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넘어서는 폭염과 열대야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폭염에 산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에효~ 은근히 귀차니즘이 발동된다. 그렇다고 방콕에서 지낼수도 없는일... 오랫만에 출사나 나가보자.
토욜밤 자정을 넘겨 0시 30분에 집을 나서 안반덕에 도착하니 03시 30분.
이른 시간임에도 일출 포인트엔 진사들이 100여미터나 늘어서 진을 치고 있는데 그 인원이 족히 300명은 넘어 보인다.
이후에 도착한 진사들까지 합하면 대략 400명쯤은 찾은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이다. 별을 보는 날은 일출은 별 볼 일 없는데...
역시나 구름한점 없는 하늘은 밍밍하기만 하고...
예상데로 일출모습도 밍밍하기만 하다.
일출풍광은 꽝 였지만 대신 마불링 잘 된 산겹살이 멋드러지다.
아랫 동네는 짙은 안개지만 이 곳에선 멋진 운해다.
멀리엔 만덕봉(좌)과 두리봉이. 그 뒤로는 석병산인 듯
오늘 모인 진사들의 장비값을 합하면 억 소리가 날 거다.
늦게와 포인트에서 밀려난 진사들
왼쪽에 있는 벡발의 할무이는 작년 가을날 대둔산에서 만났던 분이다.
멍에 전망대
뒷쪽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옥녀봉)이 일출 포인트
버스가 두대나 와 있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위치한 안반데기는 해발 1,100m의 고산지대로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이곳의 지형이 떡메로 떡살을 내려칠 때 쓰는 안반처럼 생긴 덕(산 위에 형성된 평평한 구릉)을 닮아 안반덕으로 불린다. 안반데기는 안반덕의 강릉 사투리다.
태백 매봉산과 귀네미마을, 정선 미탄의 육백마지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고랭지 채소밭으로 유명한 안반덕의 배추밭은 약 198만㎡, 피덕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옥녀봉(1146m)과 북쪽의 고루포기산(1236m) 일대에 각각 99만㎡씩 조성되어 있다.
안반덕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대에 개간됐다. 더 이상 산에 불을 지르지 말고 정착해 살라고 화전민들을 황무지인 안반덕으로 불러 모았다. 직접 개간한 땅울 나눠준다는 솔깃한 제안에 강원도 산간 곳곳에 흩어져 살던 화전민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곡괭이를 들고 암반덕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자갈과 잡목이 무성한 척박한 땅을 문전옥답으로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겨울에는 폭설로 외부와 단절돼 화전민들은 헬기로 던져주는 식량과 가을에 채취한 도토리로 연명해야 했다.
일부는 개간하던 땅을 버려두고 다시 피덕령을 넘어 하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눈물과 땀방울이 모여 안반덕은 고소득을 오리는 부촌으로 변했다.
안반덕이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로 자리를 잡은 것은 1980년부터다. 이곳에서 재배한 감자나 배추는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아 밭떼기로 팔려나갔다. 처름엔 씨감자와 배추를 번갈아 재배했지만 요즘은 감자농사에 비해 경작 기간이 짧고 일손이 덜 가는 배추를 주로 심는다. 하지만 경사가 워낙 가팔라 배추농사 짓기도 여간 힘들지 않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쟁기질을 위해 포클레인과 소를 동원한다. 경사가 급해 트랙터나 경운기를 이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소도 한 눈 팔다가는 굴러 떨어지기 십상이다.
여기에 나무를 베어낸 탓에 큰비라도 내리면 산을 깍아 만든 배추밭은 쑥대밭이 되기 일쑤다.
안개와 이슬을 먹고 자란 배추가 하동 야생차밭처럼 가파른 등고선을 그리는 안반덕이 가장 아름다운때는 감자꽃이 하얗게 피는 초여름과 배추 속이 차기 시작하는 8월부터 수확을 하는 추석 전후까지, 이때는 초록빛으로 물든 배추밭을 촬영하려는 사진작가들로 비좁은 농로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느림의 미학이 빚은 안반덕 고랭지 배추밭이 아름다운 이유는 긴 세월 소처럼 일하며 맨손으로 억척스럽게 돌밭을 일궈낸 화전민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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