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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지리산

【16.08.28(일)】43.가을마중(천왕봉/칠선계곡)






뜨거웠던 여름도 한방에 훅 지나갔다.

아직은 한낮의 햇살만큼은 따갑긴해도 피부에 와 닿은 선선한 바람결과 쪽빛 하늘만큼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산정에 찾아든 가을을 만나러 지리나 덕유로 따나곤 하는데  오랫만에 지기님들과 함께 지리로 떠나본다.

헌데 날씨가 훼방을  놓는다. 가뭄에 단비라 머라 할 순 없지만 이왕이면 평일에 좀 내려주지 하필 가을마중길에 내릴게 뭐람. ㅠㅠ

백무동하곤 궁합도 안 맞는건지 30년전 지리산을 처음 찾았을때도 그러드니만 백무동을 들머리로 할때마다 매번 비를 만나니 참 요상스런 일이다.

새벽 05시에 일행들은 세석으로 출발한다.

촛대봉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구절초가 눈에 선하지만 우중에 가본들 그림도 안 나올 것 같고 긴 걸음도 부담스럽고해서 바로 장터목으로 오르기로 하고 남는다.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칠선계곡 - 나물꾼들 둘레길 - 백무동







긴 걸음이 부담스럽다고 남은 수락산님과 동행한 동서분과함께 장터목으로 출발한다.(06:00)







낙석예방을 위해 하동바위와 좀 떨어진 곳에 우회목교를 설치하고 있다.







하동바위까지 50분

매번 깜감할때 오르다보니 못 보고 지나쳤었는데 하동바위를 제대로 보는것도 이번이 츰이다.




하동바위는 전해 내려오는 유래가 있다.

옛날 장터목에 장이 서던 날 함양원님과 하동원님이 장터로 향하다 만나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내기장기를 두게 되었는데 하동원님의 압승으로 끝났다.
내기에 진 함양원님은 수중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것이 없던터라 하동원님을  놀려줄 요량으로 눈 앞에 우뚝 선 바위를 가져가라고 했다. 설마 바위를 가져갈 수 있겠냐는 투였다.
하동원님은 이에 뒤질세라 고맙다며 나중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가져가겠노라 하고, 우선 이름을 하동 사람들의 바위란 뜻으로 「하동바위」라 명명했는데

그로부터 함양땅에 있는 바위가 산 너머 하동바위가 되고 말았다는 설이다.





목교가 완공되고나면 이 출렁다리도 철거될게 뻔하니 이 다리를 건너는것도 오늘로 마지막일게다.














참샘까지 1시간 25분

참샘을 지나면서부터는 경사가 급해지고 된비알길은 소지봉까지 이어진다(약0.4km)

← 백무동 2.6km,   장터목 3.2km →





소지봉까지 1시간 50분

← 백무동 3.0km,  장터목 2.8km →






소지봉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을 따르게 되나 곳곳에 빗물이 고여있어 걸음하기가 불편하다.







망바위까지 2시간 30분

망바위에 올라보면 반야봉까지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조망이 꽝이니 패스하고






장터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서는 산객들을 종종 만난다. 천왕봉 일출을 보겠다고 왔다 비가내려 그냥 내려가는 중이란다.







3시간 15분만에 장터목에 올라선다.(09:15)

취사장에 들어서니 일행 한분이 먼저 와 있다. 대피소 계단에 앉아 요기를 하는데 손이 시렵다.

9시 30분을 넘어서면서 세석으로 오른 일행들도 속속 도착한다.





장터목에서 1시간쯤 머무르다 먼저 제석봉에 오른다.







비는 내리지.. 바람은 불어대지.. 바람방향, 하늘방향으론 앵글각을 맞출수가 없다보니 사진 한 컷 담는게 여간 고역스러운게 아니다.














어느새 산오이풀들은 대부분 시들해져 있다.

























































































































































천왕봉에 올라서니 몸이 휘청일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칠선계곡으로(11:30)

추성까진 9.8km 로 걸음하기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마폭까지 내려서는 길은 급한데다 빗물에 젖은 바위와 돌들이 미끄럽다보니 정신 바짝차리고 내려선다.





















마폭까지 50분(12:20)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해서 마폭이라고







마폭아래 옆쪽으로 있는 이 폭포는 원래는 없던건데 사태로 생겨난거라 한다. 해서 이름하나 지어줬다. '사태폭'이라고







바위인데 닮은꼴이 영락없는 항아리다.







몇차례 계곡으로 내려서기도 하지만 길은 대부분 사면을 따라 이어져 있고 너덜길같은 곳들이 많아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계곡의 바위들은 미끄럽지 않다는...



























3층폭포의 3층폭







개인적으론 가장 멋진 모습이 아니었나싶다.




























2층폭





















1층폭







































3층폭포에서 잠시 머물다 일행 몇몇이서 내려서길래 한대장과 함께 가는 줄 알고 뒤따라 내려선다.

한대장말로는 10분정도 내려서면 대륙폭포가 있고 대륙폭포에서 10분정도 더 내려서면 칠선폭포가 있다 했는데 한참을 내려섰는데도 도무지 폭포를 만날수가 없다.

내려서면서 제법 큼지막한 폭포를 보긴 했는데 등로에서도 멀찍히 떨어져 있고 폭포쪽으로 내려서는 길도 보이지 않으니 어느게 대륙폭포인지 칠선폭포인지 알수가 있나

얼마쯤 진행했을까..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이고 앞서간 일행 몇명이서 계곡쪽으로 내려서고 있다.

폭포가 보이긴 하던데 한대장이 보이지 않길래 여기도 아닌가보다하고 뒤따라 붙은 풀씨님, 성중님과 함께 계속 진행한다.


얼마지나 비도 주춤해지고 힘도 들어 우의도 벗을겸 잠시 쉬어가자하고 앉아 쉬고 있는데 헐~ 한대장이 빈 몸으로 내려오는게 아닌가.

순간 "아! 지나쳐 내려왔구나" 하는 직감이 뇌를 때린다. 

미리 지도라도 열어봤드라면 이런 멍청한짓은 안 했을텐데 지치다보니 지도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다.

한대장은 앞서간 두분을 찾으러 다시 내려선다. 다행히 한분을 만나 함께 되돌아 왔는데 2년여만에 산적의 모습으로 나타난 솔개님은 추성까지 완주했다는...

집에 와 gps트랙을 확인 해 보니 지나친 거리가 400m쯤 되고(왕복 790m) 천왕봉에서 추성구간 중 거짐 절반쯤 되는 지점이다.

내림길로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지겹고 힘이 들어 두번다시 오고싶단 생각이 안 들던데 추성에서 시작하는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단 생각까지 든다.





지나쳐 내려갔던길을 되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함께 둘레길을 따라 백무동으로 넘어선다.(14:50)

결국 칠선계곡을 내려오고도 칠선폭포도 대륙폭포도 못 본채 칠선계곡을 떠나야 했다는...

나물꾼들이 만들었다는 둘레길은 천왕봉을 기점으로 4.4km 지점에서 시작되고 백무동 주차장까진 3.1km 거리다.

그 중 구릉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능선까지 올라서는 거친 1.4km 구간은 죽음이다. 이후부터는 순한 내림길을 따르게 되지만 지친 걸음이다보니 이 또한 녹녹치가 않다.




다 내려서고나니 간간히 햇살도 비추고 구름도 조금씩 벗겨간다.







10시간 35분간의 걸음을 마치고나니 곡소리가 절로나온다.







귀경길에,,,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