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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번도 걸음 해 보지 못한 지리산 둘레길
장장 285km를 잇는 22개 구간을 다 걸어볼 순 없지만 맛보기로라도 한구간 정도는 걸어보고 싶어 둘레길을 걸어 본 블로거들의 산행기들을 뒤져 본다.
그 중 많은이들이 추천하는 구간이기도 하고 한국의 산티아고길이라고도 부르는 3구간(인월-금계/20.5km)을 걸어볼까 했는데 폭염에 급 꼬랑지 내리고 언젠가 '영상앨범 산'에서 소개됐던 구룡계곡을 찾아보기로 한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아침일찍부터 고속도로에 차들이 많다.
지리산둘레길은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 읍면, 120개의 마을을 잇는 285km의 장거리 도보길로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였으며 22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1일 1구간씩 걸으면 22일 일정이니 오롯이 둘레길만을 걷는다 해도 최소 열흘이상은 잡아야 할 것 같다.
더 나이들어 언젠가 일을 놓게되면 전 구간을 걸어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지리산 둘레길은 이번이 첫 걸음이다.
오늘 첫 걸음으로 남원시 주천면에서 시작되는 지리산둘레길 1구간(주천-운봉/14.7km) 일부(주천-회덕/6.1km)와 구룡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구룡폭포순환코스를 걸어 볼 생각이다.
안내정보로는 11.8km 거리다.
둘레길 중간중간 요소요소마다 이런 이정목이 세워져 있어 길을 놓칠일은 없다.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개미정지까지 이어지는 1.8km 구간은 오롯이 땡볕과 복사열을 받으며 걸어야 하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베롱나무꽃들이 한창이고
내송마을 입구
순환코스거리가 11.8km라 하는데 실제 gps측정 거리로는 알바길 왕복 0.5km를 감안해도 12.5km 거리다.
돌아 본 내송마을과 주천면 일대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계시던 할머니가 "이 뜨거운데 뭐하러 가나~" 하신다.
그러게요~
도라지밭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개미정지 쉼터가 나온다.
10:45
주차장에서 1.8km 거린데 여기까지 오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35분 소요)
개미정지에서 구룡치까지는 약 2km의 오르막 구간이 이어진다.
완만하게 270m정도 고도를 높혀가는 구간인데도 워낙 날씨가 덥다보니 초반부터 기진맥진이다.
여름산행은 높고낮고 상관없이 늘 고역이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지곤 하지만 그렇다고 쉴 순 없고...
여기가 솔정지인가?
점점 쉬어가는 시간도 길어지고 횟수도 잦아진다.
땀을 으찌나 많이 흘렸던지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면 어질어질한게 탈수증세까지 온다.
여름만 되면 이리 맥을 못추니 어찌할꼬~
나만 힘든게 아닌가벼~
이리 느리게 걷는데도 앞서간 산객들을 추월하기도 하네그려~
12:55
오름길이 끝나는걸보니 이곳이 구룡치인 것 같다.
쉬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개미정지에서 두시간 가까이 걸렸다.
구룡치에 올라 벤치 하나를 차지하고 누운채로 널부러져 있는데 막걸리 한잔 마시고 힘내라며 한잔 건네준다.
얼얼한 막걸리 한잔 감사히 얻어 마시고 먹거리를 나눠먹으며 한참을 쉬어간다.
구룡치를 지나면서부터는 평지와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걷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래선지 묘지들이 자주 보인다.
산길도 이쁜곳들이 많아 자꾸 카메라를 잡게된다.
용소나무다.
이 곳 20m전 삼거리에서 구룡폭포로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인 샛길이 있다.
이정표는 없고 샛길쪽에 시그널이 달려있는게 보인다.
샛길로 내려서면 2km정도 단축할 수 있다.
갈림길이 있어 지도를 열어보니 구룡폭포쪽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다.
