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비로봉에 오르는건 이번이 두번째다.
노인봉쪽은 몇차례 걸음을 해 봤지만 비로봉은 20년전에 딱 한번 올라보곤 이번이 츰.
그땐 등로도 지금처럼 잘 정비가 되 있던 시절도 아니고, 짧은 오름길임에도 참 힘들게 올랐던 기억이 난다.
가리왕산도 그랬는데 그런 기억 때문였는지 오대산을 그닥 좋아하지 않게되고 기피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보니 그 세월도 20년이 훌쩍 넘어섰다.
이번 걸음은 비로봉을 오른 후 한강기맥길을 따라 호령봉을 거쳐 동피골로 내려서는 걸음이라하여 안 가본 길이기도 하고 동피골이란 이름에 호기심(?)이 발동 해...
상원사 - 중대사자암 - 벅멸보궁 - 비로봉 - 호령봉 - 전망바위 - 동피골 - 연화교
10:10
바로 숲길로 접어들어
상원사부터 들러본다.
비온 뒤라 하늘때갈도.. 풍경도 참 좋다.
설렁설렁 수박 겉핥기식으로 겉모습만 눈에 담고 상원사를 빠져 나간다.
이젠 밤에 조명불을 밝히지 않는가보다.
6년전 겨울 양떼목장 출사길에 들러봤을땐...
30분만에 중대사자암에 오르고
계단식으로 지어진 사자암은 1층은 해우소, 2층은 공양간, 3층은 기도장, 4층은 수행처, 5층은 법당인 비로전이다.
오대산엔 五臺(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가 있는데 오대산이란 이름이 붙혀진 이유이기도 하다.
사자암도 스치듯 겉모습만 눈에 담고...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잘 다듬어진 돌로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돌의 형태가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다.
제주에서 공수 해 온 건깔?
처음 왔을때 적멸보궁을 가 보지 못했던터라 이참에 배낭을 벗어놓고 올라본다.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법당이다.
이 곳 오대산의 월정사와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영축산 통도사의 적멸보궁을 합하여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월정사 적멸보궁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오면서 석가의 진신사리를 가져와 오대산에 봉안하고 이 보궁을 창건하였다고.
적멸보궁은 등로에서 100m 거리다.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진 1km.. 이제부터 된비알길이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발걸음을 맞춰주기도 하고
백당나무꽃이던가?
꽁찌로 올라오는데 격하게 맞이 해 준다.
20여년만에 비로봉에 올라서니 감개무량하다. 그때 정상은 돌탑형태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많이 변해있고...
상왕봉쪽
20여년만이니...
늘 정상석앞은 인증샷꾼들로 북적거리는데 이럴땐 쪽수로 밀어붙이는거지 머~ ㅎ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12:20)
한강기맥길을 따라 호령봉으로 길을 잡는다.
한강기맥은 오대산 두로봉에서 분기하여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며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뻗어간 약 166km의 산줄기다.
비탐길이다보니 등로는 나무와 풀들로 우거져 있고.
호령봉과 서대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즘심상을 펼친다. 윗쪽밥상은 단촐한데 아랫쪽 밥상은 상다리가 뿌러질 정도다.(12:50~ ? )
식사시간이 길어지는 11명은 서대쪽으로 찰출하라 하고 11명만 예정데로 진행한다.
호령봉이 가까워지고
한강기맥길을 걷는동안은 그윽하게 풍기는 꽃개회나무 향기가 코를 간지럽핀다.
호령봉에 올라서고.(13:52)
맞는지... 맞겠지?
다녀와서 지도를 살펴보니 동피골로 내려서는 길은 저 전망바위에 오르기전 안부에서 내려서섰어야 했는데....
호령봉을 내려선다.(14:05)
언뜻보면 더덕덩굴처럼 보이는데 만삼이라고.
전망바위는 오대산에선 특이하게도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곰취들이 널려있다.
곰취에 왠 꽃망울?
곰취도 꽃이 핀다는걸 이번에 츰 알았다. 꽃 색깔은 노랑색이라고.
이제부터 동피골로 내려서는데 본격적인 빨치산행이 시작된다.(15:05)
길? 당연히 없다. 그저 내려설만한 곳으로 쌩길을 치고 가는거다.
20여분동안 쌩길을 치고 내려서니 작은 지류를 만난다. 이후부턴 지류를 따라 내려선다.
쌩길을 치고 내려선지 1시간쯤 지나 합수점이 가까울무렵에서야 발길흔적이 뚜렷한 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험하기만하고
이쪽 저쪽으로 건너기를 여러번
물기 머금은 돌들이 미끄럽다보니 한발한발 내디딜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 조심해도 풀섶에 가려진 나무뿌리나 미끄러운 돌뿌리라도 밟다보면 미끄덩하기 일쑤고, 누구는 풀섶에 숨은 바위에 무릎을 부딛히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 아픔 알만하지. ㅎ
여기서 잠시 쉬어간다.
이 두분은 미끄러지고 고꾸라지기를 몇차례...
계곡을 내려선지도 얼추 네시간 가까이 되 갈때쯤 gps로 지도를 확인 해 보니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 같아 마지막 계곡을 건너면서 땀 좀 씻어내고 남방도 휑궈 입고 내려오는데 헐~
이산저산 다니면서 선녀탕이란 곳들을 보긴 했어도 진즉 목욕하는 선녀는 본적이 없었는데 캬~ 동피골에서 목욕하는 선녀를 보게 될 줄이야
4시간여동안 빨치길같은 오지계곡을 내려서다보니 몸도.. 맴도.. 많이 지쳤었는데 백옥같은 선녀의 알몸을 보고나니... ㅋㅋ
다른 선녀들도 탕 주면에서 옷을 갈아입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뭇꾼을 발견하곤 다들 몸을 웅쿠리며 빨리 가라 아우성이다.
으쩐다요. 볼 것 다 봤는디. ㅍㅎㅎㅎ
오지골만 빠져 나오는데 네시간... 총 여덟시간의 걸음을 연화교에서 멈춘다.
네시간동안 오지속에서의 극강체험이 빡쎄긴 빡쎘나보다. 뒤풀이때 쏘맥마저도 땡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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