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드라마 태조왕건이 한창 방영될때였으니 대략 20년쯤 된 것 같다.
그때 한번 올라본 주흘산에 대한 기억을 떠 올려 보지만 그저 답답한 숲길만 걸었단거 외엔 딱히 떠오르는건 없다.
그만큼 특별히 인상에 남은 산은 아니었다는 방증일게다.
그러다 5년전 운달산을 다녀오는길에 문경에서 마주한 주흘산의 모습을 보고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동쪽과 서쪽에서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산...
먼 발치에서 본 동쪽을 향한 그 얼굴을 만나보려 새벽길을 달려 문경으로 향한다.
제2주차장 - 문경관광호텔 - 관봉 - 주봉 - 영봉 - 주봉 - 제2관(조곡관) - 제1관문(주흘관) - 제2주차장
문경쪽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게 장엄하게 펼쳐진 주흘산의 모습이다.
산쟁이들이라면 어찌 저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겠는가?
허나 이 모습에 기대를 안고 주흘산을 오른다면 실망만 안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막상 산에 들고나면 정상에 서기전까진 조망하나 없는 숲길만을 걸어야 하고 사진에 보이는 구간은 비탐구간이기 때문이다.
08:25
그렇다고 못 가 볼 길은 아니다.
문경관광호텔쪽으로...
현지기온 -4도
아침공기가 제법 차가운게 몸을 움추리게 한다.
문경관광호텔과 라마다호텔 사이로 올라서면 들머리가 나온다.
입구에 패쇄구간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걸려있으나 별다른 통제시설은 없다.
산길에 들어서면 길은 빼곡히 들어선 소나무들 사이로 잘 나 있다.
몸이 움추러들만큼 아침기온이 춥긴 했지만 역시 산속에 들고나면 아늑해지는 법
10여분만에 한꺼풀 벗어낸다.
20분정도 송림길을 따르다보면 지능선에 닿게 되고 이제부턴 갈참나무숲으로 분위기는 바뀐다.
산길은 된비알
낙엽이 쌓여있어 미끄럽다보니 2륜구동으론 쉽지 않겠다.
스틱을 장착하고 4륜구동으로 올라서는게 상책이다.
돌아보면 나무사이로 조령산과 신선암봉이 반긴다.
나뭇잎 무성한 계절엔 이마저도 볼 수 없을게다.
주흘산 정규등로가 다 그렇다.
그럼에도 주흘산을 가시겠다면 나뭇잎들이 떨궈있는 가을철과 겨울철을 추천한다.
관봉 전위봉이라 할 수 있는 암봉과 마주한다.
직등할 순 없고 우측으로 돌아 올라선다.
암벽길을 오르다보면 관봉이 모습을 들어낸다.
이 모습을 담기위해 벼랑끝으로 가는데 탄력강한 잡목들이 자꾸 몸을 밀쳐내다 보니 오금이 저려온다.
문경읍내
10:20
1시간 55분만에...
꼬깔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관봉에 서면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 아래로는 깍아지른 천길낭떨어지
주봉의 모습을 담으려 벼랑끝에 서니 에고~ 무서버라
동쪽 조망
남쪽 조망
백화산 뒤로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대간 마루금이 길게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 우뚝한 산은 덕유산이지 싶다.
맨 뒤로 속리산 마루금이 펼쳐져 보이고 그 앞쪽으로 대야산 조항산, 청화산이...
관봉 인증을 남기고 주봉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주봉까지는 1.9km
지나온 관봉
주흘산에서 조령산부터 주봉까지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다.
관봉에서도 주봉에서도 영봉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정규등로에서는 영봉 오름길에 조령산과 신선암봉을 볼 수 있는 조망처가 한군데 있다.
벼랑길은 여기까지
산길은 벼랑과 떨어지며 사면을 가로지른다.
11:15
1관문으로 이어지는 정규등로를 만나고
삼거리
주봉 130m, 제1관문 3.5km, 제2관문 4.1km
정규등로는 아니지만 문경쪽 협곡사이로도 산길이 나 있다.
