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만 간다.
10월로 들어서면서부터 아침저녁의 기온이 제법 쌀쌀해지는게 금세라도 겨울이 찾아 올 것 만 같다.
2주전 대청봉에 첫 단풍빛이 참 곱던데 이번주 공룡길의 단풍은 어떨런지... 기대와 설렘으로 올 가을에도 연례행사처럼 가을설악을 만나러 떠나본다.
밤길을 달려 남설악 휴게소에 도착하니 산객들을 실은 버스들이 주차장을 빼곡 메운채 서 있습니다. 얼핏 세어 봐도 족히 30대는 넘는 것 같다.
한계령, 오색, 소공원, 우리처럼 용대리.. 저마다 들머리는 다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공룡길을 걸을 산객들일게다.
휴게소에서 두시간 가까이 머물며 가볍게 밤참을 먹고 용대리에 도착하니 새벽 4시...
오늘 걸음엔 망경대는 패스할 것 같아 오랫만에 망경대에 올라 볼 요량으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먼저 냅다 달린다.(04:05)
따뜻한 자켓을 입고 걸음 했는데도 백담사까지 가는동안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새벽공기가 무척 차갑다.
그래도 이제부터 산길을 걸어야하니 자켓은 벗어 배낭에 넣고 곧바로 영시암으로 걸음을 옮긴다.
영시암으로 가는동안 깜깜 밤길을 내려서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봉정암에서 하룻밤 유하고 내려가는 중 이란다.
등산객들은 아닌 것 같고 불자들인 듯.
오늘 걸음할 구간은 용대리 - 백담사 - 영시암 - 오세암 - 마등령 - 공룡능선 - 신선봉 - 칠형제능선 - 잦골 - 비선대 - 소공원 이다.
gps를 깜빡하고 빼 놓고 가는 바람에 걸음한 트랙과 고도표는 없다.
다만 그동안 다녔던 구간별 거리를 잘라 합산 해 보니 대략 29km 정도를 걸음 할 것 같다.
06:05
용대리에서 영시암까진 10.5km 거리... 딱 두시간만에 영시암에 도착 해 물 한바가지 받아 마시고 바로 갈림길로 올라선다.
오세암과 봉정암 갈림길에서 잠시 쉼 하고 있는데 빵표님이 올라온다.
선두팀이 가까이 따라 붙은 것 같은데 먕경대를 거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영시암에서 오세암까지 거리는 2.5km
오세암 오름길에서도 오세암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분들도 등산객들은 아닌 듯 싶다.
근데 봉정암도, 오세암도 이 많은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방이 있다는게... 자 보질 않아서리...
망경대에서 바라 본 오세암(07:14)
깔닥을 올라선 후 망경대길인 줄 알고 올라서는데 좀 오르는가 싶드니만 왠 내림길???
착각한게다. 다시 빽 해 안부에 내려서니 선두팀이 앉아 쉬고 있는데 모두가 말띠 언냐들이다. 무써븐 언냐들야~ ㅎ
망경대에 오를거라하니 다들 나두 갈꼬야 하며 따라 붙는다.
그럼 따라들 오셩~
망경대에 오르면 가야동계곡과 공룡, 용아, 대청라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가야동계곡의 관문이 천왕문... 문지기는 없지만 숨어 들어가야 한다는...
07:34
오세암에 도착 해 보니 일행들 대부분은 이미 마등령으로 향했고 몇분만 남아있다.
근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들 오세암에서 제공하는 아침 공양밥을 먹었다는데 나만 까맣게 몰랐다는...
영시암부터 함께 걸음한 빵표씨도 먹었다는데 우째 혼자만 먹을 수 있당가요. 혼자 먹으니까 겁나 맛있쥬? ㅎ
마등령과 봉정암 갈림길에 한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마등령까진 1.4km
역시 오름길은 힘들다는...
