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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영남권

【15.02.08(일)】07.남덕유산(영각사-삿갓재-황점)

 

 

 

 

올 겨울은 작년 12월에 잠깐 반짝하곤 겨울다운 겨울을 보여주질 못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큰 추위도 없고.. 큰 눈도 내리질 않으니 지리에 가봐도.. 설악에 가봐도.. 제대로 된 겨울풍경을 볼 수가 없다.

그런사이 어느새 입춘도 지나가 버리고...

겨울풍경이 고프다.

겨울이 가기전에 한번만이라도 더 겨울풍경을 봤으면 하는데 기상청의 장기예보로는 그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질 않으니...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남덕유산이나 찾아 보기로 하고 한주내내 기상예보를 살펴보지만 역시 눈 소식은 없다.

그렇다면 기대할 수 있는건 기온과 습도인데 기온도.. 습도도.. 상고대를 피우기엔 좀 부족한 것 같고...

그렇게 한주가 다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일욜에 전국적으로 한파가 밀려온다는 뉴스다.

 

덕유산 산악날씨를 살펴보니 최저최고기온이 영하 14도~10도에다 바람도 초속 6m라는 예보다.

겨울풍경이 고프다고 하늘님한테 문자며.. 카톡이며.. 팩스까지 보냈었는데 그게 통한건가? ㅋ

근데 밤사이 습도가 낮아 상고대를 피울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강한 바람과 낮은 기온에 기대를 걸어보고 토욜밤 자정이 가까워져 가는 시간에 남덕유로 길을 떠나본다.

 

 

 

 

영각사 - 남덕유산 - 월성재 - 삿갓봉 - 삿갓재 - 황점

 

 

 

 

 

 

영각재를 지나 철계단을 오르며(07:10)

 

 

 

집에서 영각사까진 258km.. 3시간 남짓거린데 서두룰것도 없고.. 규정속도에 맞게 크루즈컨트롤로 맞춰놓고 밤길을 달려간다.

덕유산 휴게소에 들러 뱃속도 채우고.. 비우고.. 영각사 입구에 도착하니 새벽 03시 45분.. 주차공간은 텅 비어있고 세찬 바람만 흙먼지를 날리고 있다.

예보로는 초속 6m의 북서풍이 불거라 했는데 아랫쪽 바람이 이 정도면 능선에서 맞는 바람은 장난이 아닐 것 같단 예감이 든다.

 

아직은 시간이 이른터라 잠시라도 눈을 붙혀볼까하고 05시1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청해 보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

그렇게 뒤척이기만 하다 하늘을 살피려 창문을 열었는데 헐~ 눈보라가 치고 있는게 아닌가.

라이트를 켜 보니 가는 눈발이긴해도 내리는 량이 상당하다.

습도가 낮아 상고대를 보질 못 할까 걱정 했는데 하늘님이 그 맴을 아시고 예보에도 없던 눈까지 뿌려 주시는가 보다.

 

 

 

동트기전 철계단을 오르며(07:13)

 

 

 

새벽 05시쯤 차 한대가 올라와 주차를 한다. 아마도 산꾼일게다.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단디 무장을 하고 새벽 05시 30분에 산행길에 나선다.

뒤에 온 차량의 산객 두명도 뒤 따라 나선다.

 

눈발은 세찬 바람과 함께 볼을 차갑게 때려대고 산길은 설탕을 뿌려 놓은 듯 하얗게 변한채 발자국도 남겨놓을 정도로 쌓였다.

눈발은 영각재로 오르는 계단쯤에서야 그친다.

쉼 없이 1시간 반만에 영각재에 올라서니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07:00)

여명빛에 맴이 급해져 쉬지도 못 하고 일출맞을 장소로...

 

 

 

역시 습도가 낮다보니 등성이에 핀 상고대가 시원찮아 보인다.

 

 

 

 

 

 

 

 

 

 

 

 

 

 

 

 

 

 

 

 

멀리 황석산 건너편으로 괘관산-백운산-장안산이... 뒷쪽으론 지리능선이 보일텐데 구름에 숨고...

 

 

 

 

 

 

이제 막 아침해가 솟아 오르려나보다.(07:25)

 

 

 

예상했던데로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세찬 바람에 몸이 휘청거린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던지 몸을 제대로 가눌수가 없을 정도다.

바람 뿐이랴. 추위는 어떠하던가.

사진을 몇커트 담다보면 금세 손가락은 마비가 될 정도고 눈만 남겨두고 버프로 뒤집어 쓴 얼굴은 틈새로 스며드는 칼바람에 볼이 에이는 듯 아리기만 하다.

올 겨울 큰 추위가 없었던터라 핫팩도 안 가져 왔는데... 추워도 느무 춥다.

겨울이 고프다 했드니만 하늘님이 너무 격하게 선물을 주시네그려.

 

 

 

이 곳에서 맞는 새해 첫 날 일출은 금원산 서봉과 동봉 사이로 솟아 오르는데 해가 길어지면서 북쪽으로 많이 옮겨 가 있다.

 

 

 

 

 

 

일출을 맞는다고 10여분 서 있는동안 손가락이 마비된 것 처럼 감각이 없어진다.

어디 마땅히 바람을 피할만한 곳도 없고... 맞바람만이라도 피할 수 있는 바위뒤에 몸을 숙이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녹여본다.

 쓰던 안쓰던 핫팩 한두개 정도는 넣고 댕겼어야 하는건데...

 

 

 

 

 

 

 

 

 

 

 

 

 

 

 

 

 

 

 

 

 

 

 

 

 

 

 

 

 

 

 

 

일출을 맞을때만해도 뒷바람이라 그런대로 견딜만 했는데 이젠 맞바람을 맞으며 진행하려니 죽을맛이다.

