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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지리산

【13.05.05(일)】21.지리산무박종주

 

 

 

 

5월초, 이때쯤이면 신록도 좋고 암릉길에 피어있는 진달래도 이쁘고 해서 도봉산으로 발걸음이나 해 보까 하고 번개산행을 공지했는데 사흘이 지나도록 먼 입질들만 하는지 왕 짜증이다.

미적거리는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취소 해 버리고 지리산 당일종주길이나 도전 해 보기로 한다.

지리산종주라 하면 노고단고개에서 천왕봉까지 25.5km를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하는 화대종주(46.2km) 와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33km) 하는 종주룰 지리산 종주라 한다.

그동안 1박을 하는 종주는 여러차례 해 봤지만 당일종주는 처음인데다 작년 영알태극종주 첫날에 맛 본 개고생의 트라우마까지 있는지라 비슷한 거리를 걷는다는게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당일종주는 무엇보다 배낭무게가 관건일 것 같아 물과 간단한 행동식, 갈아입을 옷가지만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꾸려 보지만 내게는 에너자이저가 되 주는 카메라와 gps를 빼 놓을 순 없는 일...

그다보니 늘 남들보다 3kg 정도를 더 짊어져야 하는것도 팔자라면 팔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종주길에선 카메라가 짐짝처럼 느껴졌다는 사실.. ㅋ

 

새벽 1시 반쯤 오수휴게소에서 라면하나로 대충 요기를 하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새벽 03시15분.

차에서 내리니 깜깜하늘엔 별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데 아뿔사~! 장갑을 빼 놓고 왔다. ㅋ

 

 

 

 

계곡에서 머문 시간을 감안하면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14시간 쪼금 넘은 것 같다.

 

 

 

지리산 화대종주 및 주능선종주 구간별 거리

 

화업사 -7.0km- 노고단

 

성삼재 -2.5km- 노고단 -3.2km- 임걸령(5.7/10.2) -1.3km- 노루목(7.0/11.5) -1.8km- 화개재(8.8/13.3) -1.2km- 토끼봉(10.0/14.5) -3.0km- 연하천(13.0/17.5) -2.1km- 형제봉(15.1/19.6) -1.5km- 벽소령(16.6/21.1) -6.3km - 세석(22.9/27.4) - 3.4km - 장터목(26.3/30.8) -1.7km- 천왕봉(28.0/32.5) -2.0km- 로터리(30.0) -3.3km- 범계교(33.3) -2.0km- 중산리(35.3)

 

천황봉(32.5) -0.9km- 중봉(33.4) -3.1km- 치마목(36.5) -1.8km -삼거리(38.3) -4.4km- 유평리(42.7) -1.5km- 대원사(44.2)

 

 

 

 

요이땅~(03:30)

오늘 일출시간이 05:35이니 좀 서둘러 가면 삼도봉에서 일출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맨 선두에 서서 잰걸음으로 가는데 에효~ 손시려워라.

 

 

 

 

 

노고단 대피소(04:00/30분경과)

 

 

 

 

 

 

임걸령(05:00/1시간30분경과)

그동안 늘 그냥 지나쳤던 샘인데 처음으로 이 물을 마셔본다.

임걸령은 조선 명종(明宗)때의 초적두목 임걸년(林傑年)의 이름에서 유래된 곳이다.

임걸년에 관한 자세한 내력은 알 수 없지만 이곳에 진을 치고 군사와 말을 길렀다고 하는데 실제로 임걸령 부근에서는 마구와 활촉등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노루목(05:25/1시간55분경과)

노루목은 반야봉의 지세가 피아골 방향으로 흘러내리다 이곳에서 멈춰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는 형상의 바위로 이루어 졌다하여 노루목이라 한다고 한다. 

 

 

 

 

 

삼도봉(05:38/2시간 8분경과)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 3개도가 접하고 있는 삼도봉은 일명 날라리봉이라고도 하는데 실제 국립지리원지도에는 날라리봉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민주지산에 또 하나의 삼도봉이 있는데 이곳은 충청북도, 경상북도,전라북도 3개도가 접하고 있다.

 

 

 

 

 

 

 

 

 

 

 

 

 

 

 

 

 

 

삼도봉에 먼저 도착해 여명빛을 담고 있는데 금세 일행들도 도착해 다함께 일출을 맞는다.

 

 

 

 

 

 

05:44

 

 

 

 

 

 

 

 

 

 

 

 

 

 

 

 

 

 

 

 

삼도봉부터는 선두를 뒤 따라 가는데 왠 걸음들이 그리 빠른지 사진 한컷 담고보면 저만치 내빼고 있다. 

화개재로 내려가는길은 400개가 넘는 길고 긴 계단을 걸어야한다.

화개재에서 삼도봉으로 오를땐 뒤질랜드겠지만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갈땐 계단 싫어하는 사람들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문제는 내려가는 만큼 다시 올라가야한다는...

