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설날 서울성곽길 종주를 하면서 종주길 중 반절이나 되는 도심 포장길을 걸었드니만 두 다리가 알이 단단히 배겼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뭉친 근육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여덟시가 넘어섰다. 몸을 일으켜보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산이라도 가야 뭉친 다리가 풀릴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보리차를 끓이고, 라면끓일 물과 라면하나와 쿠키를 챙겨 배낭에 넣는다.
식탁에 식빵이 있길래 하나 꺼내 개스불에 설렁설렁 구워 쥬스 한잔과 함께 아침요기를 하고 아홉시가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근데 이건 먼 일이다냐. 현관문을 나서고 보니 모자를 안 쓰고 나와 다시 들어갈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그만 미끄덩하고 벌러덩 나자빠진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복도 바닥을 닦은게 물기가 얼어 있었던게다.
그 바람에 손가락 마디 몇군데에 살점이 살짝 벗겨졌네그려.
집에 들어가 마눌님한테 사정 얘기를 했드니만 그동안 나가면 나가는가보다 하던 마눌님이 왠일인지 오늘 산행 조심 하란다. ㅋㅋ
모자를 챙겨 다시 나와 일단 전철역까지 차를 가지고 가 주차를 해 놓고 9호선 전철에 몸을 싣는다.
근데 어느산에 갈건지도 정하지 않고 나왔으니.. ㅋ
이산 저산 고민하다 한동안 뜸했던 불암산이나 가보기로 하고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한 후 공릉역에서 내려 원자력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원자력병원/공릉산백세문(11:05) - 헬기장(12:40) - 불암산(13:50) - 석장봉(14:00) - 덕능고개(14:35) - 치마바위(16:00) - 하강바위(16:05) - 철모바위(16:45) - 수락산 주봉(16:50) - 기차바위(17:05) - 도정봉(17:45) - 동막골초소(18:25) - 동막골입구(18:50)
원자력병원앞 길 건너에
공릉산 백세문이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오산종주(불.수.사.도.북)시 주 들머리로 하는 곳이기도 하다.
눈이 왠만큼 녹아 있겠지 했는데 전혀 아니네~ 아이젠을 착용하고...
볼록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살짝 남겨보고.. ㅎ
산 아랫쪽에 군부대가 있어 길 옆으론 흉물스런 철책선이 쳐 있고, 그 길을 따라 30분정도 오르다 보면 전망데크가 나온다.
전망데크에서 바라 본 태능선수촌(?)
40여분을 걷다보니 몸도 달아 오르고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집을 나설때 바깥기온이 -12℃길래 내의를 입고 나왔드니만 덥다 더워~
내의를 벗느라 웃통을 벗었드니만 때마침 지나가던 아지매 "어머~" 하고 뛰어 가네그려
참네~ 웃통벗은 사내 츰 보나? 내숭떨긴~ ㅋㅋ
1시간 정도 오르다보면 6각정을 만나게 되고...
육각정을 지나 조금 오르다보면 길 우측으로 조망처가 있는데 이곳에도 조망데크를 설치 해 놓았다.
삼육대 쪽 조망
좀 가까이
북한산과 도봉산도 시원하게 조망되고...
북한산을 당겨 보니 악어처럼 보이네
조망처에서 조금 가다보면 불암산 정상도 눈에 들어온다.
좀 가까이
1시간 반정도 오르다보면 넓직한 헬기장에 닿는다(12:40)
헬기장 주변엔 많은 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점심들을 먹고 있다.
나도 작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계획없이 나오다보니 김치도 안가져오고 막걸리도 빼 놓고 왔다.
마침 옆집 아자씨가 막걸리 한잔 하시겠냐 하길래 넙쭉 한잔 받아 마신다. ㅋ
거북바위
거북바위 아래엔 방앗간이 터를 잡고 있는데 술 떨어진 참새들한텐 사랑받는 곳 이기도 하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조망은 시원하게 뚫려가고...
북한산
도봉산과 사패산
시기적으로 저런디로 댕길때가 아닌디 저 양반은 마눌님 빨리 보내고 새 장가 들고 싶은지 투덜대는 마눌한테 부득부득 걱정말고 따라 오라며 보채댄다.
잘 내려가는가 싶드니만 순간 눈이 보이는 구간에서 쭈루룩~ 다행히 소나무에 걸려 멈춰선다.
소나무 아랫쪽은 마땅한 홀더도 없던데 어찌 내려갔는지 몰라.
