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안내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칠암자길을 찾아본다.
2009년 5월 첫 걸음이후 오늘이 네번째 찾는 걸음인데 부처님 오신날에 찾아보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꾼들한텐 칠암자 순례길로 불리우는 이 길은 지리산 주능선상 삼각고지에서 북쪽으로 갈라진 삼정산 자락의 산허리에 점점이 박혀있는 일곱개의 절을 잇는 산길이다.
길을 이은 모습이 마치 북두칠성을 닮은 듯 하고 일곱개의 절들은 각기 풍경도 느낌도 다르다.
사찰과 암자로 엄격하게 따지면 3寺 4庵이지만 깊은 산에 숨은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를 따라 통칭해 칠암자라 부른다.
그러나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그러한 고즈넉함의 분위기는 느끼지 못하지 싶다.
음정 - 도솔암 - 영원사 - 삼정산 - 상뭊주암 -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 실상사
4시간 가까이 밤길을 달려 음정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수 많은 버스들이 도착해 있고 버스에서 토해낸 수 많은 산객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채 도솔암을 향하고 있다.
뒤에도 속속 도착하는 버스들이 이어진다.
대충봐도 30대는 넘지 싶다.
04:30
도솔암으로 향하는 들머리에 도착하니 정체상태다.
아마도 오늘은 모든 산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길이 될 것 같고 시간도 제법 걸리지 싶다.
다행히 주어진 시간이 10시간이니...
05:20
음정마을에서 1시간 35분, 작전도로 들머리에서 50분만에 도솔암에 올라선다.
먼저 약수물 한바가지 받아 목을 축이고 경내로 올라선다.
칠암자 중 도솔암은 부처님 오신 날에만 길을 개방하지만 개인산행으로 조용히 찾는다면 특별히 제재하진 않는다.
그동안 세번의 걸음도 부처님 오신날은 아니었다.
장독대옆에 앉아 커피한잔씩 마시며 빵으로 가볍게 요기를 하고 뒷편 조망처로 올라선다.
도솔암에서 100여미터쯤 올라서면 조망처가 있는데 훌쩍 커버린 나무들로 천왕봉쪽 조망이 막혀 보이지 않는다.
창고사진
삼정산 방향도 커버린 나무들로 영원사는 보이지가 않는다.
4년전만해도...
돌솔암으로 되돌아와 영원사로 향한다.
도로까진 30분정도...
영원사로 향하는 300여미터 포장길을 오르는게 은근히 힘이 든다.
'영혼의 근본을 찾아서'라는 절 이름이 엄숙하다.
06:35
영원사 뒷뜰엔 복주머니란이 피어 있을텐데 깜빡했다.
영원사로 들어서는 일명 구도의 길은 볼때마다 참 아름답단 생각이 든다.
영원사는 1948년 여순사건 때 불태워지기 전만해도 지금의 10배나 더 큰 절이었다 한다,
1938년 영원사 모습
06:50
대야에 물을 받아 땀을 씻어내고 목도 축인 후 북적거리는 영원사를 떠난다.
07:15
빗기재
영원사 - 삼정산간 구간에서만큼은 한적한 산길을 걷게 된다.
07:50
이 길을 걸을때마다 쉬었다 가는 장소다.
이곳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만복대와 고리봉이 조망되는데 오늘은 개스로 인해 보이진 않는다.
08:15
상무주암을 80미터쯤 남겨두고 삼정산 정상에 올라선다.
삼정산의 높이는 산경표엔 1,267m, 네이버, 카카오맵엔 1,156.2m, 지적도엔1,220m), 산행지도엔 1,225m로 제각각이다.
날씨와 기압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긴 하나 gps로는 10년전엔 1,255m, 5년전엔 1,267m, 이번엔 1,243m로 나온다.
정상석의 1,182m 높이하곤 편차가 크다.
뒷배경으로 반야봉이 보이는 곳인데...
천왕봉에서 노고단고개까지 주능선 마루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이는 곳인데 조망이 막혀 아쉽다.
창고사진
또 한 곳 조망이 트이는 암봉에 올라보니 삼봉산 방향으로 운무가 춤을 추고 있다.
암봉아래서 누군가 거기 올라가도 돼냐고 하길래 올라오시라 했드니만 헐~ 이게 누구시랴~
오늘 칠암자길에 나선 사람들이 대략 1천명정도는 될텐데 우연치곤...
이래서 돈 뗑궈먹고 산에 다니면 안된다.
삼불사까진 함께했는데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정상까지 380미터를 왕복하고...
입구에 샛길 출입금지란 푯말이 달려있는데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이 길 외엔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09:10
정상을 다녀오는 동안 그새 많은 산객들이 몰려와 있고 다시 산길은 꼬꼬무길이 되 버린다.
상무주(上無住)란 ‘지극히 깊은 깨달음’이란 뜻으로, 여기서 40년 가까이 머물고 계신 노스님의 풍모에서 도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 암자에선 사진촬영을 못하게 한다.
이유는 노스님께서 사진찍히는걸 싫어 하신다고...
뒤따라 온 보살님이 사진찍지 말라며 제지하는데 원경촬영이라 얼굴이 안 나온다 하고 한컷 담는다.
커피와
떡 한쪽씩 먹고 상무주암을 떠난다.
문수암까지는 800여미터
거리는 짧지만 군데군데 경사가 급하고 물기가 많은 곳이 있어 미끄럼을 조심해야 한다.
숲속길이 답답하다 싶을때쯤 저곳에 올라서고나면...
