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에 가잰다.
어디유?
널협이골을 가고 싶댄다.
지난주 이틀연속 무박산행에 긴 걸음을 한지라 선뜻 맘이 서질 않는다.
간다 못간다 답을 안 해 주니 안 가려나보다하고 체념했는지 더이상 연락은 없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자꾸 맘에 걸린다.
종민형한테 톡을 날린다.
풀씨가 설악에 가자는데 같이 갈규?
어디?
널협이골
달려가는데 따라갈 수 있으려나?
계곡치기라 달릴래야 달리지도 못혀유
갈규?
그려
일욜새벽 01시 30분에 천호역에서 종민형을 픽업해 화도IC에서 풀씨님을 만나 용대리로 향한다.
얘기 나누다가 그만 동홍천IC를 놓치고 그냥 지나친다.
하루종일 암껏도 못 먹었다며 배고프다 해 내린천휴게소에 들렀지만 2층 식당존은 문이 닫혀있다.
내린천을 끼고 31번 국도를 따라 기린면을 지나다 편의점에 들러 어제 방송한 편스토랑에서 출시메뉴로 선정된 이영자의 업덕밥과 컵라면으로 배고픔을 채워준다.
편스토랑에서 출시한 메뉴를 먹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기회에 나도 하나 먹어본다.
맛?
평가단이 역대급 출시메뉴가 될 것 같다 했는데 말 그대로 내 입맛엔 엄지척이다.
비가 내린다.
예보상엔 강원도쪽으론 비 예보는 없었는데...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현재시간 인제군 기린면은 비가 내리는걸로 나오고 북면쪽은 06시~08시 사이에 1mm정도의 비가 내릴거란 예보다.
하루앞도 못 내다보는 기상청...
구라청이란 말 들어도 싸지 싶다.
04:50
공용주차장 대신 이곳을 날머리로 할때면 이용하던 식당주차장에 붕붕이를 주차해 놓고 걸음을 시작한다.
널협이골 초입에 들어서는데 보슬보슬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몇십분전 구라청 예보로는 06시~08시 사이에 1mm정도라 했는데 이젠 하루는 커녕 1시간앞도 못 내다보나 보다
물기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05:30
1폭
비는 그쳤지만 날이 습해 그런지 날타리들이 얼굴주변을 맴돌며 성가시게 군다.
얼굴방충망을 꺼내 쓴다.
덤빌테면 덤벼봐라 이눔들아~
2폭
지도를 열어 하산루트를 상의한다.
계획은 원점회귀였지만 종민형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반대쪽에 있는 산판골이나 옥수골을 염두해 둔다.
07:20
3폭까지 2시간 30분
편의점에 들렀을땐 no 하드니만 이젠 종민형이 배고프다며 김밥을 꺼낸다.
자일을 내리며 먼저 올라
웅덩이를 건너다 내디딘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한쪽다리가 허벅지까지 퐁당했다.
종민형은 가뿐하게
역시 바위꾼이야
풀씨님은 웅덩이에 퐁당한걸 보드니만 무섭다고 굳이 경사도가 더 급한 곳으로 올라선다.
안 된다해도 똥고집을 부리는 통에 자일을 내려 확보부터 하고 올라오게 한다.
4폭
08:20
마지막 5폭까지 3시간 30분
올라오면서 몇차례 땀을 씻어낼때만해도 물이 그리 차지 않드만 왠걸~
얼음장같은 물에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줄 알았다.
골이 좁아지면서 골을 벗어나 산길을 따르다 화전민터를 지나 산길을 버리고 사면을 치고 능선으로 올라선다.
경사가 상당하다보니 종민형이 많이 힘들어 한다.
그렇게 능선에 올라 맥주한캔 비우며 점심요기를 하고 능선안부로 내려서 저항령쪽으로 길을 잡고 내려선다.
이 구간은 워낙 지나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저항령에서 길골로 이어지는 길이 나올때까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없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오로지 감으로 길을 잡고 진행해야 한다.
와중에 보약같은 친구들을 만나 보물찾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얼굴에 썼던 방충망에 보물들을 채워 나간다.
이런 놀이엔 별 관심없는 종민형은 앞서가길래 어련히 알아서 찾아 가겠나 싶었는데 왠걸~
저항령 아래에 있는 약수터를 지나고 있는데 전화가 와 받으니 저항령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길을 잡고 올라섰는갑다.
