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소 - 중봉 - 반야봉 - 노루목 - 임걸령 - 돼지령 - 질매재 - 질등 - 문바우등 - 늦은목이 - 왕시루봉 - 가산리(T.114.2km)
어느새 아랫동네에선 봄꽃소식들이 들려오는데
올 겨울은 추위 말고는 겨울다운 겨울풍경을 보지 못한채로 이 겨울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이번주 지나면 산방기간도 시작되고 개인산행으로는 가기 힘든 코스라 오랫만에 산지기와 함께 해 본다.
만 4개월만이다.
오랫만에 함께하다보니 새얼굴들도 여러명 보이고 자격지심인지 낯설기도 하다.
오늘도 긴 걸음인지라 사진은 갤노나인으로 담을 생각으로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고 대신 왕의 강을 담기위해 200mm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챙겨간다.
쟁기소를 들머리로 해서 새벽 5시에 걸음을 시작한다.
입구에도 다리에도 철문을 설치 해 놓고 자물쇠로 굳게 잠가놓아 계곡으로 내려서 달궁계곡을 건넌다.
물이 얼지않고 바위에 얼음이 덮혀있다보니 건너는데 애들을 먹는다.
선두에 서 물기없는 얼음골을 따라 오르다 골을 건너 달궁능선으로 치고 올라선다.
능선에 닿을때까지 계속되는 된비알에 숨은 차 오르고 몸도 후끈 달아오르니 등에도 이마에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느라 잠시 멈춰 있는데 일행 몇명이 쌩~하고 치고 나간다.
고도 1200을 넘어서니 곳곳이 눈길이다..
달궁능선을 지나 심마니능선에 들어서니 주능선 너머로 여명빛이 비친다.(07:01)
주능선쪽으로 조망이 트인 곳이 있어 이 곳에서 일출을 보고갈까 하다 단조로운 배경이 별루라 일출경을 포기하고 걸음을 재촉한다.(07:03)
중봉이 가까이 보이지만 앞으로도 족히 1시간은 더 가야 한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엔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어 걸음을 더디게만 하고
에구~ 어느새 해가 떳나보다(07:28)
일출경은 놓쳤지만 노을빛이라도...
올라온 심마니능선과 달궁능선인 듯 한데 깜깜밤중에 올라온터라 잘 모르겠다.
천왕봉
서북능선에 아침햇살이 내려앉는다
올 겨울에 한번 더 만복대를 가보고 싶었는데 하두 눈이 귀한 겨울이라...
걸음한지 3시간 8분만에 중봉에 올라선다.(08:08)
온도계를 보니 -10도다
바람은 없어도 일행들을 기다린다고 머물다 보니 꽤나 춥다.
사진도 휴대폰으로 담다보니 사진을 찍을때마다 장갑을 벗어야 하니 손꼬락은 끊어질 듯 시렵고.
갤노나인으로 담은 사진빨도 괜찮긴 한데 추운날엔 정말 못 할 짓 같다..
너무 추워 먼저 올라온 일행들과 함께 반야봉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반야봉(08:35)
누구할 것 없이 인증샷을 찍겠다고 정상석 주변을 포진하고
난 풍경이나...
형제봉에서 천왕봉까지
카메라를 꺼내 당겨본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끝으로 하동의 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만복대와 정령치, 고리봉
오늘 걸음할 왕시루봉능선을 살펴본다.
실제 걸어보니 만만찮은 능선이다
견두산에서 내려서면 산수유 나무가 많은 현천마을과 산동마을이 있고 건너로는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상위마을이 자리한다.
구례읍인가?
노루목으로 내려서는데 곳곳이 빙판길이다.
그렇다고 아이젠을 하기도 그렇고...
결국 일행중 한명이 빙판에 미끄러져 벌러덩한채로 3~4m 를 몸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이런 풍경을 보노라면 무한감동이다.
새벽걸음으로 산에 오른 이에게만 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삼도봉에서 뻗어내린 불무장등능선도 한번 걸어봐야하는데...
노루목(09:18)
주능선길은 대부분이 이런 상태다.
그래도 꿋꿋하게 아이젠없이...
임걸령(09:43)
카메라를 꺼내 왕의 강을 한번 더 당겨보고
그동안 지리종주를 수차례 했음에도 능선길에서 섬진강줄기를 제대로 보는건 오늘이 츰이다.
그만큼 오늘 시계상태가 좋다.