탁 트인 전망에 와~! 하며 탄성들이 나온다.
4년전만 해도 바위아래로 사람들이 모여앉아 있는곳에 녹색지붕의 절집이 한채 있었는데 없어졌다.
무너져 철거했다 한다.
창고사진
문수암에서 보는 풍경은 삼불사에서 보는 풍경과 1,2등을 다툴만큼 아름답다.
주변으로 금낭화가 많은것도 문수암의 특징이다.
4년전에 왔을땐 30년 넘게 기거하시던 도봉스님이 떠나신 후 한동안 비어 있었는데 한 젊은이가 오메기떡을 나눠주며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온지는 3년 됐다며 수행자라 한다.
근데 수행자치곤 머리도, 행색도 일반인과 다를바 없어보여 좀...
큰바위얼굴
삼불사로 향하는 1km여길도 꼬꼬무길은 이어진다.
저 앞 내려서는 길이 젖어있어 미끄럽다보니 버벅들 대느라 정체가 빚어진다.
특히 이 구간에선 여성분들이 많아 그런지 걸음도 더디기만 하고 정체도 잦아진다.
또 정체다.
이정표에는 문수암 - 삼불사간 거리가 0.8km로 되어 있지만 gps상으론 1.1km 거리다.
10:20
삼불사(三佛寺)
문수암과 비교하면 터가 넓고, 여러 건물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있어 보이는 절이다.
예전엔 비구니 스님이 있었고, 4년전엔 법룡스님이 있었던 곳인데 못 보던 스님이 차를 끓여 주시고 있다.
이곳에 온지 3개월 됐단다.
전에 있던 법룡스님의 안부를 물으니 머뭇머뭇거리더니 수행자로 해선 안 될 일을 해서 쫒겨났다고 한다.
법당안에선 스님 한분이 염불하고 계시길래 여쭈니 존경하는 선배스님 한분을 초빙해서 함께 기거하며 수행하고 있다 한다.
비구니 스님이 계실땐 금낭화차를 끓여 주셨고, 4년전 법룡스님은 약수물 한바가지를 주셨는데 오늘은 당귀차다.
근데 몇번을 우려댔는지 당귀향이 밍밍하기만 하다.
법당 앞 마당에서 보면 왼쪽으로 지리산 바깥 산들과 마을이, 오른쪽으로 하봉에서 추성리로 흘러내리는 능선의 실루엣이 부드럽게 시야에 잡힌다.
칠암자 코스에서 풍경시합을 한다면 문수암에서 보는 풍경과 1, 2등을 다툴만한 그림이 펼쳐진다.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약수암까지는 2.4㎞
삼불사를 내려서면 마을길과 산길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산길로 길을 잡는다.
사면을 가로질러 능선에 닿게되면 한동안 급한 내림길이 이어지고 급한길이 끝나면 산길은 부드러워진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완만한 오름을 하고 내려서면 약수암이다.
피로도가 느껴질만한 타임이라 이 구간에선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약수암은 칠암자길에서 마지막 쉼터 같은 곳이기도 하다.
물이 얼마나 맛있으면 약수암(藥水庵)일까?
그러나 돌수반에 담겨 흐르는 물 한 모금 넘겨보지만 산 꼭대기에서 맛보던 차가운 약수물과는 달리 밍밍한 느낌이다.
돌계단 위 보광전(普光殿)엔 부처님이 중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조각한 보물 제 421호로 지정된 목각탱화가 법당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언뜻보면 여러 불상들이 놓여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열한분의 옷자락 주름까지 세밀하게 조각하고 금칠을 한 기교와 정성이 놀랍다.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木刻阿彌陀如來說法像)은 나무에 불상을 조각해서 만든 탱화인데 탱화는 대개 천이나 종이에 그린 그림을 족자나 액자형태로 만들어 거는 불화를 말하지만 나무로 조각한 것이 특이하다.
크기는 가로 183cm, 세로 181cm로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우며, 현재 전하고 있는 조선 후기의 목조 탱화 가운데 가장 간략한 배치구도를 가지고 있다.
화면은 크게 상하로 나누었는데, 하단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보현보살과 세지보살을, 왼쪽으로는 문수보살과 관음보살을 배치하였다.
상단에는 석가의 제자인 아난과 가섭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월광보살과 지장보살을, 왼쪽으로는 일광보살과 미륵보살을 배치하였다.
본존인 아미타불은 타원형의 광배를 가지고 있고 사자가 새겨진 대좌에 앉아 있다.
불상들은 모두 사각형의 넓적한 얼굴에 근엄하면서도 친근감이 넘친다. 좁은 어깨가 목 위로 올라붙어 마치 앞으로 숙인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양 어깨에 걸친 옷자락은 길게 연꽃의 대좌 밑까지 흘러내리고 있다.
정조 6년(1782)에 제작된 것으로 제작연대가 확실하고 원만한 불상들의 모습과 배치구조, 정교한 세부조각 등은 조선 후기 목각탱화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키백과>
이제 실상사까진 1.7km
임도를 버리고 지름길로 내려선다.
12:20
이제 여정의 끝 실상사가 보인다.
천왕문 양쪽 기둥에 쓰여 있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난다"
수박겉훑기식으로 경내를 둘러보고...
12:35
해탈교 아래 람천에서 땀을 씻어내고 오늘의 여정을 마친다.
귀경길...
대전쯤 지날때부터 비가 내린다.
내일은 비요일...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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