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limbing/지리산

【16.01.31(일)】06.왕시루봉 - 봉애능선

 

 

 

 

 

그동안 기회만 엿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왕의 강을 만나 볼 기회가 찾아왔다.

왕시루봉을 간단다.

왕시루봉은 주능선과 멀리 떨어진채 홀립하여 우뚝 서 있다보니 별개의 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노고단에서 분기한 후 질등과 문바우등을 거쳐 마지막에 우뚝 솟아있는  산이다.

야영을 즐겨하는 산쟁이들한텐 칠성급 호텔이 있는 최상의 야영지이기도 하고, 지리산 사진작가 고 하성목님에 의해 산악사진가들한테도 잘 알려진 왕시루봉...

반면에 일반 산쟁이들한텐 그닥 인기는 없는 것 같다.

반달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왕시루봉능선 전체가 비탐구역으로 묶여있기도 하거니와 문바우등외 능선길 대부분이 조망이 없는 이유도 큰 것 같다.

 

내도 왕시루봉은 초행길이다.

헌데 이게 뭔 말인고? 버스가 성삼재까지 오를 수 있다면 노고단에서 내림길로 진행할거란다.

산을 찾는 목적들이야 같을 순 없겠지만 내로썬 왕시루봉을 찾는 목적이 따로 있는데 달갑지 않은 야기다.

여명빛이 아닌 노을빛에 물든 섬진강의 모습도 좋다지만 일몰을 보고 내려올것도 아닐거구 무엇보다 분위기가 새벽아침만 하랴.

해서 참석신청을 미루고 일기예보를 주시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목욜부터 토욜까지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눈이 내리면 당연 차는 못 오를거니 말이다.

관건은 산행당일 날씨다.

제대로 된 풍광을 만나려면 날씨가 좀 추워야 할텐데 산행당일 예보된 노고단의 기온은 -6도밖에 안된다. 습도도 좀 높은편이고...

산 아래로는 섬진강물이 흐르고 있다보니 자칫 안개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른새벽 구산리 마을입구에 도착 차에서 내리니 코끝에 스치는 새벽공기가 알싸하다. 다행히 안개는 보이지 않는다.

마을로 들어서 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보니 지금입출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 닿는다.

보통은 이런 안내판이 있는 곳이 입구인데 여긴 그렇지가 않다. gps맵을 로긴해보니 등로는 좀 더 진행하는걸로 나오는데 한대장은 아니라며 안내판 아랫쪽에 나 있는 길로 접어든다.

산길이 뚜렷해 이 길이 맞는갑다 했는데 얼마간 오르다보니 산소가 나오고 길이 끊긴다. 산소길였던게다.

어쩌랴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올라서야지.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된비알을 치고올라 능선에 닿으니 이제 좀 길이 뚜렷해져 간다.

한동안 철쭉나뭇가지에 방해를 받긴 했지만 얼마간 진행하다보니 등로도 넓직해지고 완만해진다.

날이 밝아져 오면서 나무사이로는 펑버짐한 왕시루봉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구산리 - 왕시루봉 - 선교원 - 봉애능선 - 신촌마을

 

 

 

 

 

 

잣나무숲을 빠져 나오면 헬기장이 가깝다. 세시간만에야 헬기장에 올라선다.(07:35)

정상은 30분정도 더 올라서야 하는데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게 생뚱맞다.

 

 

 

 

 

초행길이니 인증샷 한컷 남기고

 

 

 

 

 

 

일출시간이 한참 지난터라 급하게 왕의 강을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올라서는데 느즈막하게 아침해가 빵긋 얼굴을 내민다.(07:48) 

 

 

 

 

 

 

포인트에 올라서 보니 꿈틀대는 구름들은 운해를 만들어가고 있고, 짙은 연무로인해 대기상태마저 흐리다보니 마음속에 그렸던 그림은 물건너 간 것 같다.

 

 

 

 

 

 

연무만이라도 없었다면 이런 풍광이라도 얻을 수 있었을텐데...

