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공
룡운해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바람꽃을 선물받은 설악길
[ 11.07.14.일 ]
2주전 하루종일 내린 비를 맞으며 다녀온 설악...
막 피어나기 시작한 바람꽃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지난주 어게인공룡하자고 멤버까지 꾸려 놓고도 또 일욜날 장맛비 예보가 있어 취소한 후 다시 설악에 들기로 한다.
정산이 있는날이라 번개공지는 못하고 지난주 함께하기로 했던 멤버들한테 콜하니 다들 오케이한다.
수시로 날씨예보를 체크하는데 목요일까지만해도 비 예보가 없더니 금욜날 아침 예보를 보니 일욜 새벽부터 오전까지 비 예보가 떠있다.
그러거나말거나다 지난주도 같은 예보를 보고 취소했던건데 이번주는 무조건 고다. ㅎㅎ
토욜아침 눈을 뜨자마자 설악산 날씨예보를 보니 06시부터 오전중 약한 비가 온다는 예보로 조금 바뀌더니 토욜오후 5시 예보엔 새벽 3시부터 06시까지 10~27mm로 또 바뀐다.
예보대로라면 운해 뜰 확률은 99%인데.. 관건은 몇시에 입장을 시켜주느냐다.
토욜밤 10시30분에 당산역에서 멤버들을 태우고 레츠~ 설악으로 가여~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1시30분... 차를 세우자 마자 주차관리원 아자씨 수금하러 납시는데 아자씨한테 건넨 내 첫마디... "지금 들어갈 수 있능가요?"
오메~ 들어갈 수 있다네요. ㅎㅎ
야호~
소공원 - 천불동계곡 - 무너미고개 - 신선대 - 희운각 - 소청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화채능선 - 칠성봉 - 용성폭포 - 소토왕골 - 소공원
01:45...부처님한테 1만량 시주하고(인당 2,500량) 요이땅~
03:45(2시간경과)...양폭대피소
30여분을 머문 후 다시 출발하는데 대피소에 있는동안 그렇게도 거세게 내리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무너미고개 오르는 깔딱길에 들어서고서부터 아예 그쳐준다.
여기까진 일기예보 100% 적중
05:25(3시간40분경과)...무너미고개
뒤쳐져 오르는 상훈님을 한참동안 기다려도 오질않아 공룡능선쪽으로 오라 소리친 후 신선대로 향한다
소공원8.3km/양폭대피소1.8km/희운각대피소0.2km/대청봉2.5km/마등령4.9km
신선대에 오르며 수렴동계곡쪽에 피어 오르는 운무를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06:15(4시간30분경과)...신선대 안부에 오르고...
무너미에서 이곳 안부까지는 약 700m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참고 : 국토지리원지도엔 이곳이 '무너미고개'라 표기되어 있고 무너미고개로 알고 있는곳은 '부내고개'라 표기 되어 있다
아~ 이 얼마나 미치도록 그리던 그림이던가
아~~~ 이 감탄사말고 더 무어라 표현하리
시시각각 변하는 운해경은 같은 그림이면서 다른 그림이다
함께한 동지들
용아 등줄기에도 운무쑈가 힌칭이다
09:40(7시간55분경과)
아니 시간이 이리도 빠르게 흘렀단 말인가?
공룡의 모습에 취해 3시간이 훌쩍 넘도록 머물다 아쉬움 가득안은채 못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소청, 대청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10:10(8시간25분경과)...희운각 대피소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고녀석 라면도 잘먹네~
11:10(9시간25분경과)...1시간동안 머문 후 다시 출발
신선대쪽으로 운무가 몰려간다
끙~
오름길이 힘들어 릿지길로 오름한다
아직도 공룡은 쑈쑈쑈중
차라리 릿지길이 편하다
지금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모습은 어떠할까?
아쉬움 가득안고 발길 돌렸었는데 사뭇 궁금해진다
12:45(11시간경과)...소청아래 헬리포트에서 금희님이 얼려온 카스와 함께 간식타임을 갖는다
선물이라도 주는 듯 개스에 갇혀있던 용아가 간간히 햇살까지 드리워지며 활짝 열린다
그대들 오늘 땡잡은날유~ ㅎㅎ
소청에서 30분가까이 머물다 다시 출발
외설악쪽은 완전 구름에 긷힌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이~^^* 넌 누구니?
13:25(11시간40분경과)...중청 대피소
잠시 머물며 복숭아 항개 먹고... 상훈님 딱딱한 복숭아 먹다 의치4개 절단났다 ㅋㅋ
이제 바람꽃 만나러 대청으로
14:15(12시간30분경과)...대청봉
우리도 반대유
설악산과 지리산, 북한산에서 케이블카설치반대 1000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한다.
