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걸음에 힘든 산행길이라서들 그런걸까?
산행일이 가까워졌는데도 신청인원은 8명에서 멈춰 서 있다.
이 인원으로 어찌 진행하겠는가싶어 한대장한테 진행할 수 있겠냐 하니 "가야죠" 하는 답과 함께 이번 종주를 끝으로 카페를 접을까 고민중이란 충격적인 답이 온다.
뭐라 대꾸도 못 하겠고 멘붕이다.
착찹한 마음에 몇몇산우들한테 이런 사실을 알리고 통화도 해 봤지만 뭐 딱히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있겠나. 그저 다들 안타까운 마음들 뿐이지.
그래도 고맙게도 몇분이서 긴 걸음을 할만한 몸 상태가 아님에도 힘을 보태준다.
그렇게 겨우겨우 열세명이 꾸려져 소형버스에 몸을 싣고 밤길을 달려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따르다 선산휴게소에 들러 긴 걸음에 앞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나서 가야산 백운동지구에 도착한다(04:20)
새벽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어차피 깜깜발길이니 만물상길 대신 용기골 계곡길로 길을 잡고 선두에 서 올라선다.(04:32)
하늘엔 종종 별빛도 보이고 반달도 떠 있긴 한데 달무리가 두텁게 껴 있다보니 달빛은 희미하다. 오늘 파란 하늘을 보긴 글른 것 같다.
1시간 10분만에 서성재에 올라서(05:40) 잠시 숨 한번 고른 후 여명빛을 놓칠세라 서둘러 올라선다.
넓직했던 산길은 서성재 이후부턴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경사도 급해지기 시작한다.
능선에 올라서니 동녘하늘이 붉다.
아직 일출시간은 멀었지만 정상까진 몇개의 급한 긴 계단길을 올라서야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백운동지구 - 서성재 - 가야산 - 두리봉 - 좌일곡령 - 단지봉 - 수도산 - 수도암
칠불봉에 오르기전에...(06:14)
다들 칠불봉으로 올라섰지만 패스하고 먼저 우두봉에 올라 여명빛을 담는다.(06:30)
짠~ 하고 떠오른 아침해는 금세 구름속으로 숨어 버리고.(06:48)
아랫쪽엔 해인사가 자리하고 있다. 예전엔 해인사로 하산할때 걍 통과했었는데 요즘은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 한다.
부처님이 재물욕심이 커서 뚱뚱한걸까? 설악산 청동불상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
남쪽으론 천왕봉에서 서북능선까지 이어진 지리의 마루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이고.
시선을 동북방향으로 돌리니 민주지산과 삼도봉이...
우두봉은 멀리서 보면 소 머리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은 상왕봉으로 바뀌었다.
아직은 정상 빗돌은 예전 그대로다.
우비정
상왕봉을 내려서면서 한번 더 지리와 눈 맞춤하고.
목책을 넘어 본격적인 종주길에 들어선다.(07:03)
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막막해 보이네그려.
산죽길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산길내내 잡목들이 많아 걸음을 불편하게 한다.
긴팔에 장갑을 꼈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가끔은 싸대기를 갈기곤 한다.
사람키를 넘는 울쩍 넘는 산죽터널도 지나고.
단지봉까진 지겨울정도로 잡목들의 연속이다.
가야산을 지나고부터는 전형적인 육산길이라 걷는내내 조망도 없다.
두리봉엔 빗돌은 없고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다.(08:18)
간신히 잡목을 헤치고 바위에 올라...
용두봉인가?(09:30)
여기서 뒤처져 오는 재주님을 기다리느라 시간 좀 품 한다.
목통령... 종주길에서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목통령 직전에서 재주님은 탈출을 했는데 그게...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꼴이 됐으니...
종주길보다 더 긴 임도길 종주를 했다한다. 길 방향을 잘 못 잡는 바람에 욌다리 갔다리 하느라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한 거다.
시간상으로 내려가서 한뎃잠 퍼질라게 자고도 남을 시간였는데도 종주를 다 마칠때까지 임도길을 걷고 있었다니...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종주를 마친 시간과 별반 차이 없이 내려왔다는...ㅋ
저 곳에 오르면 조망이 좋을 것 같은데... 한대장은 올라서는데 패스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밥 먹을 시간도 지났고 허기까지 몰려 오는데 선두는 마냥 앞서만 가니 죽을 맛이다.
수차례 소리를 질러 겨우 멈춰 세우고 나서야 허기진 배를 채운다.(11:09)
어찌된게 기도가도 단지봉은 거리가 좁혀지질 않으니...
에고~ 아직도 2.2km를 더 가야네그려.
모처럼 암봉을 만났다. 좌일곡령인 것 같은데 시원한 조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좌일곡령은 특이하게도 고갯마루가 아닌 암봉 꼭대기다.(12:15)
예상데로 좌일곡령에 올라서니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탁 트여있다. 전 구간 중 조망처로선 최고였다는.
이제 단지봉도 가까워졌다. 솥단지를 뒤집어 놓은 것 같다해서 단지봉이란 이름이 붙혀졌다고.
단지봉과 수도산... 수도산 우측으로 오늘의 종착지인 수도암이 보인다. 단지봉 뒷쪽은 광양의 백운산인 듯.
지나 온
지리라인
덕유라인
드뎌 단지봉에 올라섰다.(13:12)
지나 온
첫 걸음이니 증명사진도 한장 남기고
이제 수도산까진 4.6km 거리
구곡령까지 3.3km의 긴 내림길이 이어진다.
낙엽길.. 원 없이 걸었다.
구곡령... 이제부터 수도산으로 이어진 오름길이 시작된다.(14:28)
그닥 된비알은 아닌데도 정상까지 오르는데 으찌나 힘이 부치던지 주저 앉기를 몇차례...
에고~ 함께걷던 일행들은 어느새 정상 옆 전위봉에 올라선다. 이제 전위봉까진 100여미터쯤 남았는데 1km처럼 느껴지네그려.
전위봉 좌측으로 돌탑이 세워져 있는 수도산 정상이 보인다.
꾸역꾸역 맨 꽁찌로 전위봉에 올라섰다.(15:10)
지나 온 길을 돌아보니 참 긴 걸음였네그려.
전위봉을 내려서 배낭을 벗어놓고 정상에 올랐다.(15:15)
이제 하산길... 그래도 몇번의 짧은 오름길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가야산하고 작별인사를 나누고...
갈림길에서 수도암쪽으로 우틀해 내려선다. 수도암까진 0.7km
다 내려 왔다.(16:08)
수도암은 암자라 하기엔 규모가 제법 커 보인다.
11시간 40분만에 24.2km의 긴 걸음을 마친다. (16:12)
에고~ 힘들다 힘들어~ 이젠 긴 걸음은 힘이 부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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