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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bing/설악산

【13.07.07(일)】31.설악의 유혹 바람꽃

 

 

 

 

지금쯤 대청엔 바람꽃이 한창일 듯 싶어 퇴근하자마자 얼린물과 맥주, 파이애플 등 간식거리와 갈아입을 옷을 챙겨 배낭을 꾸린다.

독주폭포로 내려서는길에 혹시 몰라 자일과 하강기도 챙겨넣고...

이왕 가는거 대청에서 일출도 맞이 해 볼 생각으로 이른시간(21:00)에 집을 나서 오색으로 달린다.

근데 문제는 소공원과 달리 밤 12시에 탐방센터를 통과할 수 있느냐다.

가평휴게소쯤 지나고 있는데 지설님으로부터 카톡이 날아든다. 내일 선인봉 남벽을 오를건데 시간되면  같이 하자는 콜이다.

우짠다요. 지금 설악에 가고 있는디.. ㅋ

 

정확히 자정에 오색 그린야드호텔 주차장에 도착, 주차를 해 놓고 신발을 바꿔신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 탐방센터로 올라선다.

탐방센터에 가 보니 예상데로 입구는 자바라식 철제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불켜진 사무실안을 들여다보니 공단직원 한명이 의자에 널부러진채로 세상모르고 꿈나라에 빠져 있다.

혹시 지키고 있으면 먹히든 안먹히든간에 발이 손이 되도록 사정해서 어찌 통과 해 볼 생각였는데 이게 왠 횡재랴~ ㅋㅋ

살금살금 도둑놈 담 넘 듯 2미터 높이의 자바라문을 넘어서는데 고정문이 아니다 보니 흔들리고, 그럴때마다 왜 그리도 삐그덕 거리든지 직원이 깰 까봐 가슴이 콩알만해진다.

무사히 자바라문을 넘어선 후 랜턴불을 끈채로 어둠속으로 쑝~

 

초반 마의 돌계간길을 오르며 땀을 바가지로 쏟아내고는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서늘한 기온에 그다지 땀은 나지 않는다.

고도를 높혀가면서 습했던 공기도 상쾌해져 가는 것 같고...

그러나 랜턴빛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들이 많다보니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나방을 피하기 위해 잠시 랜턴을 끄고나면 칠흙같은 어둠에 무섭기도 하고.. 그래도 하늘을 보면 나무사이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게 말 그대로 별이 빛나는 밤이다. ㅎ

 

 

 

 

 남설악탐방센터 - 대청봉 - 오색기점1.7km - 끝청지능선 - 독주폭포 - 독주골 - 남설악탐방센터

 

 

 

 

 

 

02:00 오색기점 2.8km 지점

계곡을 건너기전에 계곡물에 땀을 씻어내고 옷을 벗어 물에 적셔 입고나니 후끈하게 달아 오른 몸의 열기가 달아나는 것 같다.

이후부터는 습했던 공기도 상쾌해지고 기온도 서늘해지다보니 대청까지 오르는데 땀은 흐르지 않는다.

 

 

 

 

04:18

아직 일출시간이 멀었는데도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산객들이 정상석 주변을 장악한채 인증샷들을 남긴다고 난리부르스다.

으찌나 시끄럽게들 떠들어 대든지 여긴 대청봉이 아닌겨~ 돗대기 시장이지

 

 

 

 

04:39

적당한 자리에 카메라를 세팅 해 놓고 뷰파인더를 보는데 어째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질 않는다.

안경에 습기가 차서 그란가보다 하고 안경을 벗으려 하니 헐~ 안경이 읍따.

아마도 계곡에서 땀을 씻는다고 벗어놓고선 그냥 온 것 같다.

정신머리하곤... 어쩌랴 일단은...

 

 

05:12

예정시간보다 3분 늦게 아침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운해라도 있던가 엷은 새털구름같은게 있었으면 여명빛도.. 일출모습도 아름다울텐데 이런 모습은 너무 밍밍해~

 

 

 

 

 

 

그래도 대청에서 일출을 보는것도 츰인데 이정도라도 감지덕지지.

