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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Family

【09.03.12(목)】아들이 보내온 첫 편지

 

 

 

 

 

 

 

16번이랍니다

ㅎㅎ

  

 

맨 뒷줄 오른쪽

 

 

 좌측 아래 두번째

 

 

 

 

 

 

 

 

 

 

 

 

 

 

 

 

 

 

그젠(3/11) 옷가지등 택배가 오더니 어젠 장문의 편지가 왔네요

 

<원문옮김>

 

엄마.. 저 여기서 22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모든 일에 쉽게 습득하지 못하고 제 입장에서 군대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너무 빨라서 겨우 해낼까 말까 하네요.

행동 하나하나에 규칙이 있어서 한 순간에도 긴장을 놓을수가 없어서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요

 

이 글을 쓴 날짜를 기준으로 5일차가 되었는데, 5일동안 배운 군대 교육이 생각보다 무진장 어려운 것 같기도 하고, 쉽기도 해요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데로 외울게 너무 많아요.

화장실 들어가려 할 때도 수건, 비누, 치약, 칫솔이 모두 왼쪽팔에 걸려 있거나 들고 있어야 한다던지, 신발신고 다닐때도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다닌다던지,

상관의 명령을 한번에 알아들어야 한다던지, 밥 먹으로 갈때도 행진 규칙이며, 예의며...

생활반(보통 내무반, 훈련병들의 공동숙소)내에선 관물대(군대내에서의 서랍 및 옷장)를 정리하는 것에 따른 규칙 여러가지...

신발 정리할때도 놓아두는 순서, 군에서 지급해준 각종 제복(활동복, 전투복)들을 개는 법도 외운다던지 등등.....

아 진짜 미처 죽을 여유마저도 없어요. 다했다 싶으면 또다른 일이 곧바로 찾아오고...

 

이런식으로 가다간 나중에 일병-상병-병장이 될 때에도 미숙한 모습을 보일것 같네요.

에휴~ 뭐 이런건 자업자득이겠죠? 평상시에 느슨하게 집에만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그 이상으로 현실을 맞이하니 여러가지로 난처해요.

밤 10시에 취침이 들어가고, 다음날 아침 6시에 기상하는데, 여태 고질병이었던 아침의 배탈증세가 이 군대에선 하루종일 괴롭혀요.

틈만나면 복통이 나타나고 가라앉았다 배에 힘주는 일이 생기면 또 복통이 나타나고, 24시간중 속 시원한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해요.

이런점으로도 답답하고 짜증나고...

 

어떤 스케쥴을 소화하고나면 다음 스케쥴간의 텀(자유시간)이 있긴한데 그게 정확하게 몇분정도의 시간인지 알 수 없고,

상관이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바뀌고 하니 이것도 좀 짜증나네요.

미처 못했던걸 정리하려던차에 "집합 5분전"이란 방송이 들려오면 허겁지겁 맞는 복장을 갖춘다는게 말이죠.

집합하는데 갖출 복장도 여러가지 착용법이 있어서 이 방법데로 하지 않으면 혼나요.

철저한 계급주의이기 때문에 그런것도 있지만 보통 상관들중 조교(분대장)의 경우는 워낙 힘든 직책이라 그런지 더 혼을 내기도 해요.

목소리만 들어도 어느정도 화났는지 지레짐작 가고요

 

군대갔다오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긴 해도 너무 빡세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도움이 되나 의문 갖기도 해요.

직장에선 기본적으로 알고있는 예의만 잘 지켜도 잘 적응할 수 있는데 군대는 뭐 행동 하나하나에 규칙이 있고,

군 내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훈련과 정리정돈의 방법들.. 등등 다 외우고 수행해야 하니까 참...할 말이 안나와요

 

며칠동안 신병교육(막 군대 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교육시키는 것)을 받아보니 제 입장에선 딱 세가지만 충족하면 잘 적응할 것 같아요

소화불량 가라앉히는 것, 정리 빨리하는 것, 한번 들으면 잘 이해하는 것...

세번째의 경우는 상관이 멀리서 목소리 크게내도 발음이 그리 명확하지 않아서 말귀를 못알아듣는 경우가 은근히 많아요

그렇다고 상관에게 그리 말했다간 오히려 복종 못했다고 얻어맞고 제대로 혼날 것 같고... 그래서 대개 훈련병들 다수는 이런말을 못해요.

아니 그런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충분히 예상하실 것 같은데, 생활반(분대 내무반)내 20명중 제가 제일 일처리가 늦어요.

해서 옆의 훈련병 형한테 자주 쓴소리 듣고, 상관한테도 횟수로 제가 제일 많이 지적받은 것 같아요

이 편지보면 '~요'로 끝나는 문장이 많습니다. 군대에선 끝에 '~요'로 대답하면 상관한테 혼납니다. 그게 예의이고 규칙이라 하니까...

해서 편지에서라도 못다한 '~요'를 많이 붙였습니다.

 

혹시나 이 편지 받으시면 작은 손전등(손바닥만한 크기)하고 필기도구(검은펜류)를 편지에 첨부할 수 있으면 해 주세요

밤에 하루 일정동안 못다한 일 하려고 할 때 필요해서요.

뭐 상관한테 걸리면 얼쩔 수 없는 일이고...

어떻게든 적응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충!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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