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숱하게 설악산을 찾았지만 28년전 처음으로 찾았던 설악은 감동보단 고통과 아픔이 컷던 산이기도 하다.
여사원 일곱명과 함께 처음으로 설악을 찾았던 85년 여름...
오색에서 깜깜밤길을 걸어 대청봉에 오르던 중 여사원 두명이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고 주저 앉는 바람에 여사원 배낭까지 짊어지고 올라야만 했고, 그 덕에 대청봉아래 샘터(지금은 없어짐)에서 아침밥을 지어 먹다 쌍코피가 터졌던 일...
지도 한장 없이 그저 저 곳으로 내려서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화채길을 따라 내려서다 열개의 발톱에 새까만 메니큐어를 칠해먀만 했던 일...
워커나 신고 다니다 그래도 설악산에 간다고 처음으로 등산화란걸 사 신었던건데... 아 이느무 등산화란게 일반 신발보다 크게 신어야 한다는걸 알았나. 그저 딱 맞으면 되는 줄 알았지. ㅋ
그런 아픈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 길을 28년만에 다시 걸어본다.
이번엔 오름길로...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대청봉 정상 모습
소공원 - 비룡교 - 안락암 - 권금성 - 칠성봉 - 화채능 - 둔전골
사진상 우측으로 난 길이 확연하게 보이다 보니 많은이들이 이곳에서 알바를 하는 것 같다.
우리팀도 어김없이 우측길을 따라 올라섰다 빽~
달마봉 허리를 감싸고있는 구름층을 보니 왠지 운해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공룡길에선 쉬 볼 수 없던 금강봄맞이꽃이 권금성 오름길내내 지천으로 피어있다.
큰바위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클릭
들머리를 출발한지 1시간 20분만에 안락암에 올라선다.
권금성 안락암(安樂庵)은 해발 7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청정법신 비로자나부처이신 대청봉을 위로 하고, 앞에는 노적봉과 장구히 흐르는 토왕성폭포의 물소리는 번뇌 망상을 깨끗이 앃어 주고, 오묘한 절경은 팔만사천 부처님 말씀이 아닐 수 없으며, 봄이면 피어나는 안개 역시 청정법신불께 올리는 향 공양이요, 여름이면 소토왕골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은 더위를 잊게 하고, 가을이면 오색 찬란한 단풍 역시 법신불께 올리는 꽃 공양이요, 겨울이면 처마 끝까지 눈이 쌓여 속세의 오욕과 번뇌의 티끌을 묻어두니 법계의 진리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인 1,300여년전, 자장율사께서 향성사(신흥사)를 창건하실 당시 산내의 암자로 짐잘 할 수 있으며, 원효, 의상등 고성대덕 스님들이 안락암, 죽사대, 참선대 등 여러 초암에서 안좌 수심하여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 법계의 진리가 바로 이 곳 안락암에 이어져 내려 오면서 오늘에 복원하게 되었습니다.
- 1975년 10월. 안락암 주지 -
안락암 뒷쪽 암봉에 올라서보니 운해가 장관이다.
거북이 한마리가 구름바다속으로 들어가려는 듯
섬이 되 버린 달마봉
권금성
노적봉과 칠성봉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권금성(06:05)
전설에 따르면 권씨와 김씨 두 장사가 난을 당하자 가족들을 산으로 피신시키고, 적들과 싸우기 위해 하룻밤 만에 성을 쌓았다고 한다.
고려 고종 41년(1254) 몽고의 침입때는 백성들의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해발 850m의 정상에서는 백두대간의 장코한 능선과 동해바다 속초시의 경관을 만끽 할 수 있다.
토끼와 경주를 하고있는 거북이가 먼저 권금성에 오르고 있다.
그럼 토끼는 어디서 땡땡이 치고 있을까요?
음~ 쩌그서 졸고 있네요(클릭해서 찾아보세요. ㅎ)
만물상과 뒤로 공룡능선
권금성에 와 본지 세번째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본다.
봉화대/권금성
달마섬
건너엔 공룡능선에서 황철봉으로 이어진 마루금이 선명하다.
계곡을 가로질러 칠성봉으로
노적봉도 섬이 되가고 있다.
한시길과 뒤로 울산암
겨울아이님, 이러다 겨울 오것으요 어여 갑시당~ ㅋ
칠성봉
서서히 운해가 걷혀간다.
공룡능선 뒤로 귀때기청이 빼꼼
산솜다리
칠성봉 안부에서 아침식사(08:20)
30여분간 아침 식사를 하고 칠성봉을 떠난다.(08:55)
이곳을 벗어나면 주구장창 숲길을 따라 하염없이 오름짓을 하게 된다.
사라지던 운해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너무 힘들어 화채봉을 우회한다.(09:55)
우회길을 따르다 잠시 무거운 근심을 내려놓고 와보니 화채봉 아래 비박터에서 쉼들을 하고있다.(10:20)
다시 주구장창 오름짓을 한다.(10:35)
같은 코스로 다녀간 블로거들의 산행기를 보니 화채봉과 대청봉 중간쯤에서 내림했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아~ 그게 아니었다는...
나도 옥잠화
잠시 숲길을 벗어나 조망바위에 올라본다.
다시 꿈틀대던 운해는 외설악 산자락들을 휘감기 시작한다.
화채봉도 구름에 덮히고
칠성봉을 출발한지 3시간 50분만에 대청봉 턱 밑에서 오름짓을 마친다.(12:15)
이곳에서 15분만 더 가면 대청봉이다.
화채능선길이 에스커레이터길였다면 둔전골로 내려서는 길은 엘리베이터길이다.
벽락맞고 두쪽으로 갈라진
계곡까지는 두시간정도를 내려서야 한다.
이런길을 으찌 알고... 밤도끼비답구만~ ㅋ
두시간의 긴 내림길을 끝내고 드뎌 둔전골에 입성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둔전골을 빠져 나가는데만도 3시간이 소요된다.
에효~ 지겨워라~
두어시간동안 계곡길과 산길을 번갈아 걸으며 계곡을 빠져 나와 둔전골 끝머리 즈음에서 알탕을 한 후 50분을 더 내려가 12시간40분간의 긴 산행길을 마감한다.
올만에 많은 인원이 함께 한 설악길였네요.
긴 길 지겨워 할 까봐 화채길을 다 오를때까지 운해도 장관을 이뤄주고 복 받은 설악길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줄곳 내림길로만 하던 화채길을 거꾸로 오르다보니 무척 힘이 들더군요.
둔전골로 내림하는 길도.. 둔전골을 빠져 나오는데도 으찌나 지겹고 힘들던지...
한대장께서 작정하고 뺑뺑이 돌렸나 봅니다. ㅎㅎ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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