 

 

 

 

 

 

 

 

 

 

 

 

 

해가 떠 오르고나서도 돗대기 시장은 한동안 파 할 줄을 모른다.

 

 

 

 

 

 

시선을 반대쪽으로 돌리니 가리봉쪽 남설악 일대엔 운해가 펼쳐지고 서북능선에 아침햇살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중청에도 아침빛이 내려앉는다.

 

 

 

 

 

 

 

이시간 귀때기나 안산쪽에 머물고 있는분들 대박 맞았을 듯...

 

 

 

 

 

 

예상했던데로 바람꽃은 절정을 맞고 있다. 

 

 

 

 

 

 

하이고~  이쁜것들. 느그덜 볼라꼬 좋아하지도 않는 오색대청구간을 헥헥대고 올랐단다. ㅎ

 

 

 

 

 

 

설악의 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바람꽃속으로 변산, 홀아비 등등 접두사가 붙는 바람꽃과 달리 접두사가 붙지 않는다.

중국 만주 등 한대 지방에 분포하는 식물로 남한에서는 설악산에서만 자생하는 꽃이다.

6월 중순경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해 7월 중순쯤이면 절정을 맞는다.

 

 

 

 

공룡능선에 운해나 구름이라도 걸쳐주면 좋을텐데 남설악쪽과는 달리 외설악쪽은 운해 대신 연무로 뿌옇다.

 

 

 

 

 

 

 

 

 

 

 

 

 

 

 

 

 

 

 

 

 

 

 

 

 

 

 

 

 

 

 

 

 

 

 

 

 

 

 

 

 

 

 

 

 

 

 

 

 

 

 

 

 

 

 

 

 

 

 

 

 

 

 

 

 

 

 

 

 

대청에서 바라보는 아침빛 머금은 공룡은 고요하기만 하다.

 

 

 

 

 

 

 

 

 

 

 

 

 

화채도 칠성도 달마도 부드러운 아침빛에 이 순간만큼은 한결 유순 해 보인다.

 

 

 

 

 

 

속초 앞 바다도 아침빛을 머금고

 

 

 

 

 

 

 

 

 

 

 

 

 

 

 

 

 

 

 

 

신 새벽엔 돗대기 시장만 같았던 대청엔 이제 나 혼자뿐이다.

이제 어찌할까나... 한두푼짜리 안경도 아닌데 그냥 버리고 갈수도 없고...

애초 계획은 끝청까지 진행 후 끝청 지능선을 따르다 독주골로 내려서려 했던건데...

썬구리 같으면 누군가 가져 갈수도 있겠지만 안경을 누가 주워 가겠나 하는 생각에 일단 다시 오색길로 내려선다.

 

 

 

휴가를 얻어 비박길에 나선 거라는데 턱 높은 계단길을 오르는게 무척이나 힘들어 보인다. 

 

 

 

 

 

 

흐미 반가운거~ 오름길에 땀을 씻어냈던 계곡에 다시 와 보니.. ㅋ

 

 

 

 

 

 

오색기점 2.8km 지점

이제 이 곳도 추억의 장소로 기억 될 듯 싶다.

 

 

 

 

 

조금만 지나면 따가운 햇살로 바뀌겠지만 한 여름임에도 아침햇살만큼은 부드럽기만 하다.

 

 

 

 

 

 

07:58

←오색 1.7km, 대청봉 3.3km→

이곳에서 쉼을 하며 고민을 해 본다. 그냥 하산? 아님 이곳에서 끝청지능선을 따라 올라 애초 계획했던 독주폭포로?

아직 시간도 이르고 해서 독주폭을 가는걸로 하고 금줄을 넘어 지능선으로 붙는다.

 

 

 

 

오름길에 조망처에서 바라 본 한계령 방향. 우측 아랫쪽에 독주폭포 상단부가 보인다.

