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비가 내린터라 운 좋으면 산정에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겠다 싶어 가을꽃도 만나볼겸 소백산을 찾아나서 본다.
3년전 이맘때쯤 찾았을때 방한준비를 안하고 갔다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있어 얇은 폴라텍자켓과 두텁지 않은 겨울장갑을 챙겨넣고 자정을 넘어 집을 나선다.
밤길 200km를 달려 어의곡에 도착해 보니 별이 보이지 않는다.
예보엔 구름이 많다고는 했는데 구름층이 두텁지 않기만을 바래본다.
새벽 3시에 걸음을 시작해 1시간쯤 올라 3km지점에 있는 쉼터에 닿는다.
여기까진 길은 완만하나 이후부턴 돌계단과 데크계단이 잣나무숲까지 급하고 길게 이어진다.
쉼터 의자에 앉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걸음을 이어간다.
급한 계단을 오르며 깊은 숨을 토해낼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온다.
그만큼 공기가 차가워졌다는 방증이겠다.
거잣나무숲에 올라서니 안개가 자욱하다.
고도 1,000m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다행히 비로봉을 1.5km쯤 남겨두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가 사라진다.
천천히 올라선다 했는데도 시간이 일러 대간길에 닿기전에 있는 데크계단에 앉아 한참을 쉬어간다.
05:33
대간길에 들어서니 다행히 동녘하늘이 열려있다.
이런 컨디션은 하늘에 불이 날 확률이 높아 기대감이 업된다.
05:45
어느새 정상엔 두분이 먼저 와 있다.
바람은 없지만 걸음을 멈추고 나니 꽤 춥다.
자켓을 꺼내 입고 장갑도 낀다.
점점 동녁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
구름은 요동을 친다.
도솔봉쪽 대간능선에는 쓰나미가 밀려온 듯 운해가 넘쳐 폭포를 이루고
대지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간다.
비로사쪽에서도 산객들이 올라온다.
05:59
일출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짙게 드리워진 구름이 붉게 물들어 간다.
기대했던데로다.
이런맛에 새벽걸음을 하는거 아니겠나
06:07
무채색으로 담으니 한폭의 수묵화다.
그동안 소백산에서 담은 사진 중 원픽 한다면 바로 이 사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쓰나미는 제2연화봉을 삼키고 연화봉과 제1연화봉까지 넘어서고 있다.
국망봉쪽으로는 계속해서 구름이 요동을 친다.
정상에서 30분정도 머물다 이제 구절초들과 눈맞춤을 하면서 비로봉을 내려선다.
좀 늦게 찾은건지 잦은 비에 상한건지 꽃잎들이 떨어져나간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국망봉으로 길을 잡는다.
고약스러운 바윗길 구간인데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흔적만 남아있는 소백산성
언젠가 세월이 흘러 이 사진을 보면 코로나로 얼룩진 2020년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국망봉 삼거리
국망봉 삼거리까지 오면서 만난 야생화들
비로봉에서 국망봉까진 3.3km
08:33
바위쪽으로 올라가 아침요기를 하며 쉬어간다.
멀리 월악산군들도 시야에 잡힌다.
영봉 왼쪽으로 만수릿지가 선명하고 그 옆으로는 어래산과 하설산이지 싶다.
오늘은 늦은맥이로재로 가지 않고
지도에 나와 있는 루트를 따라보려 한다.
이 루트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떤지 궁금도 하고...
09:00
시작부터 억쎄고 키작은 나뭇가지터널을 허리를 구부리고 통과해야 한다.
대략 100여미터쯤 되는 것 같다.
나뭇가지터널을 뚫고 나오니 발길흔적이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어 지도를 살피고 방향을 잡는다.
얼마쯤 내려오다보니 산죽밭이 펼쳐진다.
지도를 살펴보니 루트를 벗어나 지능선으로 내려서고 있어 다시 빽 해 능선으로 올라선다.
중간에 사면을 치고 능선에 붙으니 시그널이 보인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길이 보이지 않으니...
다시 지도를 살펴보니 루트는 주능선과 지능선 사이로 나 있는데 계속 주능선을 따른게다.
지도에 나와있는 루트쪽으로 방향을 잡고 사면을 치고 내려선다.
산죽밭을 벗어나고 나면 잡목과 넝쿨들로 빼곡한 정글을 헤치고 내려서야 한다.
왠만한 배낭은 이 정글에서 성하지 못 할 것 같다.
그렇게 20분정도 내려와 지도상 루트로 들어선다.
허나 길은 보이지 않고 발길흔적도 없다.
산죽밭을 통과하는건 양반이다.
산죽밭이 아니면 대부분 이런곳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1시간 반쯤 내려서고 나서야 정글을 벗어난다.
지류하나를 건너 내려서다보니
묘지가 나오고 묘지로 이어진 길도 뚜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길은 범바위골 윗쪽으로 나 있어 그 길을 따르지 않고 바로 범바위골로 직진해 내려선다.
마지막 급하디급한 사면을 10미터쯤 미끄러지듯 내려서면 범바위골이 가찹다.
이제 여기만 건너면 정규등로다.
11:10
국망봉에서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꼬박 2시간 10분 걸렸다.
거리는 3km
늦은맥이재로 내려서는것보단 4km정도 단축은 됐지만 시간은 삐까삐까 한 것 같다.
아랫쪽으론 물봉선이 즐비하게 피어있다.
새로 난 길 대신 예전길을 따르는데 다리가 유실됐다.
건너는데는 문제없고...
어의곡계곡 입구쪽엔 통나무를 엮어놓은 다리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건너와 보니 한쪽으로 쓸려나가 있다.
11:35
배낭을 내리고...
여긴 온전하다.
여기도
3년전 새 길을 만들면서 출렁다리가 생겼는데 매번 예전길을 따르다보니 한번도 건너보지 못했다.
12:28
새벽엔 내 붕붕이 한대뿐였는데 주차장이 꽉 차 있고 길가에도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도담삼봉을 들러본다.
주차료 3,000원
옛날엔 팥빙수 하면 얼음빙수였는데 얼음빙수가 아니다.
얼음빙수와 달리 물이 생기지 않아 퍽퍽해 보이긴 하나 시원한 맛은 그대로다.
흑임자 가루를 뿌려놓아 고소한 맛도 있고 맛이 그만이다.
가격은 13,000원
16:30
서울에 올라 시간이 일러 올림픽공원에 있는 들꽃마루를 찾아본다.
서울에 살면서도 올림픽공원은 츰이다.
남문2주차장 옆에 있는데 길을 몰라 한참을 돌아 찾아왔다.
언뜻 보면 금계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노란 코스모스다.
이름하여 황화코스모스
불로그 개편이후부터 발생되는 렉 현상
이젠 그러려니 하고 체념은 했다만 매번 산행기 하나 완성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참 힘들다.
카카오야 좀 해결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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