 

 

 

화개재(06:03/2시간33분경과)

화개재는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장터 중 하나로, 경남에서 연동골을 따라 올라오는 소금과 해산물, 전북ㅇ서 뱀사골로 올라오는 삼베와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하던 장소였다.
지금은 지역간 도로가 개설되어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하고 있지만, 옛날에는 어떻게 짐을 지고 이 곳을 오르냈을까나...

 

 

 

 

 토끼봉 오름길부터는 얼레지며 하얀 태백제비꽃, 개별초 등등의 야생화들이 즐비하게 도열하고 있어 그나마 볼품없는 칙칙한 산길에 눈길을 붙잡는다.

 

 

 

 

 

 

 

 

 

 

 

 

 

토끼봉 헬리포트(06:34/3시간 4분경과)

토끼봉이란 명칭은 주변에 토끼가 많다거나 봉우리가 토끼 모양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반야봉을 기점으로  24방위의 正東에 해당되는 묘방(卯方)이라 해서 토끼봉(卯峯)으로 부르는 것이라 한다.

 

 

 

 

 

아침햇살이 내려앉은 산자락이 참 곱고 이쁘다.

 

 

 

 

 

 

 

 

 

 

 

 

 

연하천(07:30/4시간경과)

잠시 쉼을 하는동안 무거운 근심도 내려놓고...

 

 

 

 

 

 

 

 

 

형제봉에 오르던 중 성삼재에서 보던 별들보다 많은 별을 본다.

땅만 보고 가다 커다란 바위옆을 지나면서 그만 튀어나온 바위밑을 정통으로 언더헤딩한게다.

악~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주저 앉았지만 앞에가던 일행들은 비명 소리를 못 들은건지 그냥 내빼기 바쁘다.

어찌나 세게 부딛쳤던지 한동안 정신이 어질어질한게 꼭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장면(기능이 망가질때마다 찌직거리면서 기억화면이 왔다리갔다리하는) 같았다는... ㅋ

머리를 만져 상태를 확인 해 보니 다행히 피는 안 보이는데 부딛치면서 목이 눌렸는지 뒷 목 아랫쪽 뼈마디가 욱씬거리는게 컨디션마져 다운시켜 놓는다.

그나마 평평한 바위면에 부딛쳤기 망정이지 머리 빵구나는 줄 알았다. ㅋ

 

 

 

벽소령이 눈에 들어온다.

 

 

 

 

 

 

형제봉을 넘어(08:25/4시간55분경과)

 

 

 

 

 

 

 

 

 

 

 

 

 

 

 

 

 

 

 

 

형제바위

 

 

 

 

 

 

 

 

 

 

 

 

 

 

 

 

 

 

 

 

 

 

 

 

 

 

 

벽소령에서 잠시 쉼 하면서 도넛으로 허기를 달랜다.(08:57/5시간27분경과)

 

 

 

 

 

 

 

 

 

 

 

 

 

 

 

 

 

 

 

 

 

 

 

 

 

 

 

선비샘(09:55/6시간25분경과)

덕평봉 오를때부터 무릎뒷쪽 근육이 땡기기 시작하드니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럴땐 맨소레담 맛사지가 제격인데 구급낭을 안가져온터라 한대장한테 스프레이 파스를 달라해서 임시처방을 해 보지만 내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이곳에서 잠시 쉴 법도 하건만 일행들은 가기 바쁘다.

 

 

 

 

 

 

 

 

 

 

 

 

 

 

 

 

 

 

 

 

 

 

 

 

 

 

 

지리종주는 처음이라는데 첫 종주를 이런 빡신 종주를 하다니... 원통님 박수를 보냅니다. ㅎ

 

 

 

 

 

 

 

 

 

 

 

 

 

빵신봉 오르는 뒤질랜드계단 아래엔 아직도 눈이 다 녹지 않은채 남아 있다.

 

 

 

 

 

 

뒤질랜드계단 상단 쉼터에서 바라 본 천왕봉

 

 

 

 

 

 

 

 

 

 

 

 

 

 

 

 

 

 

 

 

 

 

 

 

 

 

 

 

 

 

 

 

 

 

빵신봉(11:40/8시간10분경과)

가을이면 구절초들이 양쪽으로 도열하고 맞이 해 주는데...

 

 

 

 

 

 

 

 

 

 

 

 

세석(11:45/8시간15분경과)

보통 1박 종주땐 열한,두시간인데 23km(2.8km/h)를 여덟시간이라니...

먹거리를 나눠 먹으며 한참을 쉼 하면서 물수건으로 소금기 가득한 얼굴도 씻어내주고.. 발도 씻고.. 매점에서 양말 한켤레 구입해 갈아신는다.