돼지령(10:05)
한번 더 망원으로...
노고댠고개에서 천왕봉까지 25.5km
오늘 걸음하는 거리와 비슷하다.
멀리 광양의 백운산이 하얀 구름목도리를 하고 있다.
당겨보고
섬진강도 당겨본다
돼지평전에서 왕시루봉능선으로 ...
노고단 사면길을 따라 사람키보다 큰 산죽터널도 지나고 너덜길을 지나 노고단에서 뻗어내린 능선에 붙은 후
질매재로 내려서기전에 점심요기들을 하고 진행한다.(11:00)
산죽터널을 지나면 질매재다.
질매재부터 왕시루봉까진 다시 고도를 높혀가야 하기 때문에 몸을 지치게 하는 구간이 될 것이다.
질등은 우회길로 비껴간다.
왕시루봉 능선에서 유일무이한 조망처인 문바우등에 올라선다(12:45)
질매재에서 문바우등까진 1시간정도
문바우등(1198m)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360도 조망이 뻥~ 뚫려있다.
180도 파노라마
문바우등을 내려서는길이 까칠하다.
위험하기도 하고
문바우등을 오르기전 우회길은 나 있다.
실제는 수직에 가깝다.
내려와서 올려다 본 문바우등
까칠구간은 여기까지
문바우등을 지나 1158봉 안부로 내려서는데 길이 양쪽으로 나 있다.
지도를 열어볼까하다 앞서간 일행들 소리가 나길래 우측길을 따라 내려선다.
일행들 몇명이 안부 아랫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길은 두갈래로 나눠져 있다.
우측으로 이어진 길을 살펴보니 1158봉을 우회하는 길처럼 보여 확인차 지도를 열어보니 왕시루봉과 연결 돼 있다.
이미 일행 두명이 먼저 내려간터라 뒤따라 내려선다.
시그널리본도 달려있고해서 우회길이 맞는가보다 했는데 얼마쯤 진행하다보니 길이 끊긴다.
다시 지도를 열어보니 현위치는 등로상으로 나오는데 길은 끊겨있고...
갈을 찾고 있는데 대장을 기다리던 일행들이 그길이 아니란다며 다시 올라오라 소리친다.
먼저 내려선 일행들은 다시 돌아가자 하는데 알아서 하시라 하고 방향을 잡고 산죽밭을 헤치며 생길을 치고 나간다.
다행히 산죽말고는 잡목은 많지않아 별 어려움 없이 1158봉에서 내려서는 능선길을 만난다.
늦은목이를 지나 이제 마지막 오름길
남쪽의 완만한 사면과 달리 바위도 많고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야 한다.
중간쯤 오르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뒤에오는 일행들을 기다려보는데 어찌된일인지 소식들이 없다.
늦은목이에서 연곡마을쪽으로 탈출들을 한건가?
졸지에 맨 꽁찌가 된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를 쓰고 왕시루봉으로 올라선다.
먼저 오른 일행들이 왕시루봉 정상에서 쉬고 있다(14:24)
뒤에오는 일행들도 올라올거라고
뒤에 오던 일행들까지 다 모여 왕시루봉을 내려선다.
선교사 수양관을 둘러본다해서 왕의 강을 사진에 담기위해 봉애능선을 따라 포인트로 내려선다.
아침풍경은 아니라서 환상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2년전에 왔을때 연무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 했던걸 생각하면 힘들었던 걸음에 보상이라도 받는 기분이다.
2년전
언제나 이런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나...
다시 올 수나 있을런지...
정상석은 한참 아랫쪽에 자리하고 있다.
왕시루봉에서 구산리마을까진 약 8km
이제 산길은 다 내려왔지만 마을까진 포장된 임도길을 따라 30여분을 내려서야 한다(16:33)
길은 왜그리도 급한지...
토지면사무소까지 장장 25.2km, 12시간 10분만에 걸음을 마친다.(17:10)
대장포함 31명 중 한명만 노고단에서 화엄사로 탈출했고 나머지 30명 전원이 완주다.
아~ 되다~
역시 지리는 지리다
화엄사 입구 지리산 대통밥집에서 두루치기로 뒤풀이를 하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쏘맥 넉잔에 밥 한공기 뚝딱 비우고 귀경길에 오른다.(18:30)
차에 타자마자 기절해 네시간동안 세상모른채 자고 일어나니 사당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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