마지막 1000일째가 MB정권 끝나는 날이라는데...
간간히 1~2초동안 하늘이 열렸다 이내 닫혀 버린다
14:45(13시간경과)...구름속에 갇혀있는 화채길로 슬며시 스며든다
잣나무마다 열린 잣송이들이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다
16:35(14시간40분경과)...갈림길
사진상으로 우측(진행방향으론 왼쪽)길은 망경대를 거쳐 양폭대피소로 이어진 길인데 한번도 가보지 않은길이라 늦어진 시간임에도 감히 엄두를 못내고 화채봉쪽으로 진행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란 속담과 아는길도 물어 가란 속담처럼 산행시 갈림길 같은 길이 애매모호한 곳에서는 S.T.O.P 을 활용하는게 좋다.
Stop(멈추고), Think(생각하고), Observe(관찰하고), Plan(계획하라)
16:50(15시간5분경과)...화채봉
좌측길로 진행하다 오름길이 있는데 어차피 개스 때문에 조망이 꽝인데 오른들 무엇하리... 패스
금단구역인만큼 무성해진 나무들로 인해 화채길은 정글수준이다
세번째 조망처인데 보이는건 없어도 잠시 쉬었다 가자구요
가운데 팔꿈치처럼 구부러진곳을 지나오다 별 여러개 보았다
으찌나 아프던지... ㅋㅋ
근데 이게 끝이 아니란거... 한참 진행하다 또 한번은 나뭇가지가 꺾여있는 뾰족한곳에 정수리 부분을 찍였단거...
지금도 만지면 무자게 아프다
으메~ 이게 머시다냐~ 반가워라~
올핸 솜다리를 못 보고 지나는줄 알았는데...
천길 낭떨어지
18:20(16시간35분경과)...칠성봉
칠성봉 주변에도 바람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19:30(17시간45분경과)...이후부터 가는 빗줄기가 내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관계로 사진촬영불가
칠성봉을 내려서면서부터는 비가 내렸었는지 나뭇잎에 묻어 있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털어내며 진행하다보니 빤스까지 젖어온다.
칠성봉까진 까딱없던 신발속도 바지가랭이로 흘러내린 빗물은 어쩔수 없었는지 신발속에선 깨구락지가 울어대기 시작한다.
아침이후 비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계곡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약한 빗줄기가 계속이어진다.
알탕하고 옷을 갈아 입을려 했는데 비까지 내리는 상황인지라 그냥 옷 입은채로 계곡물에 풍덩... ㅎㅎ
칠성봉을 내려와 용성폭포(?)까지는 희미하지만 길이 뚜렷해 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지만 이후부터는 소토왕골 계곡을 여러차례 넘다들어야 하기 때문에 길 찾기가 쉽지않다.
계곡을 넘다들때마다 발길흔적없는 바위길인데다 어둡긴하지.. 짙은 개스로 랜턴불을 비춰도 겨우 2~3미터앞밖에 보이질 않지.. 오랫동안 비까지 내린터라 빗물에 등로의 흔적마져 없어졌지...
아차하면 조난당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예전 희미한 기억과 경험에서 나온 직감으로 알바없이 길을 찾아 무사히 내림한다.
딱 한군데서 50여미터를 왔다리갔다리 했는데...
거짐 다 다 내려온 지점인데 선명하게 나있던 길이 딱 끊기는게 아닌가
아무리 찾아봐도 길의 흔적을 찾을수가 없어 왔던길로 다시 돌아가 등로 비스므리한곳을 찾아 진행하는데 헐~ 이길은 길이 아닌겨~ ㅋㅋ
다시 길이 끊겨있던 곳으로 돌아가 무성해진 나무가지를 헤치고 조금 진행하다보니 뚜렷한 등로가 눈에 들어온다. 휴~
무사히 안전지대로 내려선 후 다같이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다들 수고들 혔쓔~ ㅎㅎ
22:25(20시간40분경과)...휴~ 끝났다
화장실에서 젖은옷을 갈아입고 척산온천 지나 순두부집에 들러 늦은 저녁을 먹은 후 귀경길에 오른다.
다들 피곤혔는지 이내 꿈나라로 떠난다.
난 귓볼 비벼대며.. 꼬집으며.. 가끔 뺨도 때리며 졸음 떨쳐내느라 혼났구만유 ㅎㅎ
숙대앞에 수목이님 내려 드리고, 홍대앞에 금희님과 상훈님 내려 드리고 집에 오니 새벽 2시가 넘었다.
화채길에서 보는 느무느무 멋진 외설악의 속살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화채길을 택한건데 개스 때문에 조망도 꽝이고 어둠속에 험난한 길 내림하시느라 수고들 많았습니다.
스무시간 넘도록 님들과 함께한 설악의 추억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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