 

 

 

 

 남은 여정길에 오른다.(12:30)

체력들이 많이 떨어졌는지 세석부터는 발걸음들이 더뎌지는게 세석까지 왔던 걸음하곤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세석까지 23km(2.8km/h) / 중산리까지 10km(1.9km/h)

 

 

 

 

 

 

 

 

 

 

 

 

 

 

 

 

 

 

 

 

 

 

 

 

 

 

지나온 능선길이 아득하다.

 

 

 

 

 

 

 

 

 

 

 

 

 

 

 

 

 

 

 

 

참 아름다운 길인데 지금은 그저 힘든 길로만 보이니...

 

 

 

 

 

 

 

 

 

 

 

 

 

 

 

 

 

 

 

 

잠깐 쉬 좀 혔드니만 그새 일행들이 안 보인다.

 

 

 

 

 

 

어느새 저맨치로 도망갔넹~

 

 

 

 

 

 

에효~ 2.1km가 21km로 느껴진당께

 

 

 

 

 

 

장터목(13:58/10시간28분경과)

 

 

 

 

 

 

바닥난 체력으로 점점 뒤 쳐지길래 장터목에서 쉬지도 않고 제석봉으로 먼저 올라서보지만 채 100미터도 못가 추월 당하고만다.

 

 

 

 

 

 

지리산 하면 늘 그립고 설렘 그 자체였는데 오늘만큼은 그 그립고 설렘으로 걸었던 이 길이 악마의 길로만 느껴진당께.

에효~ 힘들다.

 

 

 

 

 

겨울이면 이 나무가지에 빙화가 반짝반짝 빛나곤 했는데...

 

 

 

 

 

 

 

 

 

 

 

 

 

나만 힘든게 아닌가벼~ ㅋ

 

 

 

 

 

 

통천문이 염라대왕 만나러 가는 문 처럼 느껴진다.

 

 

 

 

 

 

힘들어 죽것으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를 꺼내 풍경을 담곤 있지만 오늘처럼 카메라가 짐짝처럼 느껴지긴 츰 이지싶다.

 

 

 

 

 

 

 

 

 

 

 

 

 

아~ 한발 내딛는게 이리 힘들다냐~ 악마길인가벼~

 

 

 

 

 

 

천왕봉(15:03/11시간22분경과)

에효~ 맨 꽁찌로 장터목에서 1.7km 거리를 겨우 1시간만에야 올라왔다.

 

 

 

 

 

 

 

 

 

 

 

 

제 정신이 아니다 보니 조리개를 활짝 열어놓은채로...

 

 

 

 

 

 

이제부턴 중산리까지 고도 1300여미터를 사정없이 떨어트려야 한다.

 

 

 

 

 

 

 

 

 

 

 

 

 

 길이나 순하면 좋으련만 거친 돌길을 하염없이 내려서야하니 죽을 맛이다.

 

 

 

 

 

 

개선문

 

 

 

 

 

 

헐~ 일주문이 읍써졌다.

 

 

 

 

 

 

왠일인가혔드니만.

 

 

 

 

 

 

 로타리산장(16:15/12시간45분경과)

순두류로 내려가 버스를 타고 가느냐 그냥 가느냐 하다 정석대로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아~ 근디 이느무 내림길이 오늘따라 왜 그리 급하고 길기만 하던지.. 작년 영알종주때 죽전삼거리에서 죽전마을로 내려서는 것 같네그려. 

한마디로 죽을맛이라는거. ㅋ

 

 

 

 

이제 급한 내림길은 끝나고 룰루랄라길이지만 난 웃음이 안나온당께.

 

 

 

 

 

 

하루종일 칙칙한 색만 보다 이제서야 싱그러운 연두빛 신록을 본다.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 머리감고.. 세안하고.. 세족하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뚱아리도 닦고 옷을 갈아입고나니 좀 살만한 것 같다.

뒤 늦게 주차장에 가 보니 다들 아랫쪽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미안케스리 한대장만 혼자 남아 기다리고 있다.

얼릉 택시 잡아타고 주차장으로(택시비 5천량)

뭐라도 먹고 가자 하니 그러면 밤11시전엔 도착은 요원하고 원통님 집도 양평이라며 난처 해 한다.

한대장 본인 집도 먼 곳이다보니 아차하면 택시비 4만량 깨질거구.. ㅋ

다행히 원통님은 진용님과 희망님이 오케이싸인을 받아냈다며 걱정말라는데 그냥 갈 수 있능가.

풀메님한테 각출할때 한대장 택시비까지 감안해서 받으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가 산채비빕밥을 시켜놓고 급한 쏘맥부터 한잔씩 돌리는데 다들 물 마시듯하네 그려~

능선에님도 거푸 두잔을 거뜬하게...ㅋ

근데 중간에 인원수를 헤아리다 보니 산님인가 하는분이 보이질 않는다며 전화를 하드니만 헐~ 아직도 내려오는중이라하네그려~

반야봉에 올랐다 오느라 내내 혼자서 걸음했다한다.

뒤풀이 안하고 그냥 출발혔드라면 워쩔뻔혔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