덥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둘레길을 버리고 내려섰는데
250m정도 내려서니 뭐하는 곳인지 굿당에서나 들릴법한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고 여러마리의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댄다.
아마도 구룡사인 듯 한데 땡중(스님이라 부를만한 가치가 없어) 한명과 월매같은 아지매가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면서 여긴 사유지니 돌아가라며 언성을 높힌다.
지도에도 등로로 나와있고 길도 넓직하게 나 있어 내려온건데 뭐라도 훔치러 온 도둑놈 취급을 하니 이거 참~.
아니 지들은 남의 땅 안 밟고 댕기나?
디룩디룩 돼지같이 살은 쪄 가지고 생긴데로 놀아요
애초 출입을 막으려면 갈림길 입구에 출입금지 안내판을 설치 해 놓던가 금줄을 걸어놓던가 하지 그런건 안 해놓고...
언쟁을 하다보면 싸움날 것 같아 드러운 기분안고 뒤돌아선다.
산에 다니면서 수없는 암자와 절간을 거치며 스님들을 접해 봤지만 이런 싸가지없는 땡중놈은 처음 겪어본다.
개들도 이런 땡중을 닮아 그런지 짖는것도 사납기만 하다.
회덕마을이 보이는거보니 이제 산길은 거짐 다 내려온 것 같다.
14:15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로라는 차도를 따라 내려선다.
구룡사쪽으로
어느새 벼이삭도 나와 영글어가고 있다.
구룡사 갈림길
그느무 땡중만 아니었으면 이곳으로 내려왔을텐데...
14:35
급하게 놓여진 긴 데크계단을 내려서니 구룡폭포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로 인해 구룡폭포라고 이름지어졌다.
폭포의 길이는 약 30m로 원천천(元川川)의 상류 구간인 구룡계곡의 가장 윗쪽에 있는 폭포로 원천폭포라고도 부른다.
구룡계곡의 아홉 절경을 구룡구곡(九龍九曲)이라 하는데 구룡폭포는 그 중 제9곡으로 구룡구곡의 으뜸이다.
물줄기가 두 갈래 폭포를 이루고, 폭포 밑에 각각 조그마한 못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 두 마리가 어울렸다가 양쪽 못 하나씩을 차지하고 물속에 잠겨있다 구름이 일면 다시 나타나 서로 꿈틀거리는 듯 하다해서 교룡담(交龍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폭포 옆으로 철계단이 놓여있길래 위에도 뭔가 있겠다 싶어 힘든 몸을 이끌로 꾸역꾸역 올라와 보니 또하나의 폭포가 힘차다.
만복대 방향인데 가늠할 순 없고
비폭동
비폭동에 내려서자마자 신발과 배낭을 벗어던지고 지칠데로 지친몸을 폭포수에 맡긴다.
지나던 산객 한분이 이러고 있는 나를 보곤 농사짓는 논물이라며 물이 더럽다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한참을 폭포수애 몸을 적시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서암(챙이소)
16:45
구룡계곡을 빠져나와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차도를 따라 700m정도를 가면
육모정(六茅亭)이다.
이곳은 아홉마리의 용이 노닐었던 곳이라 하여 용호동이라 불리었으며, 약 400년 전 이 지역의 선비들이 용소앞 넓다란 바위위에 6각형 모양의 정자를 지어 육모정이라 이름하였다,
원래의 육모정은 뒤에 보이는 계곡 변바위 위에 있었으나 1960년 큰 비로 유실되어 현위치로 옮겨져 복원하였다.
육모정앞엔 춘향묘가 자리해 있고
육모정 아래선 많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이 계곡물이 농사짓던 논물이란걸 알랑가?
육모정 옆으론 주차장이 있고 지리산국립공원전북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천까지 약 1.5km
원점 in하고 남겨놓은 맥주한캔을 비우고 귀경길에 오른다.
바깥기온 38도
에어컨바람 빵빵 나오는 차 안이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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