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와 서울을 이어주는 가장 짦은 길인 우이령길은 숱한 역사가 지나간 길이다.
병자호란때는 청나라가 공물을 뺴앗아가던 길이었고, 불교를 배척했던 조선시대에는 도성의 사대문을 드나들 수 없었던 승려들이 몰래 지나가던 길이기도 했다.
6·25 전쟁 이전만 해도 소로였으나, 6·25 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가 작전 도로로 만들면서 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일명 김신조 사건으로 불려진 1968년 1·21 사태 이후로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던 우이령길은 오랜시간 상태계가 자연 그대로 보전되면서 서울의 비무장지대로 불리기도 했다.
2008년에 우이령길 통행을 재개하자는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장도 많아 실현되지 못하다 2009년 7월 10일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우이령길이 다시 개방되었다.
우이동과 교현리에서 각각 500명씩 하루 탐방객 1,00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사전 인터넷 예약으로만 탐방이 가능하다.
북한산 둘레길 21구간이기도 하다.
교현리 - 우이령 - 우이동 - 우이남능선 - 우이암 - 원통사 - 무수골 - 도봉역
신발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은채로 걸음을 시작한다.(09:10)
예약은 필수
예약여부와 신분증을 확인만 하고 출입증같은건 주지 않는다. 나중에 상장능선이나 우이남능선에서 우이령으로 내려와 어느방향으로 내려서도 문제 없을 듯
걷기좋은 숲길이지만 푹푹 찌는 날씨에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걷는다.
휴대폰에서도 폭몀특보 경보음이 요란스럽게 울려댄다.
오봉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유격장 연병장, 석굴암 입구이기도 하다.(09:55)
석굴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라는데 가보진 못 했다.
둘레길을 걷는 한무리의 트레커들이 우이동쪽에서 내려온다.
석굴암 입구엔 거위 다섯마리가 검문?을 한다.
석굴암쪽으로 들어가려하면 차량이든 사람이든 막아서고 꽉꽉 거린다. 무시하고 들어갈라치면 덤벼들며 강한 부리로 물곤 하는데 아마도 먹을것을 내 놓고 가라는 듯 하다.
한 마을에 다섯 총각들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들기 위해 상장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올려놓기 시합을 했는데 그로인해 현재의 감투바위가 생겼다는 설이 있다.
예전 한북정맥길을 잇는 일행들과 함께하다 사복차림의 전경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던 곳이다.
이 날 모임이 있어 교현리쪽으로 탈출하는데 석굴암을 다녀가던 신도 한분이 입구쪽에서 군인들이 잡는다며 차를 태워 줘 편하게 내려섰던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우이령길을 오롯이 걸어 보는것도 오늘이 츰이기도 하다.
창고사진 (2007.08.19)
우이령까지 1시간 20분(10:30)
소의 귀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에서 소귀고개, 즉 우이령(牛耳嶺)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오봉과 상장봉 사이에 있는 이 소귀고개를 아래 응달말에서 올려다보면 두 봉우리가 마치 소의 귀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되었다.
6·25 전쟁 때 양주와 파주 지역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어서 피난을 갔다고 한다. 지금도 고갯마루에는 냉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전차 저지용 장애물이 남아 있다.
우이동쪽길엔 단풍나무들도 제법 보이는게 단풍철에 걸어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
기동경찰막사를 지나면서부터는 흙길은 사라지고
좀 북적거리긴 하겠지만 둘레길 대신 본래의 우이령길을 따른다.
교현리쪽 탐방안내소부터 이 곳까지는 4.5km 거리이나 교현리 입구부터 우이동까지는 약 6.8km 거리다.
예전부터 유원지였던 우이동계곡은 주변에 크고작은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보니 많은 차량들로 인해 길이 복잡하다.
살방살방 걸음했는데도 2시간만에 우이령길을 마친다. 이제 우이남능선으로...(11:08)
땀을 씻어내고 옷도 헹궈입고...
도심은 열기와 헤이즈로 뿌옇고
이 곳에서 점심요기를 하며 쉬어간다.(12:30~14:00)
요기를 하고나니 나른함이 몰려온다. 바위에 누워 한뎃잠 자고 일어나서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본격적인 암릉길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람결이 좀 강해진다.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땀을 식혀줄만큼이나 시원하다.
허나 능선만 벗어나면 찜통
이 길을 걸음할때마다 사진만 담고 지나쳤는데 오늘은 엄지바위에 올라보기로 한다.
얼굴형상이 보이는데 누군가 인위적으로 각인 해 놓은 것 같다.
상장능선
칼바위쪽으로 진행한 후 송추계곡으로 내려설 생각였는데 힘들고 지친다. 무수골로...(15:00)
원통사
원통사 경내를 이곳저곳 둘러본다.
원통사는 신라 경문황 3년(갑신864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전통사찰이다.
원통이란 절대의 진리는 모든 것에 두루 통한다는 뜻으로 관음보살의 덕을 칭송하여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거북바위아래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 한바가지를 떠서 갈증을 풀고
약사전 아래 거북바위에는 태조가 기도를 마치던 날 천상의 상공(정승)이 되어 옥황상제를 배알하는 꿈을 꾸었다하여 새겼다는 '상공암相公岩' 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태조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석굴에 들어가 본다.
무수골로 내려서 알탕 좀 할까 했는데 그럴싸한 자리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땀만 씻어내는걸로...
자현암
마을길로 내려와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들이키고 도봉역으로...
달구어진 아스팔트길 열기가 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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