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 서북능선 - 09-11 - 독주폭포 - 독주골 - 오색탐방지원센터
실종된 겨울을 찾아 설악으로...
사실 겨울풍경으론 별루라서 개인적으론 겨울설악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겨울이 실종된 요즘, 그나마 겨울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설악쪽이니...
금욜엔 눈도 내려 입산통제까지 했다하니 내심 설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고...
세시간 가까이 새벽길을 달려 한계령에 도착, 쏟아지는 졸음에 알람을 맞춰놓고 20분 정도 눈을 붙혔다 일어난다.
밖에 나오니 매서운 바람이 사납게 불어댄다.
볼살을 에일것 같은 칼바람에 버프를 꺼내 목에 두르고 털모자도 군밤장수컨셉으로 바꿔쓴다.
날도 흐린데다 미세먼지까지 가득한 날씨다.(08:30)
능선에 올라섰는데도 기대했던 설경은 보이지않고
날씨마저 그지같은게 역시 겨울설악은 나하곤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대청봉도
공룡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거친 능선길에 두툼하게 쌓인눈이 다져있다보니 걷기에는 그만이다.
가는 눈발이 날리면서 시야는 점점 더 흐려져 간다.
1461봉(09-10)
이제 뵈는것도 없고 차라리 빙폭으로 변해있을 독주폭포를 보는게 낫겠다 싶어 독주골로 내려서려 했지만 발길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내려가본적이 없는지라 고민없이 포기하고 익숙한 곳으로...
여기서(09-11) 독주골로 내려선다.(11:35)
발길흔적 없는건 여기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익숙한 곳이니...
그러나 막상 내려서다보니 길은 고사하고 방향마저 헷갈리기 시작한다..
눈이 쌓여있는데다 멧돼지들까지 주변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아 익숙한 곳임에도 방향잡기가 쉽지않다.
한술더 떠 덩치 큰 맷돼지 한놈이 길을 막고는 인기척에 잠시 노려보다 아랑곳하지않고 연신 낙엽과 땅을 파헤치는데 도무지 비켜날 생각을 안한다.
두툼한 나무토막을 주워 던지고 큰소리로 헛기침을 하니 그제서야 어슬렁어슬렁 자리를 비켜난다.
좀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합수점에 내려선다.
쓰러져있는 나무가 낯이 익다보니 반갑기만 하다.
계곡을 건너 지능선 하나를 넘어오는동안 몇번 헤매긴 했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고 온거다.
사실 눈에 덮힌 비탐길을 감만으로 진행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길인듯 해서 가다보면 길이 막히고.. 잘 가다가도 조금만 비껴가다보면 어느새 엉뚱한 곳이 나오고... 다시 방향을 잡고 구릉을 오르내리며 갈라치면 잡목들과 씨름해야 하고...
이래저래 힘이 곱절이상으로 든다.
긴장감은 말할나위 없고....
결국 마지막 독주폭 하단으로 내려서는데도 엉뚱한 곳으로 내려선다.(13:35)
평소같으면 09-11에서 독주폭포까지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데 2시간이나 걸렸으니 꽤나 헤맸나보다.
여러번 찾은 곳이지만 빙폭으로 변한 독주폭은 츰이다보니 새롭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걸음한지 6시간만에야 처음으로 브레이크타임을 갖는다.(14:25)
꺼끔하던 눈발도 굵어지기 시작한다.
거짐 내려서다보니 하늘이 개여있다.
걸음을 마치고(15:55) 택시를 잡았는데 마침 3명이서 함께 온 사람들이 합승을 하자해 땡큐하게도 15.000원 굳었다.
예전엔 오색-한계령간 편도요금이 15,000원였는데 작년 7월부터 20,000으로 올랐다 한다.
한계령에 올라서니 휴게소 주차장에 노란색 소형버스가 보여 혹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만독님과 원통님이 차에서 내려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다른 일행들은 아직 다 내려오지 않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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