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티마을 - 마분봉(775) - 악휘봉(845) - 은티재 - 주치봉(680) - 호리골재 - 구왕봉(879) - 지름티재 - 희양산(999) - 성터 - 은티마을
오랫만에 괴산쪽 산군들을 찾아보기로 하고 .이른새벽 집을 나선다(04:00)
애초 계획은 마분봉-악휘봉 구간과 구왕봉-희양산 구간을 나눠 친구와 함께하려 했던건데 일정이 맞질않아 한주를 미뤘는데도 또 사정이 있다한다.
친구한텐 미답지기도 해서 좋은 곳 소개 좀 시켜줄까 했는데 아무래도 연이 닿질 않는가보다..
혼자 걸음이니 굳이 두번걸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한번에 이어볼까 한다.
은티마을까지 173km / 2시간 20분
충주휴게소를 지날즈음부터 약한 비가 내리기 시작하드니만 은티마을에 도착해서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연풍면뿐 아니라 괴산군쪽 전체가 일기예보로는 오전엔 햇살도 나고 낮 12시 이후에나 1~4mm 정도 약한 비가 내린다 했는데 구라청도 이런 구라청이 없다.
약한 빗줄기긴 하나 금세 그칠 기미는 없어 보이고... 아침날씨가 쌀쌀해 겨울장갑도 끼고 폴라텍자켓을 꺼내입고 걸음을 시작한다(06:40)
은티마을 유래비가 세워져 있는 마을입구는 멋스러운 소나무들이 어울어져 있다보니 마을의 랜드마크처럼 느껴진다.
주막집 앞 다리를 건너 마을길로 접어든다.
마을길에 들어서니 낯선이의 걸음소리에 견공들이 컹컹 짖어댄다. 그래도 얼굴을 맞대고나선 산객들의 모습에 익숙해선지 이내 짖는걸 멈춘다.
다리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7년전 마분봉과 악휘봉을 걸음할을때도 우중산행였던지라 조망이 꽝~였는데 오늘도 조망은 물건너 간 것 같다.
우째 이 곳은 올때마다 날씨가 요모양인지...
생강꽃이 반갑다
능선쪽까지 고도를 높히니 비는 눈으로 변하고...
짙은 안개로 조망이 아쉽긴 하나 뜻밖의 춘설을 맞으며 걸음하니 기분은 좋다
마법의 성으로 올라선다.(07:50)
안개가 짙다.
"마법의 성"... 누가 이리 이쁜 이름을 붙혀줬을까...
마법의 성에서 10여분정도 기다리다보니 먼길 온 손님 섭해할까봐 희미하게나마 마분봉이 모습을 들어내준다.
생김새가 말똥처럼 생겨 말똥바위라고도 부른다.
희미하게나마 보여주던 마분봉은 이내 안갯속으로 숨어 버린다.
마법의 성부터 대간길에 접어들때까지는 이런 오르내림 구간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직벽에 가까운 이 곳은 좌측으로 우회길이 나 있다. 그렇다고 우회길을 따를 순 없지
우주선 바위라고 하는데 옆쪽에서 보면 구두같고
정면 아앳쪽에서 올려다 봐야 그나마 우주선을 닮아 보인다.
우주선 바위가 있는 곳을 내려다 본다
마분봉까지 2시간 30분(08:10)
오름길에 보는거와는 달리 정상쪽은 별 볼 일 없다는...
그래도 셀프인증은 하고
고도를 높혀갈수록 쌓인눈은 점점 두터워져간다.
원 스틱! 사용하면 할 수록 맘에 쏙 든다.
지지력 좋지.. 길이조절 쉽고 편하지.. 접었다 펴는데 간단하지.. 개인적으론 그동안 사용해 본 스틱 중 단연 최고가 아닌가 싶다.
입석마을에서 올라온 산객 4명이 앞서 오르고 있다
이제 산길에도 눈이 쌓여 릿지화다보니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악휘봉은 대간길에서 300여미터쯤 비껴나 있어 갔다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온다.
선바위
아랫쪽은 침식이 심해 위태위태하다. 강풍이라도 몰아치면 어느날 갑자기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겠다.
악휘봉까지 3시간 40분(10:20)
정상에 서니 바람도 불어대고 춥다추워~ 겨울자켓을 가져왔으니 망정이지...
다시 돌아와 대간길에 들어서니 한무리의 대간꾼들이 지나간 듯 길이 선명하게 나 있다.
허기진 배도 채울겸 바람이 잠잠한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11:20)
오늘 걸음하는 구간 중 유일한 철계단이다
건너편 마분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희미하다
뒤돌아 본
주치봉이 가까워졌지만 희미하다
갑자기 함박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시뿐
은티재에 내려서니 눈은 비로 바뀐다.
