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리 - 백운계곡 - 직백운계곡 - 서북능선 - 독주골 - 독주폭포 - 오색
04:00
용대리 출발~
07:50
겨울이 아닌때에는 물기에 젖은 바위사면을 따르다 미끄러져 아랫쪽 깊은 소(沼)로 풍덩~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음길을 따르다 보니 다들 가뿐하게 올라선다.
25년동안 낮과밤을 거꾸로 살아 온 친구가 얼마전 사업을 접고 정상적인 라이프사이클로 회귀해 오랫만에 동행을 한다.
몇해동안 산행을 안 해 본 친구라 긴 걸음이 염려는 된다만 별 탈이야 있겠냐 했는데 결국...
08:30
첫번째 합수점(좌 직백운, 우 곡백운)까지 4시간 30분
직백운으로...
일반적인 아이젠에 비해 설상용 크램폰은 피크가 길기 때문에 사용방법을 알아야 경사각이 있는 빙폭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08:47
얼음길을 따르다 보니 금세 두번째 합수점에 닿는다.(좌 직백운, 우 제단곡)
선두로 가던 몇몇분이 제단곡으로 들어섰다 컴백신호를 받고서야 돌아 내려온다.
09:30
직백운에 들어서 1시간만에 세번째 합수점에 올라 브런치타임을 갖으며 쉬어간다.
합수점에서 30분정도 머물다 걸음을 이어간다.
보통은 합수점에서 좌측골을 따르다 능선으로 올라섰는데 오늘은 사태구간이 있는 우측골을 따르기로 한다.
나도 이 골은 처음인지라 어떤 풍광들이 펼쳐질지 기대와 설렘만땅이다.
이 골도 직백운계곡으로 보는지는 모르겠다.
초반은 별 특색없이 평범해 보이나 조금 더 진행하다보면 지나왔던 곳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사도가 있는 빙폭들을 만나게 된다.
드디어 경사각이 큰 빙폭을 만난다.
사진만 보면 내려서는 줄 알겠다.
세사람이 직행열차타고 내려오는걸 저 두사람이 막아 간신히 멈춰 세운다.
20여미터를 슬라이딩했으니 식겁했을게다.
빙폭을 오르다 한번 미끄러지게 되면 평지까지 속절없이 내려가게 되므로 상당히 위험하다.
자칫 뒤 따르는 사람과 부딪혀 날카로운 피크에 부상을 입을수도 있고 인위적으로 피크를 이용 멈추려다 보면 발목이 나갈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드디어 구간 중 경사도가 가장 큰 빙폭을 만난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구간으로 사진으로 보는거와는 달리 경사도가 상당하다.
만만치 않은 경사도에 겁들을 먹었는지 대부분 사이드쪽을 택해 올라선다.
과감하게 빙폭 중앙루트로 올라섰지만
플리즈유~
자일 좀 내려 주시와요~~~
나도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자일을 잡고 올라선다.
이제 얼음구간은 끝나고 수북히 쌓인 눈을 헤치며 사태구간으로 올라선다.
다들 사태골을 건너 사면을 치고 올라서는데 그쪽이나 이쪽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그냥 1450봉쪽으로 치고 올라선다.
믿는 구석이 있는지 막걸리 형님이 뒤를 따른다.
겨울이라 잡목은 그런데로 견딜만 한데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올라서려니 그게 만만치가 않다.
12:40
그렇게 서북능선길에 올라서니 1450봉이 턱밑이다.
일행들보단 10여분 일찍 올라선 것 같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신발을 벗고 발목쪽으로 들어찬 눈을 털어내고 일행들을 기다렸다 친구를 만나 걸음을 맞춰간다.
근데 친구의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아 보인다.
이때만해도 그저 힘이들어 그런가보다 했다.
13:10
근데 그게 아니였다.
걸음을 옮길때마다 오른쪽 오금쪽으로 통증이 심하다며 주저 앉는다.