전화상태가 고르지 못해 전화는 끊기고...
13:15
저항령에 올라서니 산객3명이 그늘에 모여앉아 취사를 해 식사를 하고 있다.
종민형한테 전화를 하니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다.
주변 보이는걸 물으니 양쪽으로 저항령과 황철봉이 보인다는걸로 보아 아마도 이따 내려설 황철남봉에서 뻗어내린 능선길 어느지점인 듯 싶다.
닉네임이 지설(지리산과 설악산)인만큼 당연 황철남봉쯤이야 알겠거니 하고 황철남봉에서 만나기로 하고 오름짓을 이어간다.
너덜길을 오르며 뒤 돌아 본 걸레봉
저항봉이란 엄연한 이름이 있음에도 대간꾼들로부터 아름아름 전해져 오다보니 걸레봉으로 인식되는게 아닌가 싶다.
why 걸레봉?
정상이 하두 지저분하게 생겨 그리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실제 정상에 올라보면 바위들이 지저분하게 늘어서 있긴 하다.
너덜길에 들어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준다.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능선뒤로 대청에서 뻗어내린 서북능선
14:00
황철남봉까지 8시간 10분
남봉에 올라보니 종민형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하니 이런~ 예상데로 내려설 너덜길 아래 안부쪽에 있는갑다.
올라오지는 말고 눈에 띄게 너덜쪽에 있으라 하고 사방으로 펼쳐진 풍광들을 담은 후 남봉을 내려선다.
뒤로 황철봉과 북봉
속초와 설악동, 화채봉쪽
화채능선
서북능선
귀떼기청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진행할 능선
종민형은 안부쪽 너덜에서 만나게 된다.
향로봉쪽
안부까지 내려서는길이 거칠다.
종민형을 만나고
안부로 내려서 신발을 벗고 피로가 쌓인 발을 풀어주며 잠시 쉬어간다.
마지막으로 설악의 대빵과 눈맞춤을 하고...
종민형이 많이 힘들어 해 하산길이 가장 짧은 음지백판골(산판골)로 내려서려 했는데 날머리 위치상 교통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원점회귀하는걸로 하고 계속 능선길로 진행한다.
한동안은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그러다 사정없이 내려꽂는다.
안부에 내려서 완만하게 오름짓 하다보면 985봉에 닿는다.
워낙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이다보니 985봉에 오르고도 여기가 985봉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985봉에서 옥수골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버리고 좌측 지능선으로 길을 잡고 내려선다.
지능선끝에 내려서면 안널협이골이다.
골은 별다른 특징은 없고 좁게 이루어져 있다.
골을 끼고 있는 산길은 옛 화전민터가 있어선지 길을 놓칠 염려는 없을 정도로 어느정도 뚜렷하게 나 있다.
그럼에도 두 양반은 체력이 남아도는지 길을 놓치고 마냥 사면을 치고 올라가드라는...
안널협이골을 뒤로 하고 용대리로 이어지는 길을 따르는데 눈앞에 큼지막한 봉우리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피로감이 쌓인 상태라 다시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는게 도저히...
지도를 확인하고 다시 안널협이골로 내려서기로 하고 급하게 떨어지는 지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다시 안널협이골로 내려서
17:45
조금 내려서다보니 바깥널협이골과 갈라지는 지점에 닿는다.
오를땐 미끄러워 엄두를 못 냈던 바위들이 바싹 말라있어 왠만한 곳은 바윗길로 고고씽이다.
다시 3폭상단
욕들 봤슈~
계곡을 빠져 나가기전에 개운하게 알탕을 하고 용대리로 원점 in하니 저녁 8시가 훌쩍 넘어섰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식당들은 영업을 끝낸 상태다.
배고픔은 뒷전이고 갈증부터 해결하는게 급선무라 편의점표 캔맥주로 완샷 하고 귀경길에 오른다.
오는길에 식당들을 살펴보지만 역시 늦은 시간이라 영업하는곳들은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접어들기전 마지막 보루인 철정후게소에 들러 산채비빔밥과 우거지탕을 시켜 편의점표 캔맥주와 함께 저녁을 해결하고
화도IC에서 풀씨님 내려주고 천호사거리 입구에서 종민형 내려주고 집에오니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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