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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선 가을...
그 가을을 맞으러 지리산으로 떠나본다.
이때쯤 지리산의 매력이라면 천왕봉부터 세석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가을야생화들이 아닐런지...
근래들어 아랫동네에 많은 비가내려 혹시나 꽃들이 상하지나 않았으까 하는 염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상태 양호하다는 이형석님의 전갈을 받고 설레임이 가득 해 진다.
이번 지리길은 빈 자리 하나없이 만차다.. 대기자들까지 나오고...
09년 11월 22일 월출산 산행을 시작으로 산지기와 인연을 맺은 이 후 츰이지 않나싶다.
일반 안내산악회라면 좋은 현상이겠지만 산지기 컨셉으론 좀 과한 인원이다보니 결국 앞서간 일행들이 엉뚱한 길로 올랐다 빠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마침 순천에 사는 블친 풍경소리님한테 연락이 와 함께 하기로 하고 중산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산청휴게소에 들러 국밥 한그릇 뚝딱하고 중산리에 도착하니 새벽 4시 반이다.
윗쪽 주차장으론 버스진입을 통제하다보니 차를 돌릴만한 곳 까지 올라 하차하고, 내리자마자 먼저 800여미터 포장길을 걸어올라가 풍님과 반갑게 해후한다.(04:40)
풍님은 새벽 3시에 도착했다는데...
중산리 - 유암폭포 - 천주골(통신골)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 - 연하봉 - 촛대봉 - 청학연못 - 거림 / 17.9km
이곳까지 40분, 렌턴불을 켜고 올랐는데 어느새 산자락에 햇살이 드리워지고 있다.(06:20)
유암폭포에서 잠시 쉼 하는동안(06:40)
다들 인증샷 남기느라 정신들이 없다.
이제 통신골로 들어선다.(06:55)
통신골은 천왕봉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神과 通하는 골짜기라해서 통신골이라 부르는데 하늘과 통한다 하여 통천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탐방객들과 지역주민들이 다르게 부르고 있는 지명들을 바로잡기 위해 국공단 지리산 사무소에서는 지난 4월부터 명소 이름찾기 사업을 시작,
1단계로 명소 이름찾기 TF팀을 구성 조사를 펼쳐 지명 제정이 필요한 명소 8곳과 지명 변경이 필요한 2곳을 선정, 통신골로 불리는 곳을 천왕봉 정상 바위에 새겨진 글자(天柱)를 따 천주골로,
개선문은 통천문과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개천문으로 지명 변경을 추진중이라 하니 조만간 통신골은 천주골로, 개선문은 개천문으로 바뀔 것 같다.
통신골은 천왕봉 생성 흔적을 볼 수 있는 협곡이기도 하다.
이 검은 암반층은 화산폭발당시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이 아닐런지...
이렇듯 통신골은 지리산의 여늬 계곡과 달리 태고의 신비를 간진하고 있는 골이기도 하다.
풍님과는 2011년 1월에 북한산에서 발걸음을 함께한 이후 3년 7개월만이다.
반가워유~ ㅎ
똥고비님 힘든가벼~ ㅎ
저 위에서 우틀해 진행해야 하는데 앞선이들은 체력이 남아도는지 직진본능인지 엉뚱한 골로 마냥 올라선 것 같다.
더 체력좋은 사람은 허벌나게 뒤 따라올라 델꾸 내려오고. ㅋ
아니나 다를까 이 골로 진행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보이넹~(08:00)
체력 좋은분들 내려오길 한참을 기다리고...
20여분동안 기다림과 휴식을 끝내고...
일출봉이던가?
삼다수맛이 좋을까 천주수맛이 좋을까
멀리 억불봉-상봉-따리봉-도솔봉으로 이어진 백운산의 산그리메가 시야에 들어온다
09:05
통신골 끝이 가까워져간다.
저 곳만 오르면 능선길이다.
이제 골을 다 빠져 나왔다.(10:05)
대발님은 동행한분의 컨디션 난조로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함께 탈출해야만 했으니 속이 을마나 쓰렸으까...
구름들의 춤사위에 멀리 반야봉과 만복대는 숨박꼭질중이다.
저 멀리엔 덕유산이...
구름들의 춤사위덕에 아름다운 풍광들이 펼쳐진다.
풍님이 담은 그림들은 어떤 모습들일지...
이제 천왕봉 주변에 펼쳐진 가을꽃들과도 눈 맞춤을 해 본다.
천왕봉 주변엔 산오이풀, 구절초, 쑥부쟁이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가 걸어도 좋을듯한 꽃 길이다.
