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來不似秋
處暑가 지난지도 보름이 넘었고 엇그제로 白露도 지났는데 아직도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웃돌고 있으니 절기가 무색할 정도다.
그래도...
지리산엔 가을이 내려앉지 않았을까?
토욜밤 지리산으로 향한다.
새벽 02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중산리탐방분소에 도착한다.
산행을 시작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3시쯤 출발하기로 하고 불꺼진 차 안에서 머문다.
오는 내내 눈만 감은채 뒤척이기만 했지 잠을 못 잤는데도 도통 잠이 안 와 코고는 소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본다.
싸~하게 살갗에 와 닿는 새벽공기가 제법 차갑게 느껴진다.
깜깜한 밤하늘엔 별들이 초롱하고 손톱모양의 그믐달도 선명하게 비추고 있다.
중산리탐방분소 - 유암폭포 - 천왕골(통신골)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 - 연하봉 - 촛대봉 - 세석 - 거림
칼바위 삼거리에서 한차례, 유암폭포 도착전 또 한차례 길게 쉬어 가지만 너무 일찍 출발하다보니 유암폭포에 도착했는데도 05시 10분...
오늘 일출시간이 06시 07분인데 아직 깜깜하기만 하다.
땀도 식고 한자리에 머물다 보니추워진다.
자켓을 꺼내입고 손도 시려와 반장갑도 꺼내 낀다.
이젠 배낭안에 겨울용 이너장갑도 챙겨넣고 다녀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보통때라면 폭포아래서 사진들 찍는다고 시간깨나 보낼텐데 다들 추워서 그런지 어둠이 물러나자마자 천왕골로 향한다.
05:50
신과 통하는 골이라해서 통신골로 불리는 천왕골로 들어선다.
천왕봉까진 약2.3km, 경험상 3시간정도 걸리지 싶다.
고도 1500을 넘기면서부터는 가을의 전령사 구절초둘이 자태를 뽐내며 반기기 시작한다.
저 나무가 아녔더라면 클날뻔 했다.
천왕샘쪽으로길을 잡는다.
대부분 산오이풀들은 시들어 말라가고 있는거에 비해 아직까지 싱싱함을 잃지 않은채 남아 있는건 이 아이들이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병풍바위가 압도를 한다.
이제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도 모습을 보인다.
좀 더 올라서야 하는데 저곳에서 내려서고 있다.
쉬운길이 있는데 왜들 고생을 사서 하는지...
나중에 그 이유를 물으니 걸릴까봐 그랬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분들하고 정상루트로 올라선다
08:50
예상데로 천왕골에 들어선지 3시간만에 천왕봉에 올라선다.
전체시간은 5시간 50분째
친구는 천왕봉에 오른게 작년 6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능선거리만 25km
예전엔 저 능선을 보노라면 설렘으로 가득했는데 이젠 무박지리종주 얘기만 들어도 에휴~다.
천왕봉 주변의 야생화들은 별로고...
선명하진 않지만 멀리 덕유라인도 시야에 들어온다.
요기를 하며 맥주한캔 비우고 천왕봉을 내려선다.
제석봉
쑥부쟁이가 풍성하게 꽃밭을 이루고 있다.
2주전인가?
한대장이 지리산 야생화는 어느새 시들어가고 있다 했는데 뻥이었나?
제석봉부터 촛대봉까진 가을야생화들이 즐비하게 늘어선채 꽃밭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보던 것 중 오늘이 best of best가 아닐까 싶다.
10:10
장터목에서 한타임 쉬어간다.
11:30
촛대봉에서 배낭털이를 하고...
촛대봉 주변으로도 야생화들이 가득한데 이 아이들하고 놀아 줄 시간이 없다.
2시까지 내려가야 한다.
세석에서 거림까진 6km
거림깢지 1시간 반을 목표로 하고 친구와 말띠여인 두분과 함께 내달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친구도 잘 따라붙고 a님, k님도 말띠여인답게 잘 따라 붙는다.
13:20
이곳까지 5.5km
1시간 20분만에 내려와 폭포샤워를 하고 거림식당에서 걸음을 마친다.
秋來不似秋
그래도 가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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