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씨버선길 열셋길 구간 중 열두번째길인 김삿갓문학길을 첫번째로 걸어본다.
김삿갓문학관(11:15) - 김삿갓교 - 든돌마을 - 김삿갓주막(13:20) - 지르네전망대 - 예밀교 - 옥동중학교(16:00/4시간45분)
난고 김삿갓 문학관이 출발지다.
대표적인 우리 국토 여행가 중 하나인 난고 김병연(1807~1863)이 기다린다.
길 떠나고 방황하는 일, 마시고 읊고 사랑하는 일, 썩은 세상 질타하고 바닥 인생 감싸안는 일로 오로지했던 막무가내의 여행자, 김삿갓(김립)의 호방한 삶과 문학을 문학관 안팎에서 만날 수 있다.
문학관 부근 옛 하동면(현 김삿갓면) 와석리 어둔이골에 젊은 김병연이 살았었다.
홍경래의 난(1811) 때 선천부사였던 조부 김익순이 항복한 죄로 폐족 처분돼 집안이 망했다.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10살 무렵 어머니와 형과 함께 영월로 이주했다고 한다.
결혼하고 방랑을 떠나기 전까지 살던 집터(어둔이골)와, 화순에서 이장한 묘(노루목)가 남아 있다.
먼저 문학관을 둘러본다.
평생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인간미 넘치는 풍자시를 써갈겼던 그의 자유분방한 삶을 느낄 수 있다.
김병연이 남긴 시가 1000편에 이른다고 하나, 400여편만이 전해온다. 기발한 시도 있고, 아름답고 쓸쓸한 시도 있다.
김삿갓이 어느 서당에서 푸대접을 받고 썼다는 '욕설모서당'(辱說某書堂)을 입에 담고 우물거리며 문학관을 나선다.
서당내조지(書堂乃早知)요, 방중개존물(房中皆尊物)이라.(서당을 일찍이 알고 찾아보니, 방 안엔 모두 귀한 분들뿐이네)
생도제미십(生徒諸未十)이요, 선생내불알(先生來不謁)이라.(학생은 채 열 명이 안 되는데, 선생은 나와 보지도 않네)
아스팔트 찻길로 시작되지만, 곡동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숲길과 마을길, 절벽을 낀 산길을 걷게된다.
김삿갓 생가와 묘소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서 묘소만 바라보고 발길을 돌린다.
김삿갓교에서 찻길을 버리고 곡동천을 끼고 나 있는 숲길로 접어든다.
곡동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숲길은 심심치가 않다.
한 여름엔 가끔씩 풍덩 할 수 있고,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에 걷는것도 좋을 듯 하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선괴불주머니가 궂은날씨에 화사함을 선물 해 주는 듯 하다.
숲길은 물봉선, 선괴불, 달맞이꽃, 애기똥풀 등이 한창이다.
나도송이풀
찻길을 만나 삿갓교를 건너 좌회전, 이번엔 물길을 왼쪽에 두고 숲길로 든다.
난간까지 만들어 붙인 멋진 통나무다리를 지나 좁고 아늑하고 푹신하고 향기로운 오솔길이 이어진다.
습기찬 숲 속엔 푸른 이끼를 두른 고목들이 즐비하다.
사유지라 현재는 길이 막혀있는 지름길로...
대추가 주렁주렁
주막에 들러 1시간 가까이 머문다.
각자 준비해 간 먹거리들을 모아모아 즘심을 대신한다. 온달님께서 준비해 온 참치회가 인기만점이다.
온달님,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분들은 곤드래 밥을 시켜 드시고...
찻길 옆에 검은 이끼 덮인 커다란 바위, 든돌(든바위)을 만난다.
아기장수와 용마 이야기가 전해오는 바위다.
마을에 태어난 아기장수가 거대한 돌을 들어 작은 돌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아기장수가 죽은 뒤 용마가 나타나 울부짖다 죽었는데, 용마를 묻은 무덤이 와석1리 들모랭이 논 가운데 있었다.
주민들은 무덤에 해마다 용마제를 지냈는데, 72년 수해 때 유실됐다고 한다.
와석1리 마을로 들어선다.
와석리(1~5리)는 일제강점기 행정지명 개편 때 와인리와 거석리(든돌)를 합쳐 부른 이름이다.
이른바 '양백지간'(소백과 태백 사이 지역)으로, 산이 깊은데다 물길이 가로막고 길이 험해, 난을 피할 수 있는 10승지의 하나로 꼽혔다고 한다.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 ♬
농가들은 대부분 펜션, 민박집으로 바뀌었다.
동강 디지털 소사이어티
대추알이 밤톨만하다.
가을이 영글고...
메기못
옛날 이 곳 메기못에는 커다란 메기가 살면서 밤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소문이 있던 중 한 농부가 송아지를 못 주위에 매어두고 농사를 지으러 가곤 하였다.
어느 날 어두울 때 까지 일을 하고 송아지를 찾으러 갔더니 송아지는 온데간데 없고, 송아지고삐가 못 가장자리 바위틈에 끼워져 있어 힘껏 당겨보니 눈이 양푼만한 메기가 딸려오다가 다시
못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뒤로 동네에서는 못 주면에 송아지를 매어 놓지 않았으며 ,
그 메기는 낮에는 못의 바닥 속에 있다가 밤이 되면 못으로 나와 놀곤 한다는 전설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메기못이라고 불렀으며, 요즈음도 그 새끼메기가 못 바닥에 있다는 소문이 있다.
옥동천 너른 물길을 오른쪽에 두고 다시 울창한 숲길로 들어선다.
참나무 우거진 숲속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옥동천 물길의 보를 따라 건너 옥동리로 질러가는 '지르내' 길이고, 왼쪽 산길은 옥동천 물이 불어 막혔을 때 에돌아가는 가랭이봉 산길이다.
다들 지르내길로 방향을 잡았지만 반선님과 함께 가랭이봉쪽길을 따라 오른다.
오르막길을 숨차게 올라 7부능선쯤 오르면 가랭이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사면길로 이어진 갈림길이 나온다.
완만하게 오르내림 하는 사면길을 따른다.
탁 트인 지르내 전망대와 밀골 전망대에서 강줄기와 예밀리 마을를 굽어본 뒤 완만한 내리막길을 한동안 걸으면 예밀교쪽으로 내려선다.
밀골 전망대에서 굽어본 예밀리 마을
예밀교를 지나고...
옥동 초등학교... 조선시대엔 감옥터였다 한다.
옥동 중학교
김삿갓 면사무소를 500여미터 앞두고 옥동 중학교에서 트래킹을 마친다.
숲속의 아기자기한 오솔길도... 정겨움이 느껴지던 마을길도...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길도 참 좋았던 것 같다.
딱 하나 아쉬움... 조선민화박물관 2층 춘화방을 못 들려봤다는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외씨버선길 열셋길 구간.. 쭈욱 이어지기를 바래 본다.
전구간 개근을 목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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