겨울엔 그저 안전한길로 댕기는게 장땡이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굿굿하게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면 경외스럽기도 하지만 나같은 사람한텐 호재이기도 하다.
어딜가나 정상석이 있는 곳은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바위는 빙반이 져 오르기가 쉽지 않음에도 굿굿하게들 올라서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13:50)
글타고 용서를 빌 것 까지야...
쥐바위와 뒤로 석장봉, 그 뒤로는 수락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쥐바위를 쥐바위라고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석장봉에서 위치 잘 잡은 후 바라보면...(창고사진)
그러고 보니 이때(08년 9월)만해도 계단이 없었네그려
석장봉에서 바라 본 불암산 정상
석장봉을 지나 당고개로 내려설까 하다 아직 시간도 이르고, 좀 싱겁기도 해 내친김에 불수종주를 하기로 하고 덕능고개로 방향을 튼다.
gps에 일몰시간을 확인 해 보니 18시 04분... 해가 많이 길어졌다.
현재시간 14:07... 혼자하는 발걸음이니 어둡기전에 동막골에 내려설 수 있을 것 같다.
재작년 가을쯤이던가? 오산종주한다고 여수에서까지 올라와 이 길을 걸었을 풍님.
깜깜밤중에 불암-수락 구간을 지나느라 암껏도 보지 못했을텐데 이참에 불암과 수락의 본 모습을 보여줄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근디 되레 염장 지르는건 아닌지 몰러. ㅋㅋ
수락산과 수락터널
당고개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능선길을 따라 30분정도 진행하다보면 덕능고개에 닿는다.(14:35)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쉬면서 구름과자 하나 입에 물어본다.
이 맛에 아직도... ㅋㅋ
지나온 불암산을 돌아보고
예전에 살 좀 뺀다고 저녁마다 한강변에 나가 뜀박질할때보니 58개띠 마라톤 동호회가 있드니만 이런 산악회도 있네그려
나도 함 가입혀봐? 근디 개들끼리 모이면 으르렁 거리고 시끄럽진 않으까? ㅋㅋ
도솔봉에 곰 한마리가 엉덩이를 쳐들고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치마바위가 나온다.
치마바위 위에 차려놓았던 간이 방앗간은 이제 철시하려는지 쥔장은 하나둘 짐들을 챙기고 있다.(16:00)
이곳을 지나다보니 문득 옛 산우가 생각난다.
짧은 생을 살다 어느날 훌쩍 떠나버린 산친구.. 참 밝은 친구였는데...
우회길 대신 하강바위로 바로 올라선다.
남근바위와 도솔봉, 불암산
하강바위에서 이곳으로 내려서는데는 좀 후덜덜
이제 배낭바위도 철모바위도 수락산 주봉도 눈에 들어온다.
하강바위
코끼리바위... 바위상단에 코끼리가...
아랫쪽에 종바위가 걸터 있는데 안떨어지고 있는것도 신기하고...
좀 가까이
에너지도 충전할겸 철모바위 아래서 잠시 쉼 한다.
늦은 오후시간이 되니 날씨가 쌀쌀해져 간다. 벗었던 자켓을 다시 입고...
철모바위
정상으로 오르는길에 계단을 설치 해 놓았다.
마사토길이라 오르내리는데 미끌미끌했건 곳인데...
수락산 주봉(16:50)
이제 기차바위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홈통바위(기차바위)
돌아 본 기차바위와 주봉
도정봉이 코 앞이다.
도정봉(17:45)
할매바위... 이마에 하얀 머리띠를 해서 그란지 할매가 이뻐 보인다. ㅎ
도정봉 - 동막골 구간은 대부분 마사토길이라 길이 미끄러운편인데 눈이 쌓여있어 내림길이 한결 편하다.
서서히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의정부시내와 불곡산
하루해가 마지막 빛을 토해내더니 이내 꼴깍한다.
도정봉으로 오르는 이곳은 굳이 계단이 없어도 별 문제 없던 곳인데 계단을 설치 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수락산을 돌아보고
이제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동막골 초소(18:25)
터널을 지나 동막골을 빠져 나가니 입구에 택시들이 여러대 서 있다.
회룡역까지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산길을 긴 걸음 했더니 아침에 일어 났을때 천근만근하던 몸도 가벼워진 것 같고 다리에 뭉친 근육도 풀린 것 같다.
역시 산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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