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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에도 가을이 찾아 와 있을게다.
주로 겨울에나 찾던 덕유를 작년 초가을날 산정에서 맞아 본 덕유의 아침.. 참 감동이었었지.
가을빛도 좋지만 이번엔 운해깔린 밤 풍경에 산등성이를 넘어서는 구름과 구름바다위에 떠 있을 120리길 지리능선을 담아보고 싶다.
산악기상예보를 살펴본다.
기온, 습도, 바람, 구름... 음~ 괜찮은 것 같다.
추석이 지난지 닷새밖에 안되니 달도 환히 비출 것이고...
그래 가 보는거야~
근데 밤풍경을 담으려면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으쩐다~ 추석날 보려했던 '명량'을 토욜밤에 보기로 했으니...
혹시 예매를 안 했으면 담주에 보자할라고 아들한테 확인 해 보니 전날 예매 해 놓았다네그려.
끝나면 밤11시 10분쯤이라니 영화보고 쉼 없이 달려간다면 새벽 2시쯤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고, 실크로드 오르는데 2시간.. 포인트까지 30분..
대충 계산해보니 새벽 5시쯤이면 포인트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다.
가게일을 30분정도 앞당겨 마감하고 집에와 배낭부터 꾸린다.
카메라엔 1635로 장착하고, 70200에 혹시몰라 2470까지, 별로 쓸일은 없겠지만 혹시몰라 ND필터에 CPL필터도 챙겨넣고, 삼각대까지... 장비무게만도 솔찮다.
아침 요깃거리로 빵 두개에 캔맥주 하나, 물 0.5L를 꾸려넣고나니 배낭무게가 상당하다.
설천하우스 - 씰크로드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설천봉 - 골돌라 - 설천하우스
운해요건은 대충 충족된 것 같은데...
런링타임 128분
영화를 보고나니 밤 11시가 조금 넘어섰다. 식구들은 집앞에 내려주고 바로 덕유로 달려간다.
쉼없이 254km를 달려 설천하우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좀 넘어섰다. 바로 등산화로 갈아신고 실크로드를 따라 오른다.(02:07)
칠봉 들날머리쯤에서 숨도 고를겸 잠시 배낭을 벗어놓고 밤하늘을 담고 있는데 가까운곳에서 맷돼지 울음소리가 으찌나 크고 기괴하게 들리던지... (03:25)
2시간만에 설천봉에 올라선다.(04:10)
무조리조트 홈페이지에 보면 씰크로드 거리가 6.1km로 나와 있던데 gps로 측정된 거리로는 5.4km정도밖에 안되네~
달빛이 밝은데도 별들이 초롱초롱하다.(음.8.21)
향적봉을 내려서 포인트에 도착(05:10)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우모복부터 꺼내 입는다.
지리쪽을 바라보지만 눈엔 보이지 않고, 운해도 없다.
대충 지리쪽으로 방향을 잡거 여러차례 테스트샷을 날려 방향과 구도, 노출등을 조정해 장노출로 120리길 지리능선선을 담아보지만 운해가 없다보니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이 안 나온다.
철수
중봉으로 자리를 옮겨(05:55)
여명과 함께 멀리서부터 구름쓰나미가 밀려들기 시작한다.(06:00)
여명과 함께 덕유도 깨어나고...
구름쓰나미는 대간길에 가로막히고, 구름바다위로 아침해가 솟아 오른다. (06:12)
황석, 거망, 월봉산 넘어 120리길 지리능선 아래로도 구름바다다.
민주지산쪽에도 구름쓰나미가 밀려들고...
산마루에 부딪친 구름은 격랑을 치고
삼도봉에서 이어져 온 대덕산, 삼봉산의 대간길은 방파제가 되어 덕유로 넘어오서려는 구름쓰나미를 막아내고 있다.
이쪽으로 넘어 밀려와야 하는데 안타깝고 아쉽다.
민주지산쪽으로 밀려들던 쓰나미도 대간길에 막힌채 파도만 일렁이고.
파랬던 들판도 누런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짙푸렀던 산빛도 서서히 가을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하고...
지리만큼의 풍성함은 아니어도 산오이풀이며 구절초 등 가을꽃들은 가을임을 알리고 있다.
향적봉
텅 빈 향적봉
한번 더 지리와 눈 맞춤하고 중봉을 떠난다.(07:25)
향적대피소에서 우모복을 벗고
다시 향적봉으로(08:20)
스키타고 내려설땐 금방이던 실크로드가 왜그리도 길던지...
다시 설천봉으로(08:35)
아직 곤돌라가 운행전이라 텅 비어있다.
하늘도 구름도 이쁜 덕유의 아침이다.
09시부터 운행하는 곤돌라를 타고...
그리고 집으로...
집으로 돌아와 열다섯시간 넘게 죽었다 깨났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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