- 지리산 사진작가 하성목님 作 -

 

 

 

 

 

 

 

 

 

[산을 망치는 일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산사람이네 하는 사람과 산을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 또 산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이 앞장을 서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 자신 사진을 찍기 위해 단순히 횟수 만으로도 많이 산을 올라야 했고, 비지정 등산로를 이용하기도, 불법으로 야영을 하기도 하며, 찍은 사진을 전시회, 지면 혹은 인터넷상에 공개를 함으로써 사진을 보는 사람이 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충동질 하는 계기도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창작의욕을 만족시키며 여러 사람들로부터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므로 예술적 우월감에 빠져 죽을둥 살둥 모르고 산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진정 내가 산을 사랑한다면 나 자신부터 산행 횟수를 줄이고 사진 찍는 일조차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나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네 하지만 결국 산이 망가지는 것은 너 나 없는 억센 등산화 때문입니다.

지정 등산로 옆으로 갈래갈래 생겨나는 거미줄 같은 등산로며, 동물이나 다닐까 말까 하던 한적한 등산로가 산꾼이라 자처하는 이가 앞장서서 개발하고, 산악회의 경쟁인지 광고인지 나뭇가지에는 리본이 만장 깃발처럼 걸렸습니다.
한때 저는 지리산을 수도 없는 별처럼 다닌 것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신선인냥 지리산 명승 구석구석을 다녀 보지 않은 데가 없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온갖 나물이며 꽃이름 나무 이름을 안다고 누가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의 면죄부라도 준단 말입니까?
이 모든 것이 진정 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가 아니고 지리산에 기대여 자신은 누구보다 지리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자연주의 존재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요?
산은 사람들이 자신을 밟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무도 자신이 산을 밟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나는 산에 올랐다고 할 뿐입니다.]

위의 글은 지리산 사진작가 하성목님이 2002년 카페 게시판에 '반성문'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평생 지리산의 모습을 담았고, 지리산에 살기를 원했으며, 지리산을 닮고 싶어했던 그는 이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고는 2년후에 이승과 작별을 한다.

공감은 하나 아직 난 배가 고프다.

 

 

 

 

왕시루봉 정상(08:25)

 

 

 

기대했던 아침풍광을 못 봐 실망감은 크지만 그래도 왕의 강을 직접 보고싶은 욕망이 커 운해가 걷힐때까지 머물기로 하고 일단 정상을 올라보기로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눈이 쌓인채 솔아 있어 발걸음이 편치가 않다.

정상에 올라보니 조망은 막혀있고 정상석도 없다. 이 곳이 정상인지도 모른채 지나칠 수 있겠다 싶다.

정상인증샷을 담은 후 돌아내려오면서 만난 일행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포인트로 내려서는데 희망님이 다리에 쥐가 났다며 주저앉아 있다.

케어하고 있는 일행분들에게 염려말고 진행하시라 하고 희망님과 함께 포인트로 내려선다.

 

 

 

 

다시 포인트로 내려와 보니 운해는 한층 더 두툼해져 있다.(09:00)

 

 

 

 

 

 

얼마나 기다려야 구름이 걷힐른지... 선교원이나 둘러보고 와야겠다.

 

 

 

 

 

 

 

 

 

 

1900년대 선교사들의 포교활동 중 가족들이 풍토병에 사상자가 발생하자 요양목적으로 지은것으로 원래는 노고단에 건물을 지었었다 한다.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소실되자 1962년에 휴튼선교사에 의해 이곳에 건립하여 현재까지 남아있다는데 관리가 안 되다보니 썩어가고 무너져가고 당장 귀신이라도 나올것만 같은 분위기다.

기독교 단체에선 문화재 등록 추진을 노력중이나 생태보호차원에서 도청과 공단측의 반대가 있어 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는데 이렇게 방치할바엔 철거가 답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빨랫줄도 걸려있고 위성안테나가 있는걸로 보아 사람이 거주했던 것 같은데...

 

 

 

 

 

 

아름다운 건물양식인데 썩어 망가져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수영장

 

 

 

 

 

 

선교원을 둘러보고 왔지만...(09:50)

 

 

 

 

 

 

산에서 운해를 만나게되면 보통은 대박이네 하며 좋아라 하는데 오늘만큼은 운해가 정말이지 느무느무 싫다. 

 

 

 

 

 

 

한시간을 더 기다리다보니 구름들이 피어오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섬진강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10:48)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무로 인해 더 이상의 맑은모습은 보여주질 않는다.

