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두번 이상은 찾아봤던 월악산, 소백산, 속리산군에 속한 산들을 짚어 보다보니 문경과 괴산에 걸쳐져 있는 백화산이 빠져있다.
이른아침 주흘산에서 바라보던 백화산의 모습은 군계일학처럼 보였는데 왜 그동안 한번도 찾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에 백화산을 검색해 산행기들을 살펴보니 주로 대간꾼들이나 거쳐가는 산으로 높이만 1,000고지를 넘을뿐 별 특별함은 없어 보인다.
아마도 그동안 찾지 않은 이유도 그런걸게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산행기들을 살펴 보다보니 황학산 오름길에 드넓게 펼쳐진 푸른 풀밭 사진이 눈길을 잡아끈다.
가는잎 그늘사초밭이다.
시기적으로 풀색은 짙은 초록빛을 띄고 있겠지만 그 풀밭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한번쯤 가 볼만한 이유는 되겠다 싶어 고민없이 픽 하고 걸음할 코스를 그려본다.
이화령 - 조봉 - 황학산 - 백화산 - 곰틀봉 - 이만봉 - 시루봉갈림길 - 분지저수지
그동안 한두번이상 찾아 본 월악,소백,속리산 群에 속해있는 산들을 짚어보니 대부분의 산들은 찾아본 것 같다.
황학산과 백화산은 오늘 처음이고...
04:00
렛츠 고~
터널을 지나면 도로 가장자리에 백화산 들머기가 나온다.
야생동물방지휀스에 설치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건 대간꾼들 멘탈공격하는것도 아니고...
이화령에서 백화산까지 거리는 7.7km니 멘탈 흔들리지 마시라.
산길 초반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인해 반바지 차림을 불편하게 만든다.
도저히 안되것는지 다리에 팔토시를 한다.
잡초들은 이슬에 젖어있고 이제 가을이 왔음을 알리려는 듯 귀뚜라미 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핀다.
발칸포진지가 방치된채 흉물처럼 남아있다.
05:50
시간이 너무 이른것 같아 조봉을 400여미터 남겨두고 날이 샐때까지 30분정도 머물다 조봉에 올라선다.
峰이라곤 하나 밋밋한 능선에 정상석을 세워놨을뿐 딱히 峰이라 여길만한 곳은 아니지 싶다.
이화령에서 2.8km지점이다.
이곳 이정표에도 이화령 4.2km, 백화산 5.8km로 표기해 놓았는데 괴산군청 담당자님은 알고나 있나요?
앙증맞은 정상석이 이쁜긴 하다.
키다리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재에 있는 산길은 나름 좋았던 것 같다.
습지도 보이고...
습지를 지나면서부터 가는잎 그늘사초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길 양쪽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가는잎 그늘사초밭이 장관이다.
흡사 초록빛 쓰나미가 덮쳐오는 듯 하다.
6월쯤에 왔더라면 연두빛을 띄고 있어 더 아름다웠을게다.
등로를 벗어나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초록빛 쓰나미속으로 들어가 걸어본다.
하룻밤 야영하기에도 좋을 듯 싶고...
06:50
황학산에 올라 미니사과 하나씩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07:35
흰드메삼거리에 있는 이정표에는 이화령 5.9km, 백화산 1.1km로 표기되 있다.
10km가 여기선 7km로 둔갑했다.
이곳에서 마원리까진 3.1km라는데 어디 믿겠는가?
07:45
이름도 독특한 흰드메 삼거리를 지나 10분 남짓 걸으니 그동안 꽁꽁 숨겨놨던 조망이 시원스럽게 터진다.
정면으로 백화산이 가까이 보이고 백화산에서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 백두대간길을 걷고는 있지만 백두대간 완주를 목표로 하는 산행은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다.
백두대간을 얼마나 짧은 시간에 완주했는가? 몇 회를 왕복했는가?
누군가에게는 산행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겠지만, 누군가는 못 하는 게 아니고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사람마다 산을 대하는 방식이 다를뿐 산은 그냥 그 산길에서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백두대간길을 이어가는 산행은 아닐지라도 그동안 다닌 산들을 대간길로 이어 본다면 대략 80%정도는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짧은 바윗길 구간을 지난다.
산행기에는 엄청 위험한 길로 묘사되 있던데 우리에겐 껌값이다.
