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자연사박물관 - 안산 - 인왕산 - 북악산 - 숙정문 - 북악하늘길 - 형제봉 - 대성문 - 문수봉 - 비봉능선 - 탕춘대능선 - 불광역
덕유로 갈껄...
방송에선 새해 해돋이는 전국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거라며 연일 뉴스때마다 떠들어 댄다.
어디에서 새해마중을 할까 고민하다 방송에서 떠드는 말을 믿고 2017년은 서울에서 해맞이를 하기로 하고 아들한테 같이 가자고 꼬셔본다.
처음엔 극구 싫다드니만 낮으막한 산이라 30분정도만 오르면 된다하니 마지못한 듯 한번 따라 나서보겠다 한다.
그렇게 아들과 약속까지 하긴 했는데 기상청의 날씨정보를 보니 중부지방엔 미세먼지도 심해지고 일부지역은 안개까지 짙을거란 예보다.
산악기상을 살펴보니 강원쪽과 호남쪽은 구름없는 쨍한 날씨다.
강원쪽으로 나서기엔 귀경길이 부담되고... 덕유로 가?
근데 토욜저녁 퇴근길에 하늘을 보니 별도 보이고 하늘이 맑다.
퇴근해서 웨더뉴스의 실시간 위성영상을 열어봐도 한반도 주변에 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덕유로 갈까 예정데로 서울에서 새해마중을 할까... 왔다리갔다리하는 맘이 갈대와 같다.
그래도 모처럼 아들하고 약속한건데 속는셈 치고 예정데로 서울에서 새해마중을 하기로 하고 카메라 두대와 삼각대를 챙겨 새해첫날 이른새벽에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새해마중 장소는 안산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지나 조금 오르다보니 약수터로 올라서는 들머리 못 미친 곳에서 길을 막아놓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그래도 좀 일찍 나선덕에 아직은 주차된 차들이 없어 통제선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해 놓고 차 안에서 30분정도 머물다 06시 15분에 출발한다.
통제선에선 천막을 쳐 놓고 해맞이객들한테 떡국 한그릇씩을 나눠주고 있다. 그런줄 알았으면 나두 한그릇 먹었을텐데...
약수터코스 대신 포장길이 끝나는 곳 까지 올라 자락길로 들어섰다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로 접어든지 10분이나 됐을까? 뒤 따라 오르던 아들이 억억거리며 주저 앉드니만 그대로 벌러덩 드러눕는다.
안색을 보니 하얘져 있다.
쌀가마니라도 지고 올라 설 나이건만 이런 나즈막한 동네 뒷동산을 오르면서도 이리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자니 속도 상하고 한편으론 화도 난다.
그리 운동 좀 하라 하건만 애비말을 귓등으로 듣는건지 당췌 실천이 안된다.
나이 30을 바라보는데 같은 말 반복하자니 잔소리만 같고...
얼래고 달래 앞장세우고 등짝을 밀며 올라선다. 몇차례 숨고르기를 하며 오르다보니 30분이면 오를 거리를 50여분만에 겨우 올라선다.
봉수대 근처에선 포토행사가 한창이다.
사진한장 찍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은 길게 늘어서 있고 봉수대위엔 발디딜틈도 없이 해맞이객들로 가득 차 있다.
07:20
어차피 봉수대에선 앵글각도 안 나오고... 좀 아랫쪽으로 내려서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세운다.
구름은 두텁고 헤이즈에 미세먼지까지... 오늘 일출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새해일출은 남산타워 좌측, 사진 중간쯤으로 떠 오르던데... 날씨만 좋았드라면 멋진 그림이 나올텐데 아쉬움이 크다.
07:48
일출시간이 지났는데 오히려 구름은 점점 더 두터워지니 이거 원...
다들 실망스런 표정들을 하며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여덟시를 넘기고 한시간여 머물다 아들한테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와 삼각대를 건네주고 안산을 내려선다.
오늘 계획은 안산에서 새해마중 하고나서 인왕산-북악산-낙산으로 이어진 한양도성길을 걸음하려 했는데 날씨도 그지깡깽이고 덕유에 간셈치고 북한산까지 이어보기로 한다.
그럼 대략 삼공리 원점회귀 거리와 엇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에효~ 세월아네월아 언제 내려가나. 난 바윗길로...
서대문역사박물관쪽으로 내려와 길을 건너 인왕산공원쪽으로 길을 잡는다.
지나 온 안산
08:39
그나마 행운이라 할까? 한시간이나 늦은 새해일출이지만 잠깐이라도 볼 수 있었으니...
달팽이와 투구바위
이제부터 한양도성길로 숙정문까지 쭈욱~
안산
인왕산 정상과 우측으론 북악산
인왕산 정상(09:10)
이 곳에도 많은 해맞이객들로 북적였을텐데 지금은 썰렁하다.
