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익어가는 7월!
설악에선 바람꽃이 유혹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중에 큰 비가 내린터라 계곡 컨디션도 좋을 듯 싶어 오랫만에 바람꽃도 볼겸 산지기를 따라 설악으로 나선다.
새벽 03시 30분 오색을 출발 원설악폭포 입구에서 계곡물에 땀을 씻어내고 깔딱길을 올라 홀로 진행하고 있는데 앞쪽에 시커먼 배낭하나가 놓여있는게 보인다.
옆으로는 스틱도 보인다.
누군가 떵싸러 갔나보다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헐~
배낭이 아닌 산객한명이 고꾸라진채 얼굴을 땅에 박고 쓰러져 있는게다.
몸을 일으켜 의식상태를 확인하니 동공은 풀려 있고 호흡도 없는 심정지상태다.
CPR를 하기위해 우선 돌이 없는곳으로 옮기려하니 몸이 축 늘어져있는 상태라 쉽지가 않다.
마침 앞서갔던 일행인지 누군가를 부르며 내려오는분이 있어 그분과 함께 돌이 없는 곳으로 옮기고나서 119에 구조요청을 하라하고 CPR를 한다.
2분여동안 CPR를 하고나니 푸푸~ 하며 짧은 숨을 내쉰다.
이런일을 처음 겪는지라 이게 숨이 돌아온건지 아닌지 알수가 없어 의식이 돌아올때까지 계속해서 CPR를 한다.
119에서도 계속해서 CPR를 하고 있으란다며 위치를 물어본다길래 대략 대청에서 1.5km 지점쯤이라 알려준다.
그렇게 5분넘게 CPR를 하고 있는데 한무리의 단체산행객들이 올라와 걱정어린 눈빛으로 보고들 있다.
좀 도와달라 부탁하니 그제서야 어느분은 신발을 벗기고 어느분은 무릎보호대를 벗기고 어느분은 다리를 주무르고 어느분은 윈드자켓을 벗어 체온을 유지해 준다.
또 어느분은 올라온 길을 되돌아가 위치목을 찍어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
고마운분들이다.
한분은 교대를 하겠다며 나서는데 이분 CPR하는게 영~ 아니올씨다다.
때마침 한대장과 후미팀들이 올라와 코치를 해 주는데도 참견 말래며 막무가내다.
그래도 나름 열씸이니 이분 또한 고마운분이다.
일단 한숨은 돌려놨으니 그분들께 뒤를 맡기고 후미팀들과 함께 걸음을 이어간다.
헬기소리가 들려 내려다 보니 구조헬기가 보인다.
구조요청한지 40분쯤 지난 것 같다.
홀로 거북이 걸음으로 대청봉까지 5시간만에 올라와 구곡담길로 내려온 일행분한테 혹시 구조상황을 봤냐하니 심박동기를 달고 이송했다 한다.
이후 상황은 모르지만 부디 무사하길 바래본다.
知止不殆라 했다.
혹여라도 산행중에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통증이 느껴질때는 무조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인들이 보이면 도움을 청하시라.
자칫 황천 갈 수 있다.
구름에 휘감긴 점봉산이 멋져 보인다.
06:30
난생처음 생사를 오가는 긴박했던 순간을 경험하고 3시간만에 맨 꽁찌로 대청봉에 올라선다.
바람꽃은 예전에 비해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아마도 생태복원이 이뤄지면서 다른 식물들에 의해 점점 자리를 뺏겨가는 것 아닌가 싶다.
범꼬리
용아
소청대피소에서 아침요기들을 하고 봉정암으로 내려선다.
연막소독을 하고 있는걸 보니 군대시절 예하부대를 돌며 다이나호크 매고 방역작업을 했던 생각이 난다.
사리탑에서 내려다 본 봉정암
사리탑
곰돌이와 용아
인증샷 한컷씩 남겨주고 나도 한컷 남겨본다.
공룡
봉정암-오세암길에서 바라 본 용아
09:25
다리를 건너 가야동으로 들어선다.
주중에 내린 큰 비로 바위에 낀 물때까지 말끔하게 씻겨나가 미끄럼없는 바위들은 트래킹하는데 최적의 컨디션이다.
작당모의를 하고
그래도 즐겁기만 하다.
뒤에선 배치기를 하고
또 누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배치기를 한다.
그 주인공은 이 세분 중에 있다.
가야동계곡의 가장 큰 沼에서 이분 또 배치기 들어간다.
이분도 배치기각이다.
이분도...
다이빙은 이렇게 하는거라는 듯 다이빙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번엔 배치기 대신 수직입수로
떨어진 물병은 나 잡아봐라~ 하며 도망가고
이양반도 백퍼 배치기각이다.
13:00
그렇게들 놀멍놀멍 내려서다보니 천왕문이다.
천왕문
이곳에서 1시간 넘게 시간을 보낸다.
일부는 오세폭포에도 다녀오고...
긴 브레이크타임을 끝내고...
12:45
가야동에서만 3시간 20분을 보내고 이제 계곡을 벗어난다.
14:05
영시암을 거쳐
16:03
백담사 버스정류장에서 걸음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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