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지 않은 인원 열두명이 모여 거창하지 않은 차에 몸을 싣고 거창으로 밤길을 달려 간다.
거창하지도 않은 차인데도 두다리 쭉 펴고 누워서...
덕유산 휴게소에 들러 밤참을 먹고 장수사 일주문에 도착하니 새벽 3시30분. 오름길 1단기어 성능이 떨어지다보니 일행들보다 20분 먼저 출발해 오른다.
함께 나선 동삐님은 발걸음을 맞춰줄 줄 알았는데 왠걸 다리에 모터를 달았는지 모터에 다리를 달았는지 랜턴불빛도 안 보이니 이거 원~
그러거나 말거나 등에 땀이 차지 않을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걷는다.
깜깜적막 산길이지만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과 발길 내디딜때마나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가 친구가 되어주니 발걸음이 심심치는 않다.
장수사 일주문 - 기백산 - 금원산 동봉 - 서봉 - 서문가바위 - 현성산 - 미폭
일주문에서 정상까진 4.3km, 뚜벅뚜벅 느린 걸음였지만 2시간만에 정상에 올랐다.
붉은 여명과 함께 세상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운해위에 두둥실 떠 있는 지리섬도 잠에서 깨어나고...
구름때문에 일출은 산뜻하진 않고
진행할 금원산 현성산에 아침햇살이 내려 앉는다. 뒤로는 덕유라인이...
월봉산과 남덕유에도 아침햇살이 내려 앉는다.
정상에서 40여분을 머물다 금원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누룩덤은 기백산의 하일라이트 구간인데 우회할 순 없지
누룩덤에 올라서니 짜잔~
산에서 새벽아침을 맞는 사람들만이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황홀하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오늘산행 본전은 뽑은 것 같다.
오늘 만큼은 앞에 풍경에 지리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
눈에 담으랴 카메라에 담으랴 다들 분주하고
향적봉
현성산... 보기보다 암팡진 산이다.
기백산에서 금원산까진 4km 거리로 1단기어로 올라서야하는 오름길이 서너차례 있지만 대체적으로 유순한편이다.
수막령으로 이어지는 임도길. 기백산과 금원산의 경계선이기도 하다.(08:45)
금원산 동봉 오르기전 삼거리 정자에서 먹자타임을 갖는다.(09:10~10:00)
버너 다섯개가 가동 될 정도로 푸짐하다. 라면이...
배낭속에 있던것들 뱃속으로 옮겨넣고나니 짧은 오름길인데도 힘들다.
금원산 동봉. 건너편엔 금원산 정상인 서봉이(10:05)
지나온
금원산 서봉(10:10)
현성산으로 가는 능선엔 산죽길이 많이 보인다.
금원산에서 현성산까진 전반적으로 고도를 낮춰가지만 4.9km 거리로 만만찮은 걸음이다.
여기서 직진해야 하는데 이정표에 화살표만 보고 우틀했다가 왕복 320m 알바를 한다.
그 길이 내림길이다보니 다시 올라서는데 으찌나 힘들던지.
동삐님, 딸내미 수능시험때 받은 엿이라며 여러명에게 엿 멕이고 있다.
수승대
앞쪽 서문가바위와 뒷쪽으로 현성산 정상이 가까워 보이지만 말 그대로 가까이 보일뿐이다.
지나온 길이 아득 해 보인다.
뒤 돌아보니 남덕유와 삿갓봉이
서문가(西門家)바위
임진왜란 당시 서씨와 문씨 성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인과 함께 이 바위 아래 석굴에서 피란생활을 했는데 그 여인이 아이를 낳자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어 성을 西門氏로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전설은 전설일뿐...
안음 서문씨의 시조는 고려 말 공민왕의 왕비였던 원나라 노국공주를 따라 원나라에서 건너온 서문기(西門記)이며, 왕으로부터 안음군 (현재 거창 위천면, 함양 안의면 일대)의 땅을 식읍으로 받아 이 지역에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문기는 이후 고려가 패망하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금원산 자락의 바위 암봉 아래에 숨어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 암봉이 현재의 서문가바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자료인용:국제신문]
여기 앉아있는 한명이 서문가바위와 현성산, 금원산에 대한 유례를 설명 해 주는데 특유의 경상도 발음에 잘 알아듣질 못하고 되묻고서야 이해를 한다.
저길 오르면 정상인가 싶드니만
아니다.
저기가 정상
멀리서 보면 검은 성처럼 보인다해서 현성산이라 불렀대나 뭐래나(12:40)
이건 먼 시츄에이션인고
동삐님, 그라믄 처자들한테 굥공의 적이 됩니다요. ㅎ
미폭으로 내려서는 능선길은 급하디 급하다.
산행을 마치고 미폭에서... 물이 얼음장같다.
미폭(米瀑)은 이름 그대로 하얀 쌀 낱알이 굴러 내리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옛날에 폭포 위에 동암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해서 동암폭포라고도 불리며 동암사에서 쌀 씻은 물이 흘러내렸다고 해서 '쌀 이는 폭포' 라 부르기도 한다고.
일언중천금 약속 지켜준 다섯분과 일부나마 빵꾸 메꿔 준 다섯분, 맴도 주머니도 허전했을 한대장...
땡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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