여기서 잠시 갈등한다. 세검정쪽으로 내려서 탕춘대능선으로 해서 우이동에서 마감할까 아님 북악산을 거쳐 형제봉능선으로 해서 불광역에서 마감할까...
혹시라도 오후에 하늘이 열리면 저녁노을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불광역에서 마감하기로 하고 창의문쪽으로 내려선다.
창의문(09:40)
근데 문이 잠겨있다. 동절기(11월~2월)엔 오전 10시부터 개방한다네그려.
화장실이라도 밖에 만들어놓고 문을 잠가놓던지 할 것이지
북악산 오름길에 본 비봉능선이 흐릿하다
북악마루(10:30)
우측에 있는 바위까지 한컷에 담았드니만 경비병이 다가와 사진을 확인하곤 CCTV가 나왔다고 삭제하란다. 이거 원 쌍팔년 시대도 아니고...
백악대에서도 이 방향만 촬영이 허용되고
숙정문(10:50)
숙정문을 빠져나와 안내소에 팻찰을 반납하고 북악하늘길로 올라선다.(10:50)
이길을 여러번 걸음 했음에도 수고해 다리란걸 오늘에서야 알게 된다. 역시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가보다.
이 곳은 성북천 발원지이기도 하다.
계곡마루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긴 계단이 이어진다.
지나온 북악산이 빼꼼하고
소리없이 옆을 쓰윽 지나가는 수녀님 때문에 순간 깜놀한다. 으찌나 걸음이 빠르던지...
호경암... 모퉁이를 돌면 여래사까진 내림길로 쭈욱~
여기에서 잠시 쉬어간다.(11:40)
여래사
1958년 창건한 여래사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항일투쟁하시다 신명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위패가 모셔진 호국사칠이며 현충사찰이다.
대다수가 무후선열이며 대한민국장 이준열사외 21분을 포함하여 총 373분의 위패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 형제봉능선쪽으로 길을 잡는다. 여기서부턴 꾸준한 오름길이다.(12:00)
형제봉으로(12:30)
지나온 북악,인왕,안산이 희미하다.
낚시를 하면 피레미를 낚아도 손 맛이 있을진데 오늘은 셔터를 누르는 손 맛을 느낄수가 없다. 한마디로 재미딱지 읎단거지
형제봉과 사자능선, 보현봉
형제봉(12:55)
보현봉을 보노라니 문득... 그래 자연휴식년제로 출입금지가 작년까지였으니 그럼...
이 곳에서 허기를 채우며 잠시 쉬어간다.(13:05)
혹시라도 보현봉이나 사자능선에서 국공을 만나면 반박하려고 출입금지기간이 2016년 12월 31일까지로 되어 있는 안내판 사진도 휴대폰에 저장 해 놓고...
건너편으로 수락산은 깜깜이다. 참 새해첫날 날씨치곤 그지깡깽이다.
보현봉으로 오르려고 일선사로 들어서려는데 헐~ 출입금지기간이... 저래놓고 5년후에 또 저러겠지?
무시하고 국공을 만나면 바뀐내용을 못 봤다 우겨볼까 하다 새해벽두부터 시덥잖은 일로 실랑이를 벌이는것도 그렇고... 포기하고 대성문쪽으로 길을 잡는다.
응달진 곳들은... 다행히 빙판길은 없다.
대성문(14:05)
보현봉에 대한 미련이 남아 성곽에서 접근하는 곳으로 올라보지만 여기도 출입금지 간판이 세워져 있으니...
대남문으로 내려서는길이 빙판이다. 신발은 릿지창에 아이젠도 스틱도 없다보니 후덜덜하다.
대남문(14:25)
백운대가 아련하다.
여기까지 15km... 아직까진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는다(14:30)
이제 불광역까지는 약 6km 정도
여기도 빙판길이라 내려서는게...
715봉과 나한봉, 뒤로 의상능선이 이어진다.
석문
사모바위(15:15)
잠깐 햇살을 비추곤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든다. 새해첫날 햇님이 참 비싸게도 군다.
비봉은 패스하고
관봉에서 잠시 쉼 하며 치즈몇개로 에너지를 보충한다(15:30)
마지막으로 족두리봉을 찍으려 했는데
이제 슬슬 발에 피로감도 밀려들고... 좀 편안한 탕춘대길로 길을 잡는다.
암문을 빠져나가 장미공원까지 1.9km(16:20)
저분도 혼산하나 보다
이분도
16:55
장미공원에 도착 신발끈을 풀고 불광역으로 이동 긴 걸음을 마친다.
혼술이지만 어쩌겠나 배가 고픈데... 후라이드 반마리에, 맥주 두병, 이슬이 반병 비웠드니만 취하네그려.
낙산사에서 해맞이를 하고 왔다며 지인이 보내준 사진으로 꽁쳤던 새해마중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포토앨범 산」을 찾아 주시는 모든님들..
건강들 하시고 좋은 일들로 웃는 날 많은 정유년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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