 만난다.
10:50
환종주팀 선두그룹에 선 멤버들을 연달아 만난다.
7시간여만에 여기까지 왔으니 대단들 하다.
이 페이스라면 배내고개까지 12시간내 가능하지 싶다.
11:25
함박등에서 환종주팀 후미그룹을 만난다.
죽전마을에서 죽치고 있을거라 했는데 독한 사람들이여~ ㅎ
이 중 금마타리님은 신불재에서 탈출
함박등을 지나 채이등 삼거리에서 청수중앙능선을 따라 죽전마을로 내려선다.
산죽길에 들어서니 키를 넘을정도로 훌쩍 자란 산죽들이 낯설게 한다.
산길을 다 내려와 청수골을 건너는데 징검다리가 되는 바윗돌에 이끼가 껴 상당히 미끄럽다.
한분이 미끄러져 풍덩한채 건넌다.
뒤에 오는분들 도와준답시고 다시 돌아가 그 바윗돌을 밟았다 미끄러지면서 물속으로 고꾸라진다.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두번이나...
카메라까지 샤워시키는 바람에 식겁했는데 다음날 작동을 해 보니 다행히 이상은 없는 것 같다.
고꾸라지면서 디딘 왼손바닥이 아직도 아프다.
14:00
청수골 계곡물에 그지깡깽이가 된 신발과 바지가랭이를 씻어내고 베네치아에서 걸음을 마친다.
태봉교 건너에 있는 싸가지 없는 부산식당과 달리 비빔밥(12,000)과 사골한우국밥(12,000)이 있어 가볍게 혼밥도 가능한 식당이다.
음식맛도 좋다.
특히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미역국이 참 맛있다.
영알 가시는분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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