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과 동강을 저울질하다 동강으로 길을 잡아본다.
시기적으로 늦은감이 있어 괜한 발걸음이 되는건 아닐까 하면서도 내심 백운산 뼝대(절벽)에 핀 할미에 대한 기대감 만큼은 떨칠수가 없어 찾아가긴 하는데...
문희마을 뼝대엔 산마루를 넘은 해가 오전 10시쯤부터 빛을 쪼여 주기 때문에 굳이 일찍 갈 필요는 없다.
규정속도에 맞춰놓고 느긋하게 달려 10시쯤에 문희마을에 도착, 뼝대쪽 입구까지 진입 해 들어간다.
주차장은 아니지만 한참때 같으면 진사들 차량들도 인해 주차하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차 한대가 없다보니 휑 하니 썰렁하기만 하다.
카메라와 렌즈만 챙겨 뼝대쪽으로 들어가 보니 예상했던데로 할미들 대부분이 시들해져 있고, 주변을 살펴보니 예년에 비해 개체수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양심이야 제각각이니 어찌할 수 없는 일일게고 지자체에서 나름의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할미들과 30여분동안 데이트를 한 후 하늘벽길 뼝대(절벽)에 핀 할미들을 만나러 기대반 우려반속에 백운산을 올라선다.
칠족령으로 가는길 중간쯤에 청노루귀 군락지가 있는데 이넘들도 시들해진게 볼품없는 모습들을 하고 있다.
작년에 할미가 있던 장소에 가보니... 아~ 오호통제로다.
묵은잎들이 다 뜯겨진 할미는 힘없이 바위바닥에 쓰러져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부족해 할미 주변을 청소까지 해 놓았으니 이 할미는 무얼로 영양을 섭취하고 다가 올 겨울을 어찌 나란 말인가.
내년에도 변함없이 이 자리에서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려는지...
한시간여동안 하늘벽길 뼝대에 핀 할미들과 놀다보니 오후 1시가 넘어선다.
백운산 정상에 오르까 하다 더운 날씨에 준비해간 물도 넉넉치 않고, 먹거리도 차에 두고 온 터라 마무리하고 내려선다.
백운산을 내려와 즘심을 먹고 내친김에 귤암리쪽까지 둘러본 후 귀경길에 오른다.
문희마을 - 칠족령 전망대 - 하늘벽길 - 문희마을
백운산이라는 이름은 줄잡아 50여개나 되니 참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2002년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에 3개의 백운산이 포함되었는데, 광양의 백운산과 경기 포천의 백운산, 그리고 강원 동강의 백운산이다.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타면의 경계를 이루는 동강 백운산은 해발 882.5m로 강원도 산치고는 높지도 않고 규모도 크지 않은 산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여타의 백운산들을 제치고 당당히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의 비경, 강원도 최후의 절경이라는 동강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 천애절벽과 물줄기의 조화를 통해 한 폭의 아름다운 진경산수화를 그려내기 때문이 아닐런지...
나제통문과 같이 자연암석을 파내 만든 동굴길... 이곳에서 문희마을까진 9km정도를 더 가야한다.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꽃대 수가 적어졌다.
2년전 같은 장소에서의 담은 모습만봐도 이리 풍성했었는데...
부모없는 두 손녀딸을 힘들여 키운 할머니... 큰 손녀딸은 부자집으로 출가를 하여 마님이 되었는데 나 몰라라 하는구나.
재넘어 산골로 출가하여 어렵게 살고 있는 인정많은 작은 손녀딸이 보고 싶어 이 꼬부랑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 산길을 넘다가 얼어 죽었다네요.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꼬부라진 '할미꽃'
얼마나 추위가 원망스러웠는지 솜털옷을 입고 나오셨으까...
아랫쪽에 피어 있는 할미들은 한결같이 묵은잎들이 다 떨어져 있다.
여기도...
이러하니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들수밖에...
이렇게 묵은잎을 달고있는 할미들은 매년 똑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어디에서 이리 고운빛이 왔을까나...
머나먼 기다림으로 두눈에 가득 글썽이는 눈물이 고인듯 합니다.
머나먼 영월땅의 님을 기다리던 정순왕후 송씨의 눈물이 변한건 아닐런지...
돌단풍은 한창
백운산 오름길엔 몇몇 종류의 제비꽃들이 자주 눈에 띈다.
드문드문 양지꽃들도 피어나기 시작하고...
청노루귀 군락지엔 어느새 끝물인지 대부분 시들해져 볼품들이 없다.
칠족령 전망대에서
칠족령은 칠목령으로도 불리는 해발 527m의 작은 봉우리 겸 고갯마루다.
동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이름이 붙은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문희마을에 이 진사가 살았다. 그는 가구에 칠하려고 옻나무진액을 통에 담아 두었다.
어느날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나와 보니 개가 통을 쏟아 놓고 없어졌다. 이 진사는 옻나무진액이 묻은 개 발자국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다 칠족령에 이르었는데, 그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워 한참을 머물렀다. 그는 개 발자국을 따라 길을 냈고 그 후로 사람들은 그 고갯마루 이름을 옻칠(漆), 발족(足) 자를 써서 '칠족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칠족령에서 제장마을이나 문희마을로 하산하지 않고 우측으로 가면 칠족령 전망대와 하늘벽 구름다리를 거쳐 연포마을로 하산할 수 있다.
연포마을은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다. 추가로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더 아름다운 동강의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해 볼 만한 산행법이다.
제장마을
이 바위아래에 멋진 모델급 할미가 있는데 사람들의 손을 타다보니 그 생명을 다하지 못하고 쓰러져 있어 아쉬움이 컷다.
이곳 할미의 묵은잎도 뜯겨져 있다.
귤암리에서...
마하리 문희마을에서 귤암리 서식지까지 거리는 약 28km
동강의 할미꽃은 어찌 석회암석의 뼝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걸까...
무슨 사연이 있길래 동강만을 바라만 보는걸까...
돌단풍
이곳 귤암리 뼝대는 오르기가 쉽지 않아 윗쪽의 할미들은 훼손되지 않은채 본연의 모습을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해도 강원도 심심산골의 나무들을 잘라 뗏목으로 엮어 정선 아우라지에서 서울까지 실어나르던 뗏목들이 바로 이 백운산을 감싸고 도는 동강을 거쳐 가곤 했다.
수많은 뗏사공이 암초와 벼랑에 부딪혀 물속으로 사라지기 일쑤였기에 지역 민요인 '정선 아리랑'에서도 아우라지 뗏사공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백운산 주변 아홉 굽이를 돌아 평창군 미탄면의 '황새여울'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무사귀환(?)을 기대할 수 있었을 만큼 백운산 주변 물굽이는 험하고 또 험하다.
활새여울은 뾰족한 바위들이 물길 중간에 널려 있어 물이 마를 때면 황새가 그 바위들에 내려앉아 놀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뗏사공들에게는 최후의 난코스였던 셈이다.
뒤 늦게 오신 진사분께서 담아주신... 메일로 보내 주셨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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