코 끝으로 전해오는 가을향기는 으찌나 찐하던지...
지금도 가을향기가 코 끝에서 맴도는 것 같다.
안내판 아래 바위에 천주(天柱)라는 글자가 새겨 있는데도 그동안 보질 못하고 오늘에야 보게 된다.
아는만큼 보인다 했는데...
천주란 의미를 찾아보니...
산 아래 사람들이 智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라서 上峰이라고 부르는 천왕봉을 김종직은 천주(天柱) 즉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했다고 한다.
1472년(성종 3년) 8월 보름에 함양고을의 원님으로 재직 중 지리산을 올랐던 김종직은 둘쨋날 밤을 천왕봉에서 보내게 되는데 달을 완상하기에 좋은 중추가절임에도 일기가 좋지가 않아 달을 보지 못하자 그 아쉬운 마음을 한편의 시로 남겼다 한다.
시의 내용 중에 승유천주(勝遊天柱)라는 구절이 있는데 김종직이 말한 즐거운 놀이란 천왕봉에 떠오르는 달구경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유두류록(遊頭流錄)」에 나온 시를 옮겨보면...
中秋天王峯不見月(중추천왕봉불견월) 중추절에 천왕봉에서 달을 보지 못하다.
抽身簿領陟崔嵬(추신부령척최외) 공무에서 잠시 벗어나 높은 산에 올랐는데
剛被良辰造物猜(강피양진조물시) 좋은 날 조물주의 강한 질투를 받는구나.
霧漲寰區八紘海(무창환구팔굉해) 안개가 천지에 퍼져 팔방이 바다같고
風掀巖石萬搥雷(풍흔암석만추뢰) 바람은 바위에 몰아쳐 천둥을 일으키누나.
勝遊天柱知難繼(승유천왕지난계) 천주의 즐거운 놀이는 잇기 어려울 듯 하여
淸夢瓊臺未擬回(청몽경대미의회) 경대의 맑은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네
時有頑雲暫成罅(시유완운잠성하) 이따금 구름이 잠시 틈을 보이기는 하나
誰能取月滿懷來(수능취월만회래) 그 누가 가슴에 가득 보름달을 취해 올 수 있으랴.
이후 '천주'라는 용어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고, 후세에 누군가에 의해 '天柱'라는 글씨를 천왕봉 바윗돌에 굵직한 서체로 刻字 해 놓았다고...
휴일날 천왕봉 정상석을 차지하고 단체사진을 남긴다는거 쉽지 않은데 산지기는 해 냈다.
쪽수로 밀어 부친거지 뭐. ㅋ
이제 천상의 화원을 뒤로 하고 천왕봉을 내려선다.
춤사위가 끝난 구름들이 피어 오르면서 온 산을 가리기 시작한다.
통천문
장터목에서 점심을 먹고(11:30~12:05)
연하봉
연하선경쪽은 잡풀들이 많아져서 그란지 개체수가 예전만 못 한거 같다.
연하봉을 오르다 쥐가 나드니만 결국 이곳에서 함께한 걸음을 멈추고 풍님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12:45)
풍님, 반가움이 컷던만큼 아쉬움 또한 컷네요.
오늘 오름의 마지막인 촛대봉에 꽁찌그룹이 올라선다.(13:20)
촛대봉 주변도 천왕봉 못지않는 천상화원이다.
빵신봉 뒤로는 뵈는게 읎다.
천왕봉도 구름속에 숨어 보이질 않는다.
이분들은 통신골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장터목으로 올라 삼겹살파티를 하고 오수까지 즐겼다고...
촛대봉 능선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일행들은 국공의 눈을 피해 촛대봉을 내려서 우회한다.
난 능선길로 숨어숨어...
시루봉도 숨박꼭질중이다.
시루봉쪽 촛대봉 아래로는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다.
꽃들이 으찌나 많던지 발길에 밟히지나 않을까 내딛는 발걸음이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청학연못(14:15)
능선 갈림길에서 한참을 내려섰다 청연 코 앞에서 잘 못 내려온 줄 알고 다시 능선까지 다시 올랐다는... ㅋ
능선에서 이리 멀었던가? ㅋ
반영
이제 희미한 발길흔적을 따라 한참을 내려서 거림-세석길로 들어선다.
일반적인 길이 아닌 딴 길로...
물이 으찌나 차갑던지 난 발을 잠깐만 담가도 발등이 깨질 것 같드만 독종들이 많다. ㅎ
이제 다 내려왔네~(16:35)
그 어느해 가을보다 가을향기가 찐~ 했던 지리산...
땡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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