조망도 없는데다 비까지 내리다보니 계속 이어갈지를 놓고 잠시 갈등하다 또 언제 오겠냐 싶어 계획데로 진행하기로 하고 주치봉으로 올라선다.
중간쯤 오르다보니 비는 다시 눈으로 바뀐다
주치봉은 정상석도 없고 별다른 표시도 없다(12:45)
전형적인 육산인 주치봉은 된비알 진흙길에 질척이다보니 눈길보다 더 미끄러운게 오르는 걸음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호리골재로 내려서는 길도 미끄럽긴 마찬가지라 여차하면 진흙썰매를 타야 할 지경이다
호리골재(12:52)
은티마을에서 구왕봉 코스를 따르면 비석 뒷쪽으로 올라서게 된다(12:53)
캬~ 이 산중에 도덕경의 한구절이...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니 한마디로 욕심 부리지 말라는거다.
빨리빨리.. 길게길게.. 이런것들 즐겨하다 무릎팍 아작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든가. 모름지기 산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새겨 볼 만한 글귀가 아닌가 싶다.
정상부쪽은 제법 많은눈이 쌓여있다. 족히 5cm는 넘어 보인다.
호리골재에서 구왕봉까지 딱 한시간 걸렸다/1.6km, 총 7시간 10분째(13:52)
바로앞 건너편에 희양산이건만...
지름티재로 내려서는 길 몇군데가 험하긴 한데 다행히 눈은 쌓여있지 않다.
조금전까지만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드니만 먼길 달려 온 손님 섭해하지 말라고 잠시나마 민머리 옆꼭지라도 보여준다.
딴디는 사유지랍시고 흉물스럽게 철망이나 휀스를 설치 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봉암사에서 설치 해 놓은 목책은 자연친화적이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다.
지름티재(14:25)
구왕봉을 뒤 돌아보고
바위규모가 엄청나다
다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드니만 순식간에 길까지 덮어 버린다.
이런 상태라면 마지막 긴 바윗길 구간을 오르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걱정스러워진다.
내려서는 사람들은 미끄러지고 엎어지고 난리들이 아니다. 꽃피는 춘삼월에 예상치 못한 날씨를 만나다 보니 다들 애를 먹는다.
바윗길 아래까진 스틱에 의지하며 그럭저럭 올라섰는데 바위길 구간에선 별 수 없이 로프를 잡고 올라선다.
미끄럽긴 하지.. 로프를 잡다보니 장갑은 젖어 손은 시렵지.. 션찮은 어깨에 힘을 받다보니 통증은 심해오지.. 죽을똥살똥하면서 올라선 것 같다.
이 구간을 오르면 갈림길이다. 정상은 대간길에서 500m 가까이 비껴나 있어 올랐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
눈발은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하고
구라청 때문에 눈길에 고생은 좀 했지만 꽃피는 춘삼월에 이런 멋진 설경을 선물 받았으니...
지름티재에서 정상까지 1시간 15분/1.5km(15:40)
희양산까지 꼬박 9시간 걸렸다. 계획데로라면 시루봉까지 잇고도 산행을 마칠 시간인데 꽤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이 번듯한 정상석은 언제부터 세워져 있는지
예전 정상모습은 이랬었는데
춥다. 자켓을 꺼내입고 이젠 로프구간도 없으니 젖은 장갑을 벗고 이너 장갑으로 바꿔낀다.
잠시나마 구왕봉쪽이 살짝 열린다
봉암사도 희미하게나마 모습을 보여주곤 이내 안갯속에 숨어 버린다
계획은 시루봉까지 잇는거였지만 길이 너무 미끄러워 더이상은 무리다 싶다.지지불태라 했는데 여기서 멈추고 은티마을로 내려선다.
하산길도 만만치가 않다.
고도를 700m 아래로 떨어트리고 나서야 길에는 눈이 녹아있다.
고도를 500m 아래로 떨어트리니 눈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희양산 3.6km, 구왕봉(호리골재) 3km↗
산은 늘 그자리에 있지만 늘 같은 모습은 아니다.
오늘 츰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햇님은 어느새 서산 마루를 넘어서고 있다.(17:30)
주막집 처마밑에 주렁주렁 매달아 놨던 주전자와 띠지들은 비닐하우스로 옮겨져 있고
꼬박 11시간의 걸음을 마치고 차안에서 맥주한캔 마시며 간식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오시더니 주차비 달라신다.(3,000원)
허기를 달래고 나서 18:10에 귀경길에 올라 집에 도착하니 정각 2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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