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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걷는다는건 설레임이다.
설악에서 걸어서 다닐만한 길들은 대부분 걸어본 것 같은데 아직도 걸어보지 못 한 길들이 몇 곳 남아있다.
화채능선에서 천불동으로 흘러내린 능선으로 망군대암릉, 집선봉릿지, 별길릿지, 만경대, 천당폭포릿지는 걸어보았지만
아직 칠성봉릿지와 저봉릿지, 소만물상 암릉길은 숙제로 남아있다.
오늘은 저봉릿지를 찾아 밀린 숙제하나를 풀어보려 한다.
소공원 - 비선대 - 저봉 - 집선봉 - 망군대 - 가는골 - 소공원
비선대에서 렌턴불을 밝히고 능선에 올라서니 어슴푸레 보이는 1275봉이 손에 잡힐 듯 가찹게 보인다.
장군봉, 유선대, 형제봉, 토막봉, 세존봉도...
어느정도 어둠이 걷히고나서 첫바위를 올라선다.
강풍이 불어댄다.
바위하기 딱 안 좋은 날씨다.
강풍에 자칫 몸이 밀릴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올라선다
추모동판도 보인다.
이 곳 아니면 저봉릿지길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했을거라 짐작된다.
그래서 더 긴장이 된다.
강풍에 머리는 산발이 되고...
나 찍는규?
그랬구만~
울산암과 달마봉에 아침햇살이 드리워진다.
이런길은 잠시...
공룡능선에도 햇살이 드리워져가고
화살표는 하산루트
정체가 되는걸 보니 뒷쪽으로 까칠한 구간이 있는 것 같다.
예상데로다
까칠한게 용아를 뺨 칠 정도다.
설악의 가을은 짧다.
딱 한달이다.
능선은 이미 겨울채비에 들어간 듯 하고 한주전만해도 화려했던 천불동계곡도 작별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다.
망군대와 우측으로 진행할 저봉릿지
능선 맨 끝 쌍봉으로 되어있는 봉우리가 저봉이렸다.
바윗길은 오를때보다 내려설때가 더 어렵고 위험하다.
지나온 구간
산행기들을 보면 까칠하고 위험해서 그런지 이 구간을 피하고 가는골로 해서 아랫쪽 안부로 치고 올라와 시작하는게 보통인 것 같다.
잦골 100미폭이 조망되는 곳으로 뒤로는 천길 낭떨어지다.
요세미티 암벽도 등반한 친구지만 포즈가 어정쩡한걸 보니 쫌 쫄은 것 같다.
100미폭을 당겨본다.
100미폭을 중심으로 좌로는 칠형제봉 능선이 신선봉에서 흘러내려있고 우측 끝으로는 범봉이 우뚝하다.
건너로는 적십자길, 안부 뒤로 형제봉? 작은형제봉?
어느새 선두는 새대가리위에 올라 있다.
쌍굴을 품은 암봉이 위압감을 준다.
쌍굴을 구경하고 내려와 화살표 방향으로 우회해서 정상턱밑까지 오르다 내려서게 된다.
역방향으로 장비릿지를 하는 경우 정상에서 쌍굴 반대쪽으로 오버행 하강을 하는 것 같다.
이따 내려설 집선봉릿지와 망군대
쌍굴은 반대쪽으로 넘어와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우회길로 사면을 돌아
다시 바윗길로 올라선다.
양 한마리가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같다.
이제 저봉이 가까워져간다.
쌍봉으로 이루어진 저봉 정상은 뒷쪽에 숨어있다.
저 봉우리를 넘어서면
저봉 정상이다.
10:35
5시간 20분만에 저봉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숙자와 칠성봉, 뒤로 뾰족하게 보이는 곳은 화채봉이시겠다.
아래는 저봉을 내려서 진행할 암릉이고 우측으로는 노적봉이 우뚝하고 멀리로는 속초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사진뒷쪽으로 슬링줄이 매어있는 하강포인트가 있다.
정상은 머물만한 공간이 없어 바로 내려선다.
지나 온 저봉
노적봉 한시길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대청, 중청라인과 절묘한 맞춤이다.
암릉 끝까지 가서 내려설 수 도 있지만 길은 중간 안부에서 좌측으로 나 있다.
국공들의 순찰시간과 맞닿아 서둘러 집선봉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내려설 집선봉릿지길이 거칠어 보인다.
집선봉에서 내려다 본 권금성
지나 온
이제부터 릿지길이다.
집선봉릿지길은 급하고 거칠긴 하나 저봉릿지만큼 까탈스런 구간은 없다.
11:30
바람을 피할만한 곳이 없다보니 다들 뿔뿔히 흩어진채 적당한 자리들을 찾아 요기들을 하며 쉬어간다.
진행길은 안부에서 좌측으로 내려서게 되지만 잠시 저 곳으로 올라서 본다.
넌 누구니?
새 같기도 하고 도마뱀? 공룡? 같기도 하고...
한낮이 됐는데도 강풍은 여전하다.
망군대 정상모습이 어느 동물의 모습처럼 보인다.
이런 곳 내려설때는 자일은 보조수단으로 이용하고 가능한 홀드를 잡고 내려서는게 더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다.
짧은 피아노길
제대로 된 피아노길은 망군대 4봉에 있다.
12:50
일행들은 배낭을 내려놓고 망군대 1봉을 올라선다.
난 패스
2봉은 패스하고 3봉으로 내려선다.
몇명은 2봉도 올랐다 한다.
의자바위가 있는 3봉
여기도 패스한다.
거북이 한마리가 아래를 응시하고 있다.
몸통은 2봉 전체가 되는 꼴이니 세계에서 가장 큰 거북바위가 아닐까 싶다.
4봉을 향해 내려선다.
피아노바위가 있는 4봉
여기도 패스
4봉 피아노 바위(빌려온 사진)
내림길이 왕관봉에서 염라골로 내려서는 길 만큼이나 급하게 떨어진다.
다시 또 암릉길을 만난다.
참 어렵게들 내려선다.
내 서 있는 곳으로 내려서면 간단한것을...
이후 선두로 내려서던 한분이 낙석에 맞는 사고가 발생한다.
제길로 내려섰드라면 이런 사고는 안 당했을텐데 굳이 바윗길로 내려서드니만...
서둘러 내려가 상태를 확인해 보니 이마가 2cm정도 찢어져 있다.
다행히 모자를 쓰고 있는 상태서 맞은거라 상처부위가 깊어 보이진 않고 피는 멎어있는 상태다.
지난주 내 이마에 난 상처를 드레싱한다고 다 써버린 구급용품들을 새로 준비해 채워 놨는데 요긴하게 쓰여진다.
14:50
가는골에 내려선다.
가는골을 빠져나가는데는 20분정도
15:10
가는골을 빠져나와 계곡물에 몸단장들을 하고...
올 가을 설악에서 보는 마지막 단풍이지 싶다.
16:05
finish
설레임으로 시작한 저봉릿지, 그리고 이어지는 집선봉릿지와 망군대 암릉길...
손끝에 지문이 닳아 휴대폰에 지문인식이 안 될 정도로 바위맛을 실컷 보고 밀린 숙제하나도 푼 설악에서의 하루였다.
오늘 재계의 큰 별 하나가 졌다.
이건희
한땐 우리 회장님이셨는데...
향년 78세
100세 시대라는 요즘 너무 일찍 가셨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봐도 너무 큰 손실이다.
집무실에 걸어놓은 空手來空手去 데로 비록 빈손으로 가셨지만 그가 남긴 업적만큼은 위대하고 위대했다.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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