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리 - 백담사 - 영시암 - 수렴동대피소 - 백운동계곡 - 직백운 - 제단곡 - 1410봉 - 서북능선 - 한계삼거리 - 곡백운 - 백담사(T.496.8km)
몸도 마음도 컨디션이 다운된 상태에서 걸음을 시작한다(03:10)
이 사진을 담고 있는데 영표씨가 허리를 껴 않으며 "형님 죄송합니다" 한다. 아니 사과할거면 뭐하러 그딴 글을 올리나?
하도 화가 난 상태라 사과받고싶지 않다고 했지만 맴은 펀치가 않다.
부담스런 포장길 6.4km를 1시간 10분만에 지나고 영시암으로 가는동안 새들의 지저귐소리와 함께 아침이 깨어난다
용대리에서 영시암까진 약 10.5km
2시간 20분만에 영시암에 도착 물 한종지 받아 마시고 한참을 쉬어간다(05:30)
영시암에서 백운동계곡 입구까진 약 5km
봉정암에서 새벽예불을 드리고 내려오는 불자들로 인해 입구에서 한동안 머물다 뜸한 틈을 이용해 백운동계곡으로 스며든다.(06:45)
오늘 걸음 할 백운동계곡은 직백운-제단골-서북능-곡백운순으로 한바퀴 돌아오는데 약 7km 거리다.
계곡초입은 사태때 굴러내려온 바윗돌들이 널부러져 있다보니 어지러운 모습이다
초반 어지러운 구간을 지나고 나면 너른 암반이 펼쳐지고 계곡미도 살아나기 시작한다.
직백운(좌)과 곡백운(우)으로 갈리는 합수점에서 쉬어간다
직백운으로(07:30)
직백운 초입구간도 계곡미가 좋다.
직백운에 들어서 약 500미터쯤 오르다보면 계곡은 다시 직백운(좌)과 제단곡(우)으로 갈라진다.
우측 제단곡으로 들어선다(07:45)
직백운쪽
입구의 수문장 바위는 직백운의 이정표가 되 준다
돌아보면 공룡능선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들어내 보이고 용아릉은 아직...
근데 왜 제단곡이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다녀와서 관련한 내용을 찾다보니 공감가는 어느 블로거님의 탐사기가 있어 일부 글을 옮겨본다.
이상하죠? 제단골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왜 이런 깊은 골짜기에 제단을 만들어 제(祭)를 지낸 걸까요?
계룡산처럼 어떤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어서 무속인들이 깊은 산중에 들어와 여기저기 제단을 만들어 놓고 치성을 들인 것일까요?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제단골은 사람들이 왕래하거나 터를 잡고 살기에는 그렇게 녹녹치 않아 보입니다. 산중에 돌 제단을 만들어 유교식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되지요?
유교제례와 깊은 산중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양택이든 음택이든 풍수지리적으로 이해해 보려 해도 좌청룡 우백호 형상이 만들어지지 않아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무속인들이 치성을 드리는 조그마한 제단들이 1400고지 능선에 가까운 너덜겅에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무슨 제례를 올리기 위한 제단인 것일까요?
까마득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에서는 높은 산정에 큰 돌제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를 올렸습니다. '하늘제사'를 지내는 '천제단(天祭壇)'일까요?
천제단 또한 이렇게 어정쩡한 산마루 아래 경사 급한 곳에 세워지는 법은 없습니다. 높은 산정이라야 자연스럽습니다.
과연 제단골에 규모는 작더라도 민족 고유의 제천행사를 치르기 위한 제단이 있었고, 그 흔적이 남아 유적이 되었을까요? 왠지 개연성이 작아 보이지 않나요?
귀때기청봉 정상이나 대청봉 정상, 하다못해 끝청 위 넓은 산마루라면 몰라도 제단골은 그 위치나 규모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의식을 치르던 곳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탐사를 다녀와서 '결과론적'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노산 이은상 선생은 설악행각에서 '제단골'이니 '제단'이 있을 것이고, 그 제단은 당연히 '고신도(단군교)'의 제단이 있던 유적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것은 아닐까요?
골(谷)의 명칭은 대개 골을 특정할 수 있는 형상, 사물, 속성, 사건에서 비롯됨을 생각해 볼 때 제단골의 제단이 과연 실제 사물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단처럼 생긴 형상을 묘사하는 말인지 확인할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백운동계곡은 이미 노산의 설악행각 시절에 이미 분명한 이름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직백운(곧은백운)·곡백운(굽은백운)·제단곡(제단골)이라는 더 세부적인 지계곡 이름까지 갖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군요.