 

 

 

 

 

 

이런 그림을 상상했건만...

 

 

 

 

 

 

이 사진 한장이 산악사진가들을 왕시루봉으로 이끈 모티브가 되었다.

여명빛에 물든 섬진강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을 본 누군가가 왕의 강 같다는 덧글을 남기고부터 '왕의 강'으로 블리워지기 시작 했다고.

- 고 하성목님 作 -

 

 

 

 

 

더 기다려본들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일행들 하산시간에 맞춰 내려서려면 이제 자리를 떠야할 것 같다.(11:00)

 

 

 

 

 

 

하산은 봉애능선을 따르기로 하고

 

 

 

 

 

 

사면을 가로질러 봉애능선으로

 

 

 

 

 

 

전망대

 

 

 

 

 

 

이 곳도 왕의 강을 담기에 손색없는 좋은 조망터다.

 

 

 

 

 

 

근데 한반도 모습은 아쉽다.

 

 

 

 

 

 

모델 좋쿠

 

 

 

 

 

 

 

 

 

 

 

 

 

내도 한 컷

 

 

 

 

 

 

황장산 뒷쪽으로 남부능선과 삼신봉이 자리하고 있을텐데...

 

 

 

 

 

 

반야봉도 희미하다.

 

 

 

 

 

 

 

 

 

 

 

 

 

능선길은 왜그리도 급하기만 하던지... 조망처는 굿인데 산길은 그지깡깽이다.

 

 

 

 

 

 

돌아 본 전망대

 

 

 

 

 

 

통꼭봉과 담재 뒷쪽으론 제석봉, 천왕봉, 촛대봉이  메山자를 그리고 있을텐데 끝내 모습을 보여주질 않는다.

 

 

 

 

 

 

이런 모습일게다

 

 

 

 

 

 

섬진강 좌로는 구재봉이 우로는 백운산이, 정면 멀리로는 금오산이 자리하고 있으련만...

 

 

 

 

 

 

 

 

 

 

 

 

 

 

 

 

 

 

 

 

 

 

 

 

 

 

 

통천문이라 불리는 석문

 

 

 

 

 

 

 

 

 

 

 

 

 

석문을 통과하고 보니 내려설 곳이 마땅치가 않다.

 

 

 

 

 

좌측으로 돌아 석문윗쪽 암봉으로 올라선다.

 

 

 

 

 

 

조망이 트인 마지막 장소이건만 끝내 금오산의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어렴풋하게나마 백운산만이 모습을 보여준다.

 

 

 

 

 

 

백운산

 

 

 

 

 

 

이제 암봉을 내려서야 하는데

 

 

 

 

 

 

2미터가 좀 넘는 까칠한 직벽이 기다리고 있다.

 

 

 

 

 

 

 

 

 

 

 

 

 

 

 

 

 

 

 

 

 

 

 

 

 

 

 

내림길이 으찌나 거칠든지 렌즈후드까지 돌아가 버렸네.

 

 

 

 

 

 

한때는 무성했을 조릿대들이 말라 죽어있다. 대나무는 꽃이 피면 죽는다.

 

 

 

 

 

 

두시간 넘게 내려왔는데도 아직도 봉애봉은 멀리에 있다.

 

 

 

 

 

 

봉애능선길을 버리고 지능선을 따라 탈출해 신촌마을로 내려선다.

탈출길도 만만찮았다는...

 

 

 

 

 

이제부턴 임도길로

 

 

 

 

 

 

사면을 깍아 만든 길이다 보니 거리가 만만찮다.

 

 

 

 

 

 

임도길만 걷는데도 30분이나 걸린다.

 

 

 

 

 

 

 

 

 

 

 

 

 

단체

 

 

 

 

 

 

반야봉과 통꼭봉. 반야봉 옆으로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큼지막한 봉우리가 있어 한대장한테 물어보니 신덕봉(신듬봉)이라고.

 

 

 

 

 

 

 

 

 

 

 

 

 

finish(16:40)

신촌마을로 탈출 해 내려왔음에도 하산시간만도 세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10여분뒤에 일행들도 모두 하산했다는 연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