08:15
마원성지 갈림길
거리는 믿을게 못 된다.
08::20
이화령을 출발한지 4시간 15분만에 백화산 정상에 올라선다.
백화산이란 이름은 눈이 오면 하얀 천을 두른 것 같다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없다.
배낭을 내리고 김밥으로 아침요기도 하고 맥주도 한캔 비우고 길게 쉬어간다.
백화산에 오를때까지만해도 바람이 불어줬는데 백화산을 지나고부터는 바람이 죽었다.
황학산 풀밭수준은 아니지만 가는잎 그늘사초길을 자주 지나친다.
지나온 능선 뒷쪽으로 조령산이 시야에 잡히지만 아직은 조망이 흐릿하다.
워낙 밋밋한 곳에 조봉이 위치하고 있어 어디인지 가늠이 안된다.
09:45
올라서면 남서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데크가 나온다.
백화산에서 2km쯤 지난 지점이다.
백화산은 아침 샴푸중이고
뇌정산은 샴푸를 끝내가는 것 같다.
뇌정산도 가보진 못했지만 백화산과 다를게 없어보여 영원히 패스다.
10:20
평전치에 내려서니 벤치가 놓여있다.
전망대에서 잠깐 거린데 이런줄 알았드라면 그늘없는 전망대에서 쉬진 않았을텐데...
이곳에서 분지안말까진 2.2km
10:40
뇌정산 갈림길
백화산 2.1km, 뇌정산 2.6km
11:40
사다리재
이곳에서 분지안말로 탈출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분지안말까지는 1.9km
곰틀봉까지는 650m 거리인데 고도 130m를 급하게 높히다 보니 오늘 가장 힘들었던 오름구간였던 것 같다.
곳곳에서 구절초들이 반긴다.
가을이 온 게다.
다음주 지리에서 실컷 볼 수 있을게다.
구름이 걷히고 나니 멀리 월악 영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이만봉
12:05
남서쪽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곰틀봉에 올라서니 산객 한분이 앉아 쉬고 있다.
오늘 산길에서 만난 유일한 사람이다.
이만봉과 시루봉으로 이어가는 대간능선
시루봉은 능선 맨끝 뒷쪽 넘어에 자리하고 있어 보이진 않는다.
조령산과 주흘산쪽 조망
중간에 능선은 백화산으로 올라온 대간능선
12:55
이만봉(990m)
간식과 함께 남은 맥주한캔을 비운다.
백화산까 4.7km?
아니다 5km다.
산길 300m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조령산-부봉-주흘산
이제야 가려져 있던 희양산이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희양산을 거치기엔 무리다.
13:35
계획은 은티마을을 날머리로 삼았는데 분지리 저수지쪽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이 궁금하기도 하고 원점회귀도 가능할 것 같아 대간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이정표는 시루봉 1.8km를 가르킨다.
13:45
자갈길인지 너덜길인지 편치않은 길을 따라 400m를 진행하니 시루봉과 분지저수지 갈림길이 나온다.
분지저수지길로 길을 잡는다.
시루봉 1.4km라 되어 있는데 누군가 0.7km라 써 놓았다.
아무래도 07km가 맞지 싶다.
분지저수지길을 따르게 되면 저수지 아랫쪽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원점회귀를 할 생각으로 저수지 윗쪽방향으로 길을 잡았는데 결론은 개고생길였다.
분지리로 내려서는 길은 전반적으로 경사가 급하지만 마지막 400여미터는 워낙 급해 쭉쭉 미끄러지다시피하며 내려선다.
그렇게 급사면을 내려서고나니 저수지로 흐르는 개울이 반긴다.
물이 얕아 누운채로 땀을 씻어낸다.
15:15
이곳에서 걸음을 끝내고 택시를 콜해 이화령으로...
택시비 18,000원
산에 대해 내공 좀 있어 보이는 기사님이 7월에 오면 곰틀봉에서 하얀색을 띈 솔나리꽃을 볼 수 있다는데 분홍색꽃만 봐 왔던지라 흰색꽃은 어떤지 궁금하긴 하다.
문경읍내로 이동 늦은점심이자 이른저녁을 먹고 귀경길에 오른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차량들로 도로가 막힐거라 예상했는데 왠걸~ 막힘없이 서울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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