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싶더니만
어느새...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가로수들은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리며 서둘러라 서둘러라 재촉을 하는 듯 하다.
암만~
해마다 가을이면
한두번 정도는 설악을 찾곤 했는데 올핸 찾지 않았다.
피곤하다.
귀경길이...
그 곳에 가면
설악 못지않은 단풍을 만날 수 있다.
그 곳으로 나서 본다.
올핸
도봉산이다.
망월사역-망월사-포대능선-식당바위-타이타닉-도봉산장-도봉역
늘 만나면 반가운 집밖의 가족 아홉분과 함께 한다.
지설,어사,아가짱,공산,파란나라,청출어람,바람돌이,자주빛,폰토스님
30대 인증하고...
두꺼비바위
극락교를 건너 아미타불 세계로 들어선다.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에 기대감 업이다.
해탈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선다.
물 한모금 마시고...
관음전(낙가보전)
영산전과 선만자의 구도가 멋지다.
지설님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지 먼저 포대능선으로 향했나보다..
포대능선에 올라 맥주 한잔씩 나눠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능선에 오를땐 땀 좀 흘렸는데 땀이 마르면서 한기가 느껴져 자켓을 꺼내 입는다.
11:20
선만자 뷰가 멋진 산레스토랑에서 이른 점심요기를 하며 쉬어 간다.
12:05
잔뜩 찌푸린 날씨에 시야마저 흐려 가까이에 있는 사패산이 흐릿해 보인다.
들머리에 만월암을 거쳐 오른 산객들이 주저앉아 쉬고있는 통에 눈치가 보인다.
금방 자리를 뜰 기미도 안 보이고 계단을 올라서는 산객들도 줄줄이다.
뒷통수가 따갑긴 하지만 어쩌랴 금줄을 넘어 잽사게 스며든다.
12:15
식당바위에서
지설님은 식당바위에서 안 좋은 추억 때문에 기분이 그렇다며 y계곡길로 향했는데 저 곳에 앉아 우릴 바라보고 있다.
오색빛 단풍과 하이얀 바위...
아름답다.
공감되는 대목이 있어 법정스님의 시 한편을 옮겨 본다.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럴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사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바위 푸른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y계곡으로 녀려서는 길이 까칠하다.
발 디딤자리에 쌓여있는 낙엽을 쓸어내며 내려선다
붉게 물든 단풍은 마음까지도 붉게 물들인다.
여기서 그랬나?
바지에 피가 배일정도로 무릎이 까져 연고를 바르고 드레싱밴드를 붙혀준다.
동막골 여일이가 황홀경에 빠진 듯 하다.
두분과는 여기서 작별하고...
날 추워지기전에 바위맛 한번 더 봐야겠다.
선인남벽에 붙을 수준은 못 되니 염초릿지라도...
14:00
타이타닉호에 승선한다.
뱃머리로
케이트 윈슬렛도 되 보고...
네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되 본다.
뒤엣분들한테 잠시 자리를 양보하고...
하선
한낱 두낱 빗방울도 떨어져 에덴동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한다.
16:15
여기까지 걸어와 또 하나의 해피타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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