플랙스파워를 꺼내 발라주고 맛사지도 해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근육문제보단 오금쪽 힘줄에 무리가 생긴 것 같다.
독주골로 내려서는 길목에서 한번 더 플랙스파워를 발라주고 기다리고 있던 한대장과 함께 독주골로 내려선다.
이젠 내림길에선 발을 제대로 떼지도 못 한다.
그런 친구를 위해 해 줄 수 있는거라곤 배낭을 대신 짊어지고 걸음을 맞춰주는게 다다보니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게 뻔해 일행들이 염려된다면 먼저 내려간 한대장한테 전화해 기다리지 말고 출발하라 전한다.
15:10
독주골로 내려서는데만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아스피린을 꺼내 두알을 먹이고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그 와중에 쓰러져 있는 커다란 참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잣나비걸상 버섯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듯 크기도 엄청나고 상태도 좋은 편이다.
친구도 쉬게 할 겸 배낭을 내리고 버섯들을 따낸다.
비닐봉투 세개에 담고도 남는다.
배낭속에 자켓을 꺼내고 버섯들을 넣어 보지만 반도 안 들어간다.
아깝지만 반은 버리고...
한대장한테 전화가 온다.
위치를 묻길래 이제 독주폭포 200m 전방이니 기다리지 말고 그냥 출발하라 하니 우리보다 조금 앞에 s님이 내려오고 있다며 일단 기다려 보겠다 한다.
17:40
서북능선을 내려선 후 독주폭포까지 오는데만 4시간 10분이 걸렸다.
시간상으론 이미 하산을 끝냈을 시간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18:05
급기야 천장폭포를 내려서고부터는 렌턴불을 밝힌다.
백장폭포에 내려설쯤엔 배터리마저 맛이 가 휴대폰을 밝히고 내려서는데 빛이 뻗질 못하다 보니 길을 잡기도 쉽지가 않다.
독주골을 여러번 다녀봤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드라면 백퍼 조난상황이 됐을게다.
19시 49분에 만독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예~ 800m쯤 남았습니다.
30분쯤 지나 또 전화가 온다.
예~ 500m쯤 남았습니다.
500미터...
단숨에 내려설 거리지만 현실은 그게 아닌지라 이젠 힘들어 하는 친구보다 일행들의 원성과 비난 걱정이 더 앞선다.
속으로 얼마나 욕들을 했겠는가
안봐도 비디오다.
20시 46분에 막걸리형님한테 전화가 온다.
이제 200m쯤 남았다 하니 불빛이 보이냐 묻는게 마중을 나오신 듯 하다.
친구를 두고 조금 더 내려가서 보니 불빛이 보인다.
서로 불빛 신호를 주고 받은 후 막걸리형님과 이병석님, 그리고 또 한분이 올라 오드니 짊어지고 있던 두 배낭을 낚아채듯 벗기곤 대신 짊어진다.
이 늦은시간까지 기다려 준 것 만으로도 황망하기 이를데 없는데 이리 마중까지 나와 맞아주니 순간 울컥한 맘에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서북능선을 내려선지 7시간 45분만에야 오색탐방센터 출입문을 빠져 나온다.
에필로그
비록 거리가 25km정도(이번 걸음은 사태골쪽으로 올라 3km정도 늘어남)로 긴 편이긴 하나 능선으로 붙는 1km쯤 되는 잡목구간을 제외하면
백운계곡 입구까진 완만하게 이어지는 평범한 길이고,
계곡구간도 완만한 얼음길을 따르는거라 다른 시기에 하는 계곡트레킹에 비해 수월한 편이고,
독주골도 예전에 한번 동행해 본 친구라 큰 문제는 없을거라 여겼던데 오산였다.
무엇보다 몇해동안 산행을 안 한 친구란걸 간과한채 빙곡트레킹이란 색다른 경험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컷던게 가장 큰 실수였지 싶다.
이젠 나이도 왠만큼 익었다는 사실 또한 잊었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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