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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지리산

【23.10.29(일)】49.피아골 단풍

 

"피아골의 단풍을 보지 않고서 단풍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

조선중기 대학자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의 말이다.

이렇게 피아골 단풍을 예찬한거라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게다.

그 곳으로 나서본다.

 

 

반선 - 뱀사골 - 화개재 - 삼도봉 - 노루목 - 임걸령 - 피아골삼거리 - 피아골대피소 - 피아골 - 직전마을

 

 

 

 

 

 

새벽 3시 55분 반선교를 건너 뱀사골로 들어선다.

어디든 계곡쪽의 단풍은 기본은 하는데 아직은 깜깜밤중이라 뱀사골의 단풍상태는 어떤지 알 순 없다.

다만 계곡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렌턴불에 간간이 비치는 단풍잎들이 말라있거나 색이 바래있는게 이미 절정기가 지난 듯 하다

아무래도 주능선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곳보단 빠르게 지난 것 같다.

그렇다면 주능선 넘어 반대쪽에 있는 피아골은?

내심 기대를 가져본다.

 

 

06:40

병풍소를 지나 21명은 함박골로 스며들고 나를 포함 7명은 정탐길을 따라 화개재로 올라선다.

어느코스를 따르든 거리는 비슷하나 아무래도 정탐길은 룰루랄라다.

 

 

 

 

완만한 오름길은 이 곳 막차를 지나면서부터는 급해진다.

 

 

 

 

 

 

 

 

 

 

 

 

 

 

 

 

 

 

 

 

07:45

반선을 출발한지 3시간 50분만에 화개재에 올라선다.

거리는 9.2km

산지기 걸음으로는 놀라운 속도다. ㅋ

데크길 바닥엔 서리가 내려있어 미끄럽다.

 

 

 

 

 

 

 

 

 

화개재 전망데크에서 요기도 하고 따뜻한 커피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화개재와 삼도봉 사이에 있는 긴 계단길을 올라선다.

알명 악마의 계단, 공포의 계단이다.

종주를 할때마다 계단수가 몇개인지 세어보곤 하는데 결과는 늘 중간에 까먹는다는거다.

이번엔 작정하고 계단수를 세며 올라서는데 누군가 친절하게도 100계단째마다 숫자를 써 놓아 200계단째에서 세는걸 멈춘다. 

 

 

 

마지막 한계단을 더하면 총 계단수는 551개다.

 

 

 

 

 

 

08:40

삼도봉에 올라서니  '동네바보들'이란 단체산행객들이 100대명산 완등을 기념한다며 시끌벅적하다.

그 와중에도 일행인지 아닌지 어느 한분은 바위바닥에 누워 드르렁~드르렁~ 코까지 골며 깊은잠에 빠져 있다.

 

 

 

 

 

 

 

 

 

 

 

 

 

 

 

 

 

 

 

 

 

 

 

 

 

거북이팀 두분은 아직이고...

 

 

 

 

 

 

 

 

 

 

 

 

 

09:05

반야봉은 패스하고 노루목에서 배낭을 내리고 한참을 쉬어간다.

 

 

 

 

 

 

 

 

 

 

 

 

 

 

 

 

 

 

 

 

 

 

 

 

 

 

 

 

 

 

 

 

 

09:40

임걸령에서도 긴 브레이크타임을 갖는다.

오늘 컨셉은 세월아~ 네월아~

 

 

 

 

물 맛 좋은 임걸령 약수도 마시고...

 

 

 

 

 

 

왕시루봉은 또 언제 가보려나?

 

 

 

 

 

 

10:10

피아골 삼거리

피아골대피소 2km, 직전마을 6km

 

 

 

 

계곡에 닿기전까진 급한 길이 이어진다.

 

 

 

 

 

 

 

 

 

 

 

 

 

 

 

 

 

 

 

 

피아골로 내려설수록 단풍빛은 점점 더 진해져가고...

 

 

 

 

 

 

 

 

 

 

 

 

 

 

 

 

 

 

 

 

불로교를 건너면 피아골 대피소가 멀지 않다.

 

 

 

 

 

 

 

 

 

 

 

 

 

 

 

 

 

 

 

 

11:25

피아골 대피소

 

 

 

 

 

 

 

 

 

 

 

 

점심을 먹고있던 아줌씨 두분께서 고맙게도 자리를 양보해 줘 벤치에 앉아 배낭털이를 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 자리를 뜨려 하는데 뒤쳐져 오던 거북이팀 두분이 도착한다.

 

 

 

 

 

피아골을 향해 흘러내린 불무장등 능선자락의 단풍이 참 곱다고와!!!

오늘의 원픽이다.

 

 

 

 

 

 

 

 

 

 

 

 

 

 

 

 

 

 

 

 

 

 

 

 

 

 

 

 

 

 

 

 

 

 

 

 

 

 

 

 

 

 

 

 

 

 

 

 

 

 

 

 

 

 

 

 

 

 

 

 

다리를 건널때 제법 출렁거린다.

 

 

 

 

 

 

 

 

 

 

 

 

 

 

 

 

 

 

 

 

三紅沼(山紅, 水紅, 人紅)

피아골계곡의 경치를 예찬한 조식 선생의 시 삼홍도의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 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표고막터

1920년~1980년까지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곳이라고...

 

 

 

 

 

선유교

 

 

 

 

 

 

 

 

 

 

 

 

 

선유교를 건너면 길은 신작로로 바뀐다.

 

 

 

 

 

 

 

 

 

 

 

 

 

 

 

 

 

 

 

 

13:10

직전마을에 들어선다.
땅 한평에 하늘 삼천평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은 식당과 민박촌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다른 유래로는 피아골에서 죽은 이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다는 까닭에 피내골이라 부르다 시간이 흘러 피아골이 되었다고도 한다.
피아골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구례의 의병들의 피가 서려있고 빨치산 전라남부도 총본부가 있던 곳으로 동족상잔의 비극도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피아골 단풍...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았으면 단풍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는 조식 선생의 말은 그저 주관적인 예찬일뿐 설악에 비해서도.. 북한도봉에 비해서도.. 백암내장에 비해서도 특별히 더하다 할 순 없을 것 같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10점만점에 8점정도...

 

 

 

13:25

finish

 

함박골을 통해 묘향암과 반야봉을 거쳐 온 일행들은 40분쯤 뒤에 도착한다.

미선씨네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고 예정시간보다 1시간정도 앞당겨 귀경길에 오른다.

이 집 닭볶음탕 맛 죽여준다.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