해방 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기 등산지도에도 그런 사료에 근거해서 설악의 자연지명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게된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은 최선웅 선생께서 <최선웅의 산과 지도 이야기>라는 글에서 분명히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노산 이은상의 <설악행각> 중에서...
(중략)
소허(少許)에 동곡(洞谷)의 우협(右脇)으로 백운동(白雲洞)이라는 큰 동곡(洞谷)이 내려와 합수(合水)를 이룬 곳을 만나니, 마치 만폭동이 별지(別支)로 열려있음과 같습니다.
이 백운동으로 들어서면, 거기에 또 다시 지동(支洞)이 분파(分派)되어, 우(右)를 곡백운(曲白雲)이라 하고, 좌(左)를 직백운(直白雲)이라 하며, 직백운의 끝은 다시 제단곡(祭壇谷)으로 이어 들었다 하매, 이는 무론(毋論) 고신도(古神道)의 유적을 지닌 곳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원(隊員)의 반수 이상이 노숙(露宿)을 불가(不可)하다 하므로, 부득이 이 백운동 탐승(探勝)을 못하거니와, 지로인(指路人)의 말에 의하면, 백운동에도, 이 수렴동에 불부(不負)할 경(景)이 무수(無數)하다 합니다.
이 대목에서 노산 선생은 제단곡에 "'고신도(古神道)'의 유적을 지닌 곳"일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됩니다. 분명히 단정이 아닌 추정의 표현을 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신도'란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인 '단군교'(대종교)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하늘을 섬기는 제천사상을 갖고 있었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을 치러왔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개천절에는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제천의식을 한다고 합니다만, 전국의 곳곳에 있는 다른 천제단에서도 제천의식이 행해지고 있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개천절이 되면 단군릉에서 제천의식을 거행한다고 하네요
[출처] 설악산 제단골(祭壇谷) 프롤로그|작성자 맘짱
제단곡은 직백운, 곡백운에 비해 거친면은 있으나 나름의 계곡미를 뽐내고 있다
수해로 쓰러진채 널부러져 있는 나무도 길이 되 주고
제단곡으로 들어서 20분정도 오르다보면 제단폭포에 닿는다(08:05)
제단폭포
폭포아래서 잠시 쉬었다 폭포옆쪽으로 우회 해 올라선 후 폭포상단쪽으로 내려선다
폭포상단
여기서도 계곡은 두갈래로 갈라지는데 우측으로 진행한다
여기서 골을 버리고 사태구간으로 올라선다(09:15)
사태구간을 오르다 뒤 돌아 보니 멋진 뷰가 펼쳐진다.
뒷쪽 공룡능선과 앞쪽 바위능선 사이로 용아릉의 모습도 살짝 보인다
사태구간은 급한데다 낙석이 심해 내딛는 발걸음이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이젠 중청의 모습도 보이고
여기서 사태구간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선다. 당연 길은 없고 잡목을 헤치며 생길을 치고 올라선다.
아무래도 선두가 길을 잘 못 잡은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30여분동안 잡목과 씨름하며 올라서고보니 어라 1410봉이네~
원래는 1456봉과 1410봉 사이로 올라서야 .하는건데 생길을 치고 오르다보니 진이 다 빠졌다
1410봉을 내려서 서북능선 정탐길로 들어선다(10:10)
여기서 한계삼거리까진 약 1km로 그리 긴 거리는 아닌데도 진을 빼고 올라와서 그런지 참 길게 느껴진다.
한계삼거리에 국공은 보이지 않아 바로 금줄을 넘어 곡백운으로 내려선다.(11:15)
곡백운까진 40분정도
내려서자마자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그고 열기를 식힌다.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결이 적셔진 몸에 닿으니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바람은 시원하다
영표씨가 옆에 있는줄도 모르고 열받다보니 깜빡하고 먹거리도 빼 놓고 왔다 했드니 영표씨가 햄버거 하나를 건네줘 어떨결에 받아 먹는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한번 더 물에 담그고 나서 뜨끈하게 뎁혀진 바위에 누워 한뎃잠 자고 일어난다.
거꾸로 쳐박혀 있는 나무는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다.
백운폭포 상단
백운폭포
이 곳 바윗면은 참기름이라도 발라놓은 듯 유별나게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배치기로 풍덩~ 아팠겠다. ㅋ
백운동계곡을 빠져나와 백담사까지 9km...
그잖아도 긴 걸음에 힘들어 죽겠는데 무릎안쪽이 땡기며 통증까지 찾아와 걸음을 불편하게 한다.
증상을 검색 해 보니 거위발점액낭염이지 싶다.
결국 탈이난게다.
영시암을 지나 지계곡에서 풍덩~ 땀을 씻어내고 백담사로 내려와 장장 31km, 13시간 33분간의 걸음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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