오름길에 돌아 본 귀떼기
마등령에 올라(08:40)
마등령에서 잠시 머물다 공룡길로 들어선다.
단풍빛이 작년 같은날에 비해 많이 못 한 것 같다. 극심했던 가뭄의 여파인 듯 싶다.
공룡길 몇 군데는 교행이 안되는 구간이 있는데 그런 구간마다 서로 먼저 지나가려다보니 소란스럽기만 하다.
누군들 먼저 지나가고픈 마음 없겠냐마는 그래도 양보의 미덕이 필요한 구간 아닌가.
1275봉 정상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만 패스하고(10:25)
1275봉 안부에서 점심을 먹으려니 오가는 산객들이 많다보니 먼지도 풀풀 나고 너무 복잡해 점심은 노인봉에서...
코끼리 얼굴모습 같기도 하고 박쥐 같기도 하고...
울산바위, 달마봉, 속초앞바다까지 시원하게 보이는 청명한 날씨다.
노인봉 안부 비박터에서 점심상을 펼친다.(11:10)
점심을 먹고 있는데 헬기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1275봉 아랫쪽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걸로 보아 아마도 교행이 불가한 병목지점에서 비껴 가려고 바윗길로 오르던 산객 중 한명이 추락하지 않았나 싶다.
한참 후 노인봉 옛길을 걷는데 헬기에 들것같은 긴 물체를 매달은체 가는걸로 보아 사고자는 사망한 듯.
점심을 먹고 공룡옛길로...
노인봉에서 신선대까지 족히 1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왜 이리 멀게만 보이는지.
신선봉 턱 밑에서 바라본 공룡
신선대에 올라선다.(13:10)
공룡길의 단풍빛이 영 아니올씨다다
작년 오늘은 이랬느데.(창고사진)
신선봉으로
신선봉(13:28)
이제부터 잦골까지 연속으로 이어지는 70~80도 급경사길을 내려서야 하는데 한마디로 죽음이다. ㅎ
그래도 외설악의 멋진 풍광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니 용서가 된다는. ㅎ
올라설때는 징글맞은 길, 내려설때는 징글징글맞은 길
칠형제의 맏형 7봉이다.
오름길은 여지없이 징글맞고
7봉에 올라...(14:40)
5봉인가?
피카츄도 보이고
아랫쪽에 퇴깨이바위가 보인다. 저 곳으로
퇴깽이바위
퇴깽이바위
이제 도깨비바위가 가까워졌다.
10미터만 올라서면 도깨비 바위(3봉)인데 다들 지쳤는지 그냥 지나쳐 내려서고 몇분만 올라선다.(16:15)
여기서부터는 한발짝 한발짝 내디딜때마다 흙과 잔돌들이 쓸려내려 꼭 눈길을 내려서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너덜길
이제 조금만 내려서면 잦골이다.
잦골에 내려서고(17:00)
그나마 능선쪽과는 달리 물이 있는 계곡의 단풍빛은 예년과 다름없어 보인다.
한주 뒤면 이런모습일텐데 아직은 푸른빛이 많은 잦골이다.(작년 10월 12일 창고사진)
다들 10폭도 지나쳐들 가지만 그냥 갈 수 있능가.
이제 비선대가 가까워져 간다. 갈증이 심해진다. 도착하는데로 시원한 캔맥주부터 마셔야 할 것 같다.
한주 뒤면(둘째주) 설악골 초입도 이런 모습으로 변해 있겠지. 한글날 다시 보제이.(작년 10월 12일 창고사진)
14시간 55분이 걸린 29km의 긴 걸음였다.
길고도 빡신 걸음에 두다리가 뻐근하긴해도 왠지 그 뻐근함이 기분좋은 여운으로 남는 것 같다.
인물 사진들을 따로 추려놓고도 180여컷을 적정분량으로 편집해 포스팅 하려다보니 시간도.. 힘도 많이 든다. 눈이 다 침침 해 지네그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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