주봉까지는 계단길로...
11:30
주봉(1,076m)까지 3시간 5분
주흘산의 최고봉은 영봉(1,106m)이지만 주흘산의 대빵은 주봉이다.
그도 그럴것이 문경쪽에서 보면 영봉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
주봉에서의 조망도 시원하다.
남서쪽 조망
동남쪽 조망
주봉 인증을 남기고 영봉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영봉까지는 1.3km
이제부턴 북쪽으로도 조망이 트여간다.
돌아보면
영봉 오름길에서 서쪽 조망
정규등로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조망처다.
월악산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12:05
주흘산의 최고봉이나 잡목들로 조망은 별로다.
인증을 남기고 양지바른 풀섶에 앉아 요기를 하며 시원하게 맥주한캔 비우고 부봉으로 발길을 옮겨간다.
부봉까지는 2.7km
눈 내린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올 처음보는 눈이다.
이젠 아이젠도 챙겨넣고 다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13:00
여기서부터 부봉삼거리까지 1km구간은 대간길을 따른다.
부봉 1,2봉
13:30
부봉 삼거리
부봉까지는 0.5km
급경사길이라 10분정도 힘 좀 빼며 올라서야 한다.
언제부턴지 부봉구간 곳곳에 계단을 설치해 놓아 한결 오르내림이 수월해졌다.
13:40
1봉
부봉은 주흘산의 附峰이 아니라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에 가마솥처럼 걸쳐있다 해서 釜峰이라 붙혀진 이름이다.
2봉은 부봉중에서 최고봉이다.
3,4,5봉
미륵바위
3봉으로 오르는 바윗길이 홀드가 없어 가장 까다로운 구간였는데...
3봉
3,4,5봉엔 정상석은 없다.
4봉 오름길은 예전 그대로다.
우회길을 이용하란거겠지만 그렇다고 우회할 순 없고...
저곳에 올라서면 2m정도 직벽을 마주하게 되는데 홀드가 없어 오를 순 없고 ㄱ자형태의 바위틈 사이로 돌아 올라서야 한다.
예전엔 밧줄이 놓여 있어 바로 오를 수 있었지만 없애놨다.
4봉에서 보는 3,2,1봉 그리고 주흘영봉
5봉, 6봉
4봉 내림길이 험난하다.
이곳도 예전엔 밧줄이 놓여 있었는데 없애놨다.
6봉
아랫쪽 철계단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원으로 표시된 곳은 밧줄 구간였는데 저곳에도 계단이 보인다.
5봉
14:40
1봉에서 6봉까지 딱 1시간
예전보다 30분정도 단축되는 것 같다.
남진방향 백두대간 마루금
셀카인증을 한다고 카메라를 바위에 올려놨다 발에 스트랩이 걸려 카메라가 굴러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맞는다.
다행히 후드쪽만 스크래치가 나고 랜즈도 바디도 멀쩡하다.
15:20
새재길에 들어선다
1관문까진 이런길로 5km
1시간정도
땅이 주는 치유의 선물을 받아보자며 맨발보행으로 내려서는데 땅바닥이 어찌나 차갑던지 발바닥이 시려 혼 좀 났다.
고무신 신던 시절 이후론 맨발로 걸어본적이 없는데 6km정도를 걸었으니 오장육부도 더 튼튼해졌으리라
2관문 조곡관
교귀정
16:20
영남 1관문 주흘관
올 산행기록을 살펴보니 이번 걸음까지 733.4km를 걸었다.
800km에 66.6km 남았다.
앞으로 산행할 수 있는 날이 다섯번정도 남았는데 강남5산종주와 강북5산종주를 하고나면 올해도 800km 달성은 무난하지 싶다.
귀경길에 휴게소에 들러 수거해 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통에 넣고 있는데 쓰레기를 치우는 아자씨가 오더니 대뜸 쓰레기를 가져와 여기다 버리면 되느냐며 목청을 높힌다.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어와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지금 나 욕 먹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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