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설악을 다녀온터라 오후에 근교산이나 짧게 걸어볼까 했는데 이른새벽에 눈이 떠진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가 좀 넘었다.
산행 피로감에 몸은 천근만근인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고나니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다시 잠을 청하고도 싶었지만 내친김에 샤워부터 하고나와 배낭을 꾸려본다.
치악산으로 가 볼 참이다.
2년전 환종주를 하면서 배낭을 빵빵하게 채웠던 마가목을 볼 수 있을까 해서다.
지난주 북설악 상황으로 봐선 기대는 안 된다만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에....
치악으로 가는 길
충분한 잠을 못 잔 탓인지 연신 하품이다.
졸음이 밀려와 잠시라도 눈을 붙혔다 가려고 여주휴게소에 들렀는데 깨고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구룡사정류소 - 자연학습원 - 영골 - 지능선 - 천지봉 - 비로봉 - 사다리병창 - 세렴폭포 - 구룡사정류소
08:30
구룡사 정류소 주차장 한켠은 이미 차들이 들어차 있고 식당앞에 있는 공간은 여유가 있다.
주차선이 그려있지 않은 곳이라 혹시해서 식당주인분한테 주차가능여부를 확인하니 괜찮다 한다.
왼쪽 자연학습원쪽으로...
지능선길로 오르려고 자연학습원을 지나 계곡을 건너 지능선 들머리까지 갔다 문득 영골이 궁금해져 다시 돌아나와 학습원 뒷쪽으로 올라선다.
식수원인가 하는 건물 아랫쪽으로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면 알탕하기 딱인 장소가 있고...
길은 계곡을 좌우로 몇차례 건너면서 나 있다.
이런 뚜렷한 길도 있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는...
특별히 계곡미가 있는 골은 아니지만 단풍이 물들때면 나름 괜찮아 보일 것 같긴 하다.
마지막으로 계곡을 건너고
사면을 가로질러 오르다 애초에 오르려 했던 지능선길이 어떤가 궁금해 계곡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치고 올라선다.
능선으로 올라서는길이 어찌나 급하던지 종아리가 땡껴온다.
능선에 올라서면 능선길은 뚜렷하게 나 있으나 잡목들이 많아 걸음이 그리 편치는 않다.
능선에 올라 720미터쯤 되는 봉우리를 넘어 내려서면 헬기장이 나오고 정면으로 천지봉이 보인다.
워낙 우거진 숲길이라 조망이 없다보니 이 정도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천지봉을 500여미터 남겨두고 부터는 경사각이 급격하게 급해지고 암릉들이 연달아 버티고 있어 오르기가 까다롭다.
.
암릉 아래에 개봉하지 않은 생수병이 떨어져 있다.
뚜겅에 써 놓은 날짜를 보니 1년전 흔적이다.
아마도 암릉을 오르면서 떨어트렸지 싶은데 준비해간 식수가 이거뿐은 아니었길...
연달아 암릉길을 오르다 보니 입이 탄다.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간다.
소낭구 가지사이로 비로봉이 가까이 보이지만 앞으로도 6km정도는 더 가야한다는 사실
또 하나의 암릉을 올라서니 아직 시들지 않은 구절초가 반긴다.
영골에서 올라서는 능선을 만난다.
계곡길을 벗어난지 2시간 20분 만이다.
거리는 1.8km밖에 안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만큼 힘든 길이라는 증거다.
등고선을 보면 그래도 계곡길을 따르는게 낫지 싶다.
영골방향 사면으론 애기단풍나무들이 많아 단풍절정기에 들면 엄청 화려해질 것 같다.
12:10
3시간 40분만에 천지봉(1,086.5m)에 올라선다.
천지봉까지 4.3km
참 힘들게 올라왔다.
2년전 환종주를 할땐 수레터미재로 내려섰는데 그 바람에 5km정도를 더 걸어야 했다는...
이제 비로봉까진 대략 5.5km정도
12:15
천지봉을 내려와 안부에서 요기를 하며 쉬어간다.
2년전 환종주를 하고나서 이 코스는 비추라 했건만 그 길을 내가 또 걷고있다.
미쳤지
힘이들어 그런지 비로봉이 멀리 보인다.
멀긴 멀지
천지봉-비로봉 구간중 유일하게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2년전엔 배낭을 빵빵하게 채웠었는데 나무들마다 잎만 무성할뿐 열매는 단 한 알도 달려있지 않다.
아쉬운데로 너라도
꼬맹이 주먹만한것들이라 따기가 뭐했지만 더 커 갈 것 같진 않아보여 간섭한다.
삼겹살에 한끼정도는 먹을 수 있겠다.
14:50
이제 비로봉까진 1.5km정도 남았다.
고추서 있는 비로봉까지는 고도 250여미터를 높히는 구간이라 진을 빼며 올라서야 한다.
힘이 부쳐오지만 꾸역꾸역 비로봉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드디어 부곡지구길에 들어선다.
이제 100미터만 더 올라서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이 시간에???
15:55
정상에 올라서니 젊은 친구들 여러명이 보인다.
하산길만 6km정도라 빨리 내려선다해도 2시간넘게 걸리는데 어쩌려고 이리 띵가띵가하고 있는건지...
이 친구들 컨셉을 보니 내려서려면 족히 3시간은 넘길 것 같은데 렌턴이라도 준비해 왔는지 물어보니 렌턴요? 하며 반문한다.
일몰시간이 18시라 해 떨어지면 산속은 금세 어두워지니 서둘러 내려가라 하니 그제서야 주섬주섬 짐들을 챙긴다.
일행인 여섯명은 계곡길로 내려서고 사진을 찍고있는 두 친구는 사다리병창길로 내려선다.
이 두 친구들은 말등바위전망대를 지나 만났는데 내려서는 속도를 봐서는 깜깜방중에나 내려섰지 싶다.
쥐너미고개 넘어로 원주시내
통나무 의자에 앉아 견과류 한봉을 꺼내 먹고 있는데 다람쥐 한마리가 다가와 얼쩡거린다.
호두 한쪼가리를 손바닥에 놓으니 덥썩 달려들어 입에 물고는 그 자리에 앉아 오물오물 맛있게도 먹는다.
고놈 참~
정류소까진 6km정도이니 참고 하시라.
계곡까지 이어지는 2.3km구간은 경사가 상당히 급하고 계단길도 많아 올라설때나 내려설때나 결코 쉽지 않다는것도 참고 하시라.
올 단풍예상도에 따르면 치악산 첫 단풍은 10월 7일이고 절정기는 10월 25일이다.
언제 또 미친척하고 천지봉을 가는날이 있을까?
말등바위전망대
사다리병창
바위모양이 사다리를 곤두세운 것 같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병창은 영서지방의 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뜻 한다.
17:20
2.3km 구간을 딱 1시간만에 내려섰다.
다리건너 우측으로 75m 거리에 세렴폭포가 있는데 처음으로 들러본다.
세렴폭포
배낭을 내리고 땀을 씻어내고 한타임 쉬어간다.
이제부턴 신작로를 따라 정류소까지 3km
40분정도 걸린다.
구룡사 근처에 새로운게 생겼다.
'한을카페' 인데 최근에 오픈한 것 같다.
18:25
finish
힘든 걸음였다
두 발 두 다리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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