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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지리산

【25.01.05(일)】02.왕시루봉, 왕의 강은 없었다.

 

새해 첫 정기산행으로 왕시루봉을 찾는다.

왕시루봉은 이번이 세번째다.

구산마을을 들날머리로 해서 한번은 오름길로, 또 한번은 내림길로...

이 두번의 경험만으로 리딩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예전 걸음한했던 gps트랙도 열어보고 e산경표맵과 동아맵, 카카오맵까지 살펴보며 진행할 루트를 머릿속에 그려 넣는다.

 

토욜밤 11시 50분 사당을 출발 오수휴게소에서 1시간여간 시간을 보내다 구산마을 입구에 도착 새벽 4시 35분 걸음을 시작한다.

토지천변을 따라 진행하다 구만교를 건너 구산길로 명명된 포장길을 따라 올라선다.

포장길이긴 하나 경사가 급헤 자칫 서두르다보면 오버페이스할 수 있기에 긴 호흡을 하며 올라선다.

1km쯤 진행하다보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좌틀해 단산윗길를 따랐어야 했는데 gps맵만 보고 직진해 계속 구산길을 따르면서 1차 미스를 범하게 된다.

그렇게 30분쯤 진행하다 한분이 생리현상으로 늦어져 10분정도 쉬어간다.

이때 gps를 확인했드라면 쓸데없는 걸음은 안 했을텐데 여기서 또 한번 미스를 범한다.

 

길을 이어간다.

근데 예전에 보지 못한 건물과 길 옆으로 보이는 대나무숲이 생경해 gps를 확인해 보니 산길로 접어드는 들머리를 350미터정도 지나쳐 버렸다.

계속 가다보면 또 다른 들머리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깜깜밤중이라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들머리를 찾는다는게 확신이 안 서  지도에 나오는 루트를 따르기로 하고 좀전에 머물렀던 자리로 되돌아 내려선다.

헛걸음한 왕복거리만 700m다.

 

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선다.

지도엔 등로로 나옴에도 잡목들로 우거진 산길은 있는 듯 없는 듯 한 쌩길에 가깝다.

잡목을 피해 진행하다보면 등로를 벗어나기 일쑤라 수시로 gps를 확인하며 방향을 잡아 나간다.

9년전 처음 왕시루봉을 오를때도 이랬었는데 이런 길을 또 오른다는 생각을 하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란게 맞는갑다.

 

그렇게 한시간 반에 걸쳐 1.8km구간을 지나고 나니 비로소 산길다운 산길을 만나게 된다.(06:55)

2019년에 왕시루봉을 내려섰던 그 길이다.

이제 왕시루봉 정상까진 4km정도를 더 가야한다.

 

 

구산마을입구 - 선교사유적지 - 왕시루봉 - 늦은목재 - 1158봉 - 직전마을

 

 

 

 

 

 

사전에 이렇게 트랙을 합쳐 비교해 보고 갔드라면 고생들을 안 시켰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크다.

1번 루트는 2016년 왕시루봉을 처음 오름했던 길로 이번 오름길과 다름없는 길이고,

2번 루트는 2019년 하산길인데 결과론적 얘기지만 이 길을 놓친게 큰 패착였다.

앞으로 다시 왕시루봉을 다시 찾을 일은 없겠지만 어느날 똘끼가 발동해 '왕의 강' 출사라도 나서게 된다면 그때는 쉽게 찾아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07:10

사진은 겔24로...

 

 

 

 

 

07:45

일출시간쯤인데도 동녘하늘엔 붉은빛이라곤 눈을 씨고 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오후에나 눈 예보가 있었는데 싸락눈까지 날리기 시작하면서 곰탕으로 변해가 왕의 강울 보려던 오늘의 목적이 수포로 돌아간다.

왕의 강을 담으려고 200mm렌즈까지 준비해 갔는데... ㅠㅠ

 

 

 

 

 

08:00

어차피 일출도... 왕의 강도 물 건너 갔으니 밥이나 먹고 가자구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싸락눈에 산길도 하얗게 변해간다.

 

 

 

 

 

 

 

 

 

 

 

 

 

08:35

왕시루봉을 오르는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이곳에 세워놓았을까

여기서 정상까지는 30분정도 더 올라서야 한다.

 

 

 

 

08:50

정상을 오르기 전 선교사 별장들이 있는 유적지부터 들러 본다.

1900년대 선교사들의 포교활동 중 가족들이 풍토병에 사상자가 발생하자 요양목적으로 지은것으로 원래는 노고단에 건물을 지었는데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소실되자 1962년에 휴튼선교사에 의해 이곳에 새로 건립하여 현재까지 남아있다.

 

 

 

 

유일하게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로 굴똑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이곳은 수영장

누가 누군지...

 

 

 

 

 

왔던길 말고 사면을 치고 바로 올라선다.

 

 

 

 

 

 

 

 

 

 

 

 

 

09:20

왕시루봉 정상에 올라선다.

누군가 왕시리봉 1243m라 나무판대기에 써 놓고 나뭇가지에 걸어놨다. 

 

 

 

 

한분한분 인증샷을 남겨주고...

 

 

 

 

 

 

나두

 

 

 

 

 

정상인증을 하고 문바우등을 향해 내려서는데 느낌이 이상해 gps를 확인해 보니 진행해야 할 능선을 지나쳐 내려서고 있다.

등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아 능선방향으로 길을 잡고 트레버스 해 나간다. 

 

 

 

 

 

 

 

 

 

 

 

트레버스길이 장난이 아니다.

나무를 잡고 내려서려고 나무기둥을 짚었는데 그게 똑 부러지면서 두바퀴 구르기도 한다.

겨울철엔 아무리 나무가 굵고 성해 보인다 해도 허투로 봐선 안 된다는걸 다시금 일깨워 준 순간였다.

 

 

 

 

 

 

 

 

 

 

 

능선길에 붙고나서야 길은 좀 착해진다.

 

 

 

 

 

 

11:20

배낭털이를 하며 잠시 쉬어간다.

이후 늦은목재를 지나 1158봉으로 오르는 된비알 구간은 예전에도 이랬었나 싶을정도로 키를 훌쩍 넘는 산죽들아 터널을 이루고 있어 낯설기까지 하다.

눈의 무게에 쓰러져 있는 산죽들까지 있다보니 터널을 뚫고 나가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박영발이 울고 갈 정도다.

뒤따라 오던 금마타리님이 보기 답답했는지 아님 딱해 보였는지 선두로 나서더니 치고 나간다.

 

12:10

1158봉엔 직전마을로 내려서는 지능선으로 향하는 길목에 시그널이 걸려있다.

이 지능선은 초행길인데 산길도 뚜렷하지 않은데다 너덜같은 바위들이 많아 험하고 경사까지 급해 상상 이상으로 힘이든다.

계곡까지 2.7km구간을 내려서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보통의 능선길에 비하면 두배는 더 걸린 셈이다.

 

 

 

 

 

 

 

 

 

 

 

 

 

 

 

 

14:10

계곡까지 힘들게 내려왔다.

계곡물에 아이젠과 스틱을 휑궈 정리하고 정탐길로 올라선다.

 

 

 

 

 

 

 

 

 

 

 

14:30

 

 

 

 

 

 

산행전만해도 너무 일찍 마치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왠걸~

지리를 알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함께한 스물다섯분 모두가 전사 같았는데 역시 산지기의 저력은 탑클래스급임을 증명한 산행였던 것 같다.

10시간에 걸친 걸음을 끝내고 미선씨네서 닭볶음탕과 함께 쏘맥 몇잔 기울이고 기절모드로 귀경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