 

 

 

 

 

 

멀리 수도산, 단지봉, 가야산이

 

 

 

 

 

 

남덕유산

 

 

 

 

 

 

뒤 따라 나선 두 산객이 뒤 늦게 모습을 보인다.

 

 

 

 

 

 

 

 

 

 

 

 

 

 

 

 

 

 

 

 

 

 

 

 

 

 

 

아직도 지리산은...

 

 

 

 

 

 

 

 

 

 

 

 

 

 

 

 

 

 

 

 

내친김에 종주를 해 볼까도 했지만 이 날씨에 미친놈 아니고서야... ㅋ

 

 

 

 

 

 

결국 올해도 겨울종주를 못해보고 겨울을 보내야만 할 것 같다.

 

 

 

 

 

 

 

 

 

 

 

 

 

 

 

 

 

 

 

 

 

 

 

 

 

 

 

 

 

 

 

 

 

 

2% 부족한

 

 

 

 

 

 

서봉

 

 

 

 

 

 

바람에 몸을 가눌수가 없다.(08:08)

 

 

 

 

 

 

역시 덕유의 등갈비는 AAA+급

 

 

 

 

 

 

 

 

 

 

 

 

 

서봉

 

 

 

 

 

 

주능선길은 바람에 눈들이 쓸려와 발길 흔적들을 지워놔 일부구간에선 길 찾기도 쉽지가 않다. 쌓인 눈의 깊이도 발목은 기본이고 깊은데는 무릎까지 빠져든다.

한주전 다녀온분들의 산행기에 눈이 별루 없어 보이길래 오늘따라 스패츠도 안기져 왔는데... ㅠㅜ

 

 

 

 

 

칼바람도 문제지만 등로 상태가 이 모양인데 종주는 무신... 삿갓봉까지만이라도... ㅋ

남덕유산에서 삿갓봉까진 3.6km

 

 

 

 

 

월성재(08:47)

이 곳에서 바로 황점으로 내려서긴엔 먼 길 달려온게 너무 아깝고...

 

 

 

 

 

남덕유산과 서봉

 

 

 

 

 

 

 

 

 

 

 

 

 

월성재에서 삿갓봉까진 2.2km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은 수시로 눈들을 쓸어 날려 보낸다.

 

 

 

 

 

 

 

 

 

 

 

 

 

남덕유/서봉

 

 

 

 

 

 

금원/기백

 

 

 

 

 

 

 

 

 

 

 

 

 

어쩌면 올 겨울에 마지막으로 보는 겨울풍경이 아닐런지...

 

 

 

 

 

 

금원/기백/월봉/거망/황석

 

 

 

 

 

 

수도/단지/가야/의상/비계/오도산... 우측엔 현성산이

 

 

 

 

 

 

삿갓봉은 뒷쪽에

 

 

 

 

 

 

삿갓봉

 

 

 

 

 

 

 

 

 

 

 

 

 

눈을 쓸어 날리고 있는 바람바람바람

 

 

 

 

 

 

덕유쪽(10:14)

 

 

 

 

 

 

남덕유쪽

 

 

 

 

 

 

금원기백월봉황석쪽

 

 

 

 

 

 

수도단지가야의상비계오도산쪽

이 사진을 찍고 나니 카메라 배터리는 코마상태가 돼 버린다.

왠만한 추위에 열시간을 산행하고도 잔량이 50%이상 남아도는 빵빵한넘인데 어지간히도 춥긴 추운가보다.

바람을 피해 빗돌뒤에 쪼그리고 앉아 배터리를 사타구니에 넣고 응급처치를 한다.

 

 

 

어느정도 기력을 회복시킨 후

 

 

 

 

 

 

삿갓봉에서 삿갓재까진 대부분 무릎까지 푹푹 빠지고...

 

 

 

 

 

 

삿갓재 대피소(10:41)

 

 

 

 

 

 

대피소엔 바람소리와 힘차게 돌아가는 풍력기 날개소리만 들릴뿐 취사장안에도 밖에도 사람한명 보이질 않는다.

 

 

 

 

 

 

대피소에 걸려있는 온도계엔 영하 8도를 가르키고 있는데 능선길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는 넘지 않았을까...

얼굴에 뒤집어 썼던 버프를 벗어보니 입김이 얼어붙어 딱딱하게 굳어있다.

 

 

 

 

 

대피소에 앉아 따뜻한 차와 함께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황점으로 내려서는데 한무리의 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삿갓재까지 오는동안 사람은 커녕 사람 발자욱도 보질 못했는데 이제서야 사람들을 보게된다.(11:01)

 

 

 

 

 

내려오는동안 황점에서 오르고 있는 여러팀의 산객들을 만나는데 어김없이 산행대장들은 윗쪽 상태를 물어본다.

무룡쪽은 꿈도 꾸지말고 남덕유쪽으로도 쉽진 않을거니 왠만하면 월성재에서 내려서라하고...

 

 

 

 

 

삿갓봉

 

 

 

 

 

 

남덕유

 

 

 

 

 

 

주차장은 만차상태고 버스들이 길가에까지 늘어서 있는걸 보니 오늘 어지간히도 많은 사람들이 남덕유산을 찾은 것 같다.

 

 

 

서상개인택시(010-9963-0094)를 콜 해 영각사 입구로 가 보니(택시비 17,000원) 길가엔 개인차량들이 빼곡히 주차 해 있고, 500m 아랫쪽에 새로 생긴 주차장에도 20여대의 버스들이 주차 해 있다.

이 곳에 산객들을 내려주고 황점마을로 가 있는 차들도 많을텐데.. 보나마나 오늘 남덕유는 인산인해로 몸살을 앓지 않았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