 

 

 

 

 

 

좀 당겨서

 

 

 

 

 

 

가리봉 

 

 

 

 

 

 

점봉산

 

 

 

 

 

 

잠시 조망처 그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만벌님한테 전화를 해 본다(08:26)

오데라요? 공룡능선이라고... 칠성봉에 간다드니만... 목소리가 신통치 않은게 뿌연 풍광에 기운마저 빠진 듯 싶다.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기대했던 풍광이 펼쳐지면 힘든것도 싹~ 잊어버리는건데... 그 심정 알지유.

그나저나 따가운 햇살 받으며 뿌연 공룡길 오르내리느라 육수꽤나 흘렸을 것 같으요. ㅎㅎ

 

 

 

 

 

 

 

 

 

 

09:40

오색기점 1.7km 지점에서 1.4km 지점(지능선 중간쯤)

 독주폭으로 내려서기 전에 조망처에 올라본다.

 

 

 

 

맨 끝에 끝청도 보이고...

 

 

조망처에서 내려와 독주골로 내려서는데 도무지 길을 찾을수가 없다.

발길 흔적이 있는 것 같아 따라 내려서다보면 멧돼지들 놀이터나 나오고... 몇차례 내려섰다 올라섰다를 반복하다보니 진이 다 빠진다.

작년 이곳으로 오를땐 발길흔적이 없어도 어려움 없이 잘 찾아 올라왔었는데 거꾸로 내려설려니 오를때와는 전혀 딴 판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길을 찾아 내려선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지계곡을 따라 내려서는거다.

gps로 지형도를 확인한 후  독주폭으로 연결된 지계곡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는데 이마저도 만만치가 않다.

암벽지대를 만날때마다 이쪽 저쪽으로 돌아 내려서야하고 숲은 우거져 나뭇가지에 걸리고 할퀴고... 결국 한군데선 우회하기 귀찮아 7미터 자일 하강을 하고나서야 지계곡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지계곡길도 만만찮기는 마찬가지다. 습한 이끼를 달고 있는 바위와 거친 돌 들이 많다보니 미끄러지기 일쑤고, 돌 틈마다 쌓여있는 낙엽에 아차하면 크레바스에 빠지게 되니 이거 원...

그나마 큰 계곡길과 달리 우회하지 않고도 계속 내려설 수 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1시간 반만에 서북능으로 길이 나 있는 지계곡 입구에 내려선다.

 

 

 

 

 

 

11:35

 

 

 

 

 

 

아무도 읍따

 

 

 

 

 

 

독주폭포(萬丈)

 

 

 

 

 

 

 

 

 

 

 

 

 

뜨거운 햇빛을 받아 그란지 물이 그다지 시원하진 않다.

 

 

 

 

 

 

 

 

 

 

 

 

 

마시기 좋게 녹은 맥주와 간식으로 요기를 하며 한참을 쉼 한 후 독주골을 내려선다.

 

 

 

 

 

 

 

 

 

 

 

 

 

千丈

 

 

 

 

 

 

 

 

 

 

 

 

 

 

 

 

 

 

 

 

 

 

 

 

 

 

 

 

 

 

 

 

 

 

 

 

 

 

 

 

 

 

 

 

 

 

 

 

百丈

이곳에서 한차례 풍덩~ 하고 날머리 근처에서 한번 더 알탕을 한 후 옷을 갈아입고 내려선다.

 

 

 

 

 

14:15

한 밤중에 몰래 넘어선 자바라 문을 나서며 산행을 마친다.

 

 

바로 귀경길에 오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드니만 귀경길 내내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오는길에 황토집에 들러 맥주 한잔 곁들여 막국수 한그릇 비우고 다시 귀경길에 오르는데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심하게 막히는지 네비양은 국도로 가라고...

국도는 대체로 막힘이 없었지만 마지막 양평에서